금융시장의 기술적분석

(기술적분석의 바이블)



존j.머피의 '금융시장의 기술적분석'은 과거에 기술적분석이란 개념조차 희미했던 시절부터 유명했던 책이다. 나는 학부때 도서관에서 이 독특한 책을 통독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재발간되어 나오니 무척이나 반갑다.

노란색의 옛스러운 표지도 바꾸지 않은 것은 아마도 오랜기간 바이블과 같았던 이 책에 대한 출판사의 자부심인것 같다.


이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기술적 분석의 배경철학

2. 다우이론

3~12. 차트, 추세, 주요형태등

13. 앨리엇 파동이론

14. 주기

15. 컴퓨터와 거래시스템

16~19. 자금관리, 주식시장지표, 종합등


주식 또는 파생상품등 금융투자상품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겐 기술적분석에 대해서는 극명하게 호불호 나뉘는 부분이 있을까? 

워렌버핏 이나 존리같은 주식이 아닌 기업을 사는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차트는 별반 관심의 대상인 아닌 반면, 선물옵션등 파생상품을 투자하는 단기 투자자들에게는 과거의 주가흐름등으로 미래의 주가흐름을 추정하기 때문에 차트를 분석하는데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러나 이것은 투자방식의 차이일 뿐, 어떤 방식이 올고 그름을 따질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투자의 호흡이 길수록 인사이트와 기업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한 반면, 투자의 호흡이 짧을 수록 추세와 모멘텀, 주가의 흐름이 중요한 것이다. 


기술적분석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아전인수격인 경우가 많은데, 머피의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은 이 책이 왜 오랫동안 읽혀져 온 명저였는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기술적 분석의 가장 큰 장점은 

1) 대부분의 회사와 상품에 이 이론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베타가 크고 작은 상품에 대해서는 세로축을 늘리고 줄이는 식으로 적용하면 될것이다), 

2) 대부분의 시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추세는 투자주체인 인간의 심리상태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두려움과 탐욕에 대한 인간의 심리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는다)


덧붙임.


나도 투자에 있어 기술적분석 보다는 시장의 성장성 및 회사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매매시점을 판단하는데에 있어서는 기술적인 분석을 접목하는 편이다.

특히, 기업의 가치와 상관없이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에는 기술적 보조지표등을 참고삼아 매매하면 수익을 더욱 극대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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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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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여백이 느껴지는 글들)


'외로움 이란 내가 매일 먹는 물과 같다'는 구절이 가슴을 울린다. 

세상을 살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일, 앞날을 알수 없어 선택지 앞에서 망설이는 일들이 생기는데, 그런 때에 이런 책은 도움이 될 것은 느낌이다.


정호승의 새벽편지로 유명한 정호승작가의 이 책은 '새벽'을 닮았다.

콕 찝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안개가 걷히는 호수의 적막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이 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 십자가를 품고 가자 

2부 꽃에게 위안받다 

3부 우리는 언제 외로운가 

4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내가 언젠가 이름을 바꾼다면 '호승'이라고 하리라고 다짐했었던 중학교 시간의 기억을 제외하면, 정호승은 그 유명세에 비해 나에겐 생소한 사람이다. 


들어본 적 없는 정호승의 새벽편지와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라는 책의 기억에 남는 표지 삽화정도가 기껏해야 나의 정호승작가에 대한 기억의 전부이지만 낯설지 않고 친근한 느낌이다.


물론 이번에 정호승의 책도 처음 읽어보았다. 

다양한 에세이로 이루어진 이 책은 진솔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종교적인 색채가 들어가 있는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수 있겠지만, 먹이 스민 화선지 같은 담백한 서술이 특히 나와 잘 맞는 듯 하다.


덧붙임


1. 시간을 쪼개쓴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개인 시간이 없다보니 당연히 책 읽은 시간도 줄었다.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드니 나의 새로운 성향이 보인다. 소설이 읽고 싶고, 그것도 마음을 데워줄수 있는 그런 책을 보고 싶어진다.


2. 첫눈오는날 만나자고 할 사람이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 감성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일테니까


3. 박항률의 그림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 좋은 화가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번개와 천둥이 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오만해질 수가 없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 창밖을 내다보다가 번개 치는 하늘을 보면 무섭다. 마치 잘 익은 수박이 칼을 대기만 해도 저절로 쫙 갈라지듯 하늘이 갈라진다. 하늘의 어디에 그런 강력한 빛줄기가 숨어 있다가 한순간에 내리치는지 절대자의 겉잡을 수 없는 분노의 눈길처럼 느껴진다. 번개가 칠 때마다 그 눈길이 죄 많은 내 가슴을 향해 내리치는 것 같아 두렵다. 그동안 지은 죄를 한순간에 뉘우친다. 만일 번개가 치지 않고 벼락이 치지 않는다면 나는 또 얼마나 오만해질 것인가


오직 책 읽기만을 한지 6개월쯤 지나자 조직에서 일탈되었다는 감정에서 오는 불안이나 두려움에서 차차 벗아날 수 있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자유를 나만의 평화와 함께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공선생은 언젠가 나에게 "책을 내도 헌책방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생명이 긴 책을 내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헌책방의 서가에 꽃힐 수 있는 책이야 말로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이라야만 헌책방에 꽂힐 수 있다. 그럴 정도의 책이 아니면 아예 내지를 마라. 내 인생도 헌책의 생애처럼 헌책방 서가에 마지막까지 꽂힐 수 있는 그런 부끄럼 없는 인생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멀건 죽물에/ 쌀알이 얼마나 섞인다고/ 어머니는 매끼마다/ 쌀 다섯알씩 절약하셨네// 알알이 모아지고/ 한 줌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밥을 지으셨네/ 나에게 생일 밥 차려주셨네// 더운밥 목메어 세어보니/ 어머니가 그동안 못 드셨던/ 450개 밥알이었네                       - 밥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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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장기 투자하라 - 와튼스쿨 제러미 시겔 교수의 위대한 투자철학, 제5판
제러미 시겔 지음, 이건 옮김, 신진오 감수 / 이레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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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장기투자하라

(Stock for long run)


"주식에 장기투자하라"

성공한 많은 투자자들에게는 장기투자는 불문율과 같다. 너무 들어서 식상한 이 명제를 저자는 책의 제목으로 들고 나왔다.

이 책의 의의는 다소 식상하기도한 장기투자의 불문율을 실제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제레미 시걸 교수는 영미권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다. 와튼스쿨에서 재무학을 가르치고 있을 뿐 아니라, JP모건등 현업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 주식 수익률의 과거, 현재, 미래 

2부 역사가 내린 평가 

3부 경제환경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 

4부 주식의 단기 변동성 

5부 주식을 이용한 재산 형성 


경제전공 교수가 쓴 책 답게 정량적인 분석들로 가득하다. 다양한 데이터를 이렇게 항목별로 분류하여 주제를 뒷받침해 줄 수 있게 만들어 낸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두리뭉실하게 인지하고 있던 명제인 "주식에 장기투자하라"를 철저하게 증명하고 있다. 아마도 그것이 이 책이 유명해진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의 데이터는 미래를 추정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지만, 미래에 대한 통찰을 가지기에는 정성적인 분석이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 이 책과 정 반대되는 사이드에서 쓰여진 책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그런 책과 같이 읽는다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임


1. 문병로 교수님이 적극 추천하신 책이라 관심을 많이 가졌다. 문병로 교수의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퀀트와 펀더멘탈의 접목부분에서 제레미시걸 교수와 교집합이 있었을 것이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고령화 물결이 미치는 영향은 세계의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고령화 물결은 사람들이 은퇴후 소비하려고 축적한 자산의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주식과 채권의 가격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하는 동안 저축하여 자산을 사고, 은퇴 후에는 자산을 팔아 생활비로 사용한다. 

그러나 은퇴자 수가 증가하면 자산을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아지므로 자산 가격이 대폭 하락한다. 이렇게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사람들은 조기에 은퇴하여 풍요로운 생활을 즐길 수가 없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시점을 계획보다 늦출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은 싫어한다. 손에 익은 분석 틀 안에서 세상을 해석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11일의 테러리스트 공격은 이런 충격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확신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항공여객 숫자는 얼마나 크게 줄어들 것인가? 더 나아가 총액 6천억 달러에 달하는 관광산업에는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가? 이런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은 투자자들의 초조감을 불러 일으켰고, 이는 결국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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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일 5Mile Vol 1. - 창간호, Made in Seoul
오마일(5mile) 편집부 엮음 / 오마일(5mile)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5mile

(One Thema/ Travel / Food Magazine)


새로운 분위기의 잡지가 나왔다.

최근에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잡지들이 많이 나온다. 예전에는 몇몇 독립잡지외에는 시도해 보기 어려웠던 개성있는 잡지들이 나오고 있다.

"5Mile"도 그런 잡지중에 하나이다.

One Thema/ Travel / Food Magazine 을 주제로한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잡지다. 

어떻게 보면 킨포크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그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창간호는 '서울'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잡지의 일상적이고 소박한 특색에 맞는 서울을 요모조모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5MILE theme/ Made in Seoul


A day in Seoul 서울에서의 낯선 여행

The goods in Seoul 서울의 그 물건

Hidden book stores 숨겨진 동네 서점 여행

Into my forest 나의 숲으로 오세요, 홀로 안산자락길

Gentle hand printing 바스큘럼의 조용하고 다정한 무늬들

The palaces in Seoul 의외의 고궁

100 objects in Seoul 서울의 소소한 100가지

The taste of Seoul 서울의 ‘새로운’ 맛

Sweets in Seoul 서울의 빵과 케이크

A river runs 한강에서, 하루 동안

Egg 달걀 탐독

Feast In the market 마켓 가는 날, 마르쉐@혜화동

Shining Barcelona 바르셀로나의 사람들, 음식 그리고 햇빛

Pet 한강이는 잘 자라고 있다

Object 카페 물컵의 힘

Book 서점의 숨겨진 보물, 포스트카드 박스

Voice 카페소리를 들어보세요

Social Dining 5MILE 소셜다이닝에 초대합니다


이번호에서 관심있게 읽어본 부분은 숨겨진 동네서점과, 의외의 고궁이었다. 

꽤 오랜 기간동안 서울 토박이로 살고 있지만, 서울은 새로운 곳이 참 많다. 변화가 많은 도시인 것 같다. 


숨겨진 동네서점은 나로 하여금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 일으켜 주기도 했다. 

내 어린 시절 장래 희망이 작은 서점가게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소박하고 작지만 특색있는 서점을 보니 내 가슴이 다시 두근 거리는 것을 보니 아직 내 어린 시절 장래희망은 아직도 유효환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작은 서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서점을 차리는 것은 초등학교 6년 내내 내 장래 희망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과학자, 대통령을 장래희망으로 적던 시절에 혼자 장래희망에 '서점주인'이라고 쓴 내가 특별해 보였는지, 책을 선물해 준 선생님들도 있었다.


작은 서점들을 보니 내 어린 시절이 다시 떠오른다.


덧붙임.


1. 독특한 느낌이 있는 잡지이다. 디자인과 우리 주변의 삶과 음식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잡지를 누군가에게 설명하려면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고유한 특징은 없는 것이다. 엔디워홀의 입장권을 끼워준 잡지 정도로 기억될 것이다. 잡지의 정체성은 차차 고민해 나가봐야 할 문제이고, 별책부록은 상당히 좋다. 단, 잡지를 들고 가야 된다는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는 못할 것 같다. 어쩌면 편집진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2. 5mile이라는 이 잡지는 오프라인과 접점이 있다. 5mile이라는 까페가 한남동에 있다. 이 책을 

가져가면 수제맥주세트를 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그리고 곧 그곳에서 소셜다이닝네트워크를 한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오프라인을 통한 네트워크를 시도한다는 것은 신선하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물컵은 의외로 안에 담긴 음료의 맛을 결정해주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 똑같은 콜라를 플라스틱 컵, 스테인리스 컵, 유리컵 그리고 도자기 밥그릇에 따라서 마셔보면 무슨 뜻인지 체함할 수 있을 것이다.

맨 먼저 식탁에 놓여 손님을 맞이하는 물컵이 예사롭지 않다. 왠만한 식당에서처럼 스테인리스나 플라시특 물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카페에서 즐겨 쓰는 킨토 물컵을 쓰고 있었다. 손으로 감싸 쥐는 곳은 팔각형으로 디자인되어 있고, 입에 닿는 부분은 굉장히 두툼한 바로 그 물컵말이다.(중략) 두툼한 재질 덕분에 여름에는 찬 음료를 담고 얼음을 넣으면 잘 녹지 않을뿐더러, 의외로 견고한 편이라 겨울에는 따뜻한 차를 담아도 안심이 된다고 한다. 심지어 싱크대에서 굴러 떨어져도 잘 깨지지 않는다며 이 물컵에 대한 예찬론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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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간 - 인문학자 한귀은이 들여다본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림
한귀은 지음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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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간

(그녀들의 이야기와 그림)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하는 말이 있다. 

남자들은 최선(?)을 대해 관심을 가져도 여자의 심리를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수많은 이성의 심리에 대한 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심은 책을 읽는다고 알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독특하다. 여성의 심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한 구절도 없다. 다만 이야기로 여성주인공의 삶을 풀어나갈뿐이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여성의 심리가 가슴으로 이해가 된다. 이야기의 힘이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헌팅 

동희언니 

지금은 별거 중 

터키 행진곡 

미자의 레스토랑 

엄마의 소울메이트 

두 여교수 


올해 읽은 책중에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은 책을 꼽으라면 나는 이 책을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것이다.(사실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7가지 에피소드가 소설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흥미있게 읽었다. 저자가 대학교수인데 필력이 좋다. 

이 책은 사이사이에 명화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야기의 흐름과 시의적절하게 잘 맞아 떨어져서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가장 큰 소득은 이 책을 통해 여자의 깊은 심리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성(남자)들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 만한 여자의 심리, 그래서 남자들은 평생 알기 어려운 여심이 많이 공개되고 있다.


덧붙임.


1. 새삼 느끼지만 여자와 남자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아마 그것이 이성간의 매력일 것이다.


2. 사진의 본질이 슬픔이라는 롤랑바르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으려면, 나는 얼만큼의 나이를 더 먹어야 할까? 아직은 사진도 사진찍는 시간도 귀찮다.


3. 그림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이 책에서는 리카르드 베리의 '북유럽의 여름저녁'이란 그림이 참 마음에 든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자아'라는 것도 바닥이 날 수 있다.

특히 어떤 것을 참을 때마다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 에너지에도 한계가 있어서 계속 참기만 하다 보면 나중에 버틸 힘이 없어지는 것이다. 견디면 견딜수록 인내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견딜 힘이 바닥이 나서 결국 무너지게 되고, 나중에는 더 이상 참으려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아기는 전 존재를 엄마에게 맡긴다. 엄마는 아기를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러니까 실은 엄마가 아기에게 자신의 전 존재를 맡기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아이가 사랑을 하는 능력을 배우게 되면 엄마로서의 과제는 모두 완성한 거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아이에게 사랑을 가르치기 전에 엄마 자신이 아이로부터 사랑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여자는 엄마가 됨으로써 자기 자신이 아닌 타자를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 되는 신비한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도서관은 참 이상한 곳이다. 언제나 딴짓을 하게 한다. 공부를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지나가는 이성을 훔쳐보게 한다. 책을 읽지만, 책에 무슨 내용이 들었는지도 모른 채 다시 서가에 꽂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싶게 만든다. 도서관에서 자는 잠만큼이나 달콤한 게 있을까. 도서관 쪽잠이야 말로 그 어떤 잠에도 비할 수 없는 만족과 아쉬움이 섞인 오묘한 후유증을 남긴다.


슬퍼하는 남자는 종종 아이같이 보인다. 남자들은 슬픔에 가장 취약하다. 자신의 슬픔을 슬퍼하지 못하고 차라리 분노하는 남자들이 많다. 이런 남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슬퍼하는 능력이다. 눈물을 줄줄 흘리라는 뜻이 아니다. 사실 남자의 눈물만큼 여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없다. 남자의 슬픔에는 눈물을 참는 것까지 포함된다. 그래서 남자의 슬픔이 아름다운 것이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의 본질은 슬픔이라고 했다. 사진은 찍는 순간 과거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진을 보면서 애상에 젖는 것은 사진이 바로 부재를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슬픈 사진은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찍은 것이다. 이를 테면 신부의 사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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