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간 - 인문학자 한귀은이 들여다본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림
한귀은 지음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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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간

(그녀들의 이야기와 그림)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하는 말이 있다. 

남자들은 최선(?)을 대해 관심을 가져도 여자의 심리를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수많은 이성의 심리에 대한 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심은 책을 읽는다고 알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독특하다. 여성의 심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한 구절도 없다. 다만 이야기로 여성주인공의 삶을 풀어나갈뿐이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여성의 심리가 가슴으로 이해가 된다. 이야기의 힘이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헌팅 

동희언니 

지금은 별거 중 

터키 행진곡 

미자의 레스토랑 

엄마의 소울메이트 

두 여교수 


올해 읽은 책중에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은 책을 꼽으라면 나는 이 책을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것이다.(사실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7가지 에피소드가 소설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흥미있게 읽었다. 저자가 대학교수인데 필력이 좋다. 

이 책은 사이사이에 명화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야기의 흐름과 시의적절하게 잘 맞아 떨어져서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가장 큰 소득은 이 책을 통해 여자의 깊은 심리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성(남자)들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 만한 여자의 심리, 그래서 남자들은 평생 알기 어려운 여심이 많이 공개되고 있다.


덧붙임.


1. 새삼 느끼지만 여자와 남자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아마 그것이 이성간의 매력일 것이다.


2. 사진의 본질이 슬픔이라는 롤랑바르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으려면, 나는 얼만큼의 나이를 더 먹어야 할까? 아직은 사진도 사진찍는 시간도 귀찮다.


3. 그림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이 책에서는 리카르드 베리의 '북유럽의 여름저녁'이란 그림이 참 마음에 든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자아'라는 것도 바닥이 날 수 있다.

특히 어떤 것을 참을 때마다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 에너지에도 한계가 있어서 계속 참기만 하다 보면 나중에 버틸 힘이 없어지는 것이다. 견디면 견딜수록 인내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견딜 힘이 바닥이 나서 결국 무너지게 되고, 나중에는 더 이상 참으려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아기는 전 존재를 엄마에게 맡긴다. 엄마는 아기를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러니까 실은 엄마가 아기에게 자신의 전 존재를 맡기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아이가 사랑을 하는 능력을 배우게 되면 엄마로서의 과제는 모두 완성한 거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아이에게 사랑을 가르치기 전에 엄마 자신이 아이로부터 사랑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여자는 엄마가 됨으로써 자기 자신이 아닌 타자를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 되는 신비한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도서관은 참 이상한 곳이다. 언제나 딴짓을 하게 한다. 공부를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지나가는 이성을 훔쳐보게 한다. 책을 읽지만, 책에 무슨 내용이 들었는지도 모른 채 다시 서가에 꽂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싶게 만든다. 도서관에서 자는 잠만큼이나 달콤한 게 있을까. 도서관 쪽잠이야 말로 그 어떤 잠에도 비할 수 없는 만족과 아쉬움이 섞인 오묘한 후유증을 남긴다.


슬퍼하는 남자는 종종 아이같이 보인다. 남자들은 슬픔에 가장 취약하다. 자신의 슬픔을 슬퍼하지 못하고 차라리 분노하는 남자들이 많다. 이런 남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슬퍼하는 능력이다. 눈물을 줄줄 흘리라는 뜻이 아니다. 사실 남자의 눈물만큼 여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없다. 남자의 슬픔에는 눈물을 참는 것까지 포함된다. 그래서 남자의 슬픔이 아름다운 것이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의 본질은 슬픔이라고 했다. 사진은 찍는 순간 과거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진을 보면서 애상에 젖는 것은 사진이 바로 부재를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슬픈 사진은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찍은 것이다. 이를 테면 신부의 사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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