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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 나를 살린 달리기
벨라 마키 지음, 김고명 옮김 / 비잉(Being)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부제인 '나를 살린 달리기'가 잘 와닿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시절부터 우울등, 공황장애등 마음의 병을 가지고 살았다. 나는 주변에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을 경험해 보지 못해서 이해도가 떨어졌었다
(이 책을 보니 주변에 혹시 그런 친구들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친구들이 숨기고 있어서 알아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Anyway, 이 책은 그러한 마음의 병을 달리기를 통해서 극복해 나가는 자전적 에세이다. 에세이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소설을 방불케 할정도로 생생한 묘사가 실감났던 것 같다. 그리고 말로만 들었던 마음의 병들에 대해서 1인칭 시점에서의 묘사를 읽다보니 이해도 뿐 아니라 공감도도 생기는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공감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이 책의 두가지의 의미가 있었다.
1. 마음의 병에 대한 생생한 이해를 통한 공감
2. 달리기의 효과(다방면으로)
책의 구성은 아래와 같긴 한데, 에세이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기본적으로 시간 순서로 이어지는 듯 하지만 중간중간 회상도 있어서 큰 의미는 없고 독립적이다.
1K. 전부 최악이다
2K.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3K. 시발점은 유년기
4K.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5K. 내 주제에 무슨 운동이야
6K. 공황을 뚫고 달린다
7K. 우리는 왜 달리는가?
8K. 한계를 안다
9K. 몸의 소리를 듣는다
10K. 함정과 실망
이 책을 읽고 나니 달리기가 하고 싶어졌다. 아니 다 읽기 전부터 달리기가 하고 싶어졌고, 어제는 5k runner라는 앱을 다운 받아서 동네를 한바탕 뛰었다.
오랜만에 뛰니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해 진 느낌이다.
덧붙임.
# 1. 달리고 싶은 사람 볼것
# 2. 마음이 힘든 사람도 볼것
# 3. 가족과 함께 달리면 더 좋을 것 같다.
생상한 묘사, 본문을 일부 인용한다.
PTSD는 죽을 고비나 타인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 심각한 부상이나 성폭력을 당하는 것 등에서 촉발된다. 촙갈 요인이 무엇이든 간에 그로 인해 생기는 트라우마, 즉 정신적 상처는 사회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그밖에도 여러 방면에서 정상적인 행동을 불가능하게 한다. (중략) PTSD환자는 어떤 단어, 냄새, 소리 때문에 PTSD의 촉발 요인이 됐던 상황이 불현듯 떠오르면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런 회상을 일으킬 만한 것을 피하기 위해 습관을 바꾸거나 행동반경을 제한한다. 매사에 위험요소가 존재하지 않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렇게 항상 경계 태세를 하고 있어 정신적으로 강한 압박을 받아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
처음 달려보는 길에서 가슴이 조마조마해질 때마다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고 나 자신을 다독였다. 그렇게 야금야금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예전에는 공황 때문에 돌아서야 했던 집 근처 번화가를 달릴수 있었다. 동네를 새롭게 탐색하며 전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다리게 감탄했고, 길 안쪽에 숨어 잇는 민간 구빈원도 발견했다. 슬슬 낯익은 사람들이 생겼다. 오랫동안 머릿속에서만 몸부림치던 내가 이제는 바깥세상을 마주하고 있었다. 달릴 때면 걱정을 쉴수 있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쇼핑카트를 끌고 가는 할머니와 부딪히지 않으려고 온 정신을 집중하느라 공황이 생길 틈이 없었다.
사람마다 최고의 달리기라고 생가하는 게 다를 것이다. 내가 달리기에서 최고의 몬족감을 느끼는 때는 주로 아침이다. 아침 중에서도 정신이 완전히 깨어 있고, 마감, 요금납부, 누군가의 불평등 그날 내가 처리해야 할 것 떄문에 마음이 살짝 불편할 때다. 처음 10분은 어김없이 힘들다. 어떻게든 그 10분을 버텨내야 한다. 그때는 내가 뻣뻣하고 금뜨게 달리는 로롯이 된 느낌이다. 10분이 지나면 몸이 풀리면서 다는 애쓰지 않아도 달려진다. 이때부터 좋은 일이 생긴다. 내 뇌가 몸에서 블리된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가탇. 두발이 지면에 닿고 두 팔이 힘차게 흔들리는게 느껴진다. 그럴 때 나는 그곳에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다. 내 마음이 살짝 샛길로 빠지낟. 어떨 때는 주변의 건물을, 시골이라면 경치를 감상한다. 어떨 때는 갑자기 떠오르는 과거의 순간을 응시한다. 하지만 주로 생각하는 것은 큰 그림이다. 이를테면 직업과 진로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가가하고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고민한다. 그래도 공황발작이 오거나 심란해지지 않는다.
마침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과되어 있는지 깨달은 것이다. 달리기를 막 시작했을 때 울음과 공황발작이 줄어들면서 홀가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달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평생갈 줄 알았던 육체적 고통이 완화되는 것이었다. 나는 더 유연해지고 잠을 더 잘 잤다. 두통은 서서히 약해지더니 어느 날 문득 내가 마지막으로 두통을 느꼈던데 언제인가 싶었다. 그무렵에는 뱃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난리를 치던 증상도 가라앉았고 잘 때마다 하던 이갈이도 멈췄다. 그리고 이 모든 병ㄴ화가 한가지 간명한 사실로 귀결된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내가 더 행복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