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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 - 새로운 문학의 길을 찾는 이들에게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에디토리얼 / 2022년 7월
평점 :

언젠가 다시 읽어봐야지 라고 간직해 둔 작가들이 몇 명 있다. 이탈로 칼비노 도 그 중 하나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나무위의남작 을 읽다가 다 못 읽었고. 두 번 정도 시도했다가 읽진 못했다.
환상 문학에 속하고 독특하다 정도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그때 소설을 읽었을 때 감정이 지금도 생각나고, 신기하네 독특하다. 그래서 이 작가가 이야기하는 문학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각오는 했지만 책을 읽는 게 쉽진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로 며칠 손 놓으니 다시 페이스 잡고 책을 읽는 건 어려웠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손전등 빛 하나에 의지하듯 한 줄, 한 챕터씩 읽었다.
책은 가볍고 작아 보이지만 단단하다. 작가 소개 부터 일대기, 본 내용 그리고 평론과 역자 후기까지. 이 보다 더 책의 내용을 담아낼 수 있을까. 잘 짜여진 옷감처럼 틈이 보이지 않았다.
1984년에 하버드 대학교에서 강의 의뢰를 받고 준비하던 원고인데, 안타깝게도 작가가 세상을 떠나면서 책만 1988년에 초판이 출간됐다고 한다.
가벼움, 신속성, 정확성, 가시성, 다양성까지 다섯 가지로 주제를 나눴는데, 주제만 들으면 무슨 내용일지 감이 안 잡히지만 읽다보면 작가의 통찰력, 철학 등에 감탄하게 된다. 모든 문장이 쉽게 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지만
저자가 미로 찾듯 설명하다가도 예를 든 문학과 신화를 근거로 더듬 더듬 찾아가다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만나면 소리내서 읽어본다. 수 많은 문장 중 일부를 옮겨 본다.
폴 발레리 “사람은 깃털이 아니라 새처럼 가벼울 수 있다.” - p.161
이야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p.129
말을 지니지 않은 것, 홈통에 앉은 새, 봄 나무와 가을 나무, 돌, 시멘트, 플라스틱 같은 것이 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 존재할 수 도 있다. p.251
다섯 가지 특성은 반대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 특성이 살아나는 것이기도 하다. 가벼움은 무거움이 있기에, 신속성은 지연된 시간이 있기에 드러날 수 있다.
이 책을 단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이탈로 칼비노 문학을 좋아한다면, 읽었다면 이 책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이 책으로 이탈로 칼비노를 만난다면 이 책을 바탕으로 문학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 작가가 예를 드는 작가와 작품들을 체크하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창작자 뿐만 아니라 창작자의 세계가 항상 궁금한 독자에게도 문학의 신비를 엿보는 시간이었다. 21세기가 되어도 유효한 귀한 책을 읽을 수 있어 뜻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