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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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은 열여덟살이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아도 자신의 아픔을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어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 어느 날 아지트로 삼던 곳에서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게 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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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는 매일 안타까운 사고가 보도된다. 그리고 유가족의 아픔이 방송에 나오기도 한다. 그 후에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유원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 ⠀⠀⠀⠀⠀⠀⠀⠀⠀⠀⠀⠀⠀⠀⠀⠀
사실 초반엔 좀 위험한 소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한 세계를 만드는 건 작가의 마음이겠지만 남겨진 자의 마음을 보듬어주긴 어렵지 않을까. ⠀⠀⠀⠀⠀⠀⠀⠀⠀⠀⠀⠀⠀⠀⠀⠀ ⠀⠀⠀⠀⠀⠀⠀⠀⠀⠀⠀⠀⠀⠀⠀⠀
내 우려와 달리 유원은 성장한다. 꼭 껴안고 장하다고 얘기해주고 싶을만큼 그 성장이 눈물이 나올만큼 눈부셨다. ⠀⠀⠀⠀⠀⠀⠀⠀⠀⠀⠀⠀⠀⠀⠀⠀ ⠀⠀⠀⠀⠀⠀⠀⠀⠀⠀⠀⠀⠀⠀⠀⠀
그 감동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다. 이 책을 덮으면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왜 그가 미안해 하며 눈을 떳는지, 연기가 가득한 방과 곳곳에 배치한 유원의 트라우마와 가족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소재, 묘사가 뛰어났다. 그렇게 촘촘히 만들어진 세계에서 유원과 가족 친구 모두 성장할 수 있었다. ⠀⠀⠀⠀⠀⠀⠀⠀⠀⠀⠀⠀⠀⠀⠀⠀ ⠀⠀⠀⠀⠀⠀⠀⠀⠀⠀⠀⠀⠀⠀⠀⠀
표지의 유원과 수현은 옥상에서 내려다 보다 세상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세상엔 또 다른 유원과 수현이 있을테니까. 어른이 읽고 그들을 보듬어주길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라고 바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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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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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여우주연상은 우리나라 심은경 배우가 수상했다.⠀⠀⠀⠀⠀⠀⠀⠀⠀⠀⠀⠀⠀⠀⠀⠀

심은경 배우가 연기했던 롤모델은 일본 기자였는데 그 기자가 쓴 책이 바로 신문기자 다. 궁금했던 책이라 반갑게 읽었는데 내 예상과 책은 좀 달랐다. ⠀⠀⠀⠀⠀⠀⠀⠀⠀⠀⠀⠀⠀⠀⠀⠀ ⠀⠀⠀⠀⠀⠀⠀⠀⠀⠀⠀⠀⠀⠀⠀⠀

난 그가 아베 정권과 싸웠던 기록이 담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은 자서전에 좀 더 가까웠다. 어린 시절부터 신문기자를 하려고 시험에 여러번 떨어진 얘기까지 평범했다. ⠀⠀⠀⠀⠀⠀⠀⠀⠀⠀⠀⠀⠀⠀⠀⠀ ⠀⠀⠀⠀⠀⠀⠀⠀⠀⠀⠀⠀⠀⠀⠀⠀

하지만 그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사회부조리에 눈 뜨게 된다. 처음엔 특종을 잡으려고 무엇이든 물면 놓지 않았던 그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고 성폭행 사건으로 혼자 힘겹게 싸우던 시오리씨를 만나며 자신만의 길을 가게 된다. 그리고 스가장관과 가진 정례회견에서 그는 혼자서 끝까지 질문한다. ⠀⠀⠀⠀⠀⠀⠀⠀⠀⠀⠀⠀⠀⠀⠀⠀ ⠀⠀⠀⠀⠀⠀⠀⠀⠀⠀⠀⠀⠀⠀⠀⠀

그는 분위기 파악을 못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주변에서 왜 나서냐 위험하지 않냐고 걱정해도 세상은 변해야 하고 아무도 안 하면 내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 ⠀⠀⠀⠀⠀⠀⠀⠀⠀⠀⠀⠀⠀⠀⠀⠀ ⠀⠀⠀⠀⠀⠀⠀⠀⠀⠀⠀⠀⠀⠀⠀⠀

겁 많은 나에게 모치즈키 기자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처음엔 그냥 그런 기자 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발전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영웅인 사람이 있을까. 그는 의문이 들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그게 바로 기자가 할 일이라고 말한다. ⠀⠀⠀⠀⠀⠀⠀⠀⠀⠀⠀⠀⠀⠀⠀⠀ ⠀⠀⠀⠀⠀⠀⠀⠀⠀⠀⠀⠀⠀⠀⠀⠀

내가 예민해질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살면서 의문을 가질 때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될 것인지. 물고 늘어질 것인지. 바로 답은 내릴 수 없지만 무엇이 옳은지 확실히 알겠다. 이렇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여성 이야기를 계속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나는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권력자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취재원을 만난다. 기자로서 내가 가진 사명은 이것뿐이다. 앞으로도 이상하다고 느끼면 질문을 던지고 끝까지 파고들 것이다. 집요하다는 말을 듣거나, 심지어 혐오감을 준다 해도 상관없다. 그림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의문을 풀어가고 싶다.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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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밖에 난 자들
성은영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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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가를 꿈꾸는 귀랑은 할머니 유정 덕에 편히 살고 있다. 군대에서 친해진 동기 석태가 사라지고 석태를 추적하다 귀랑은 할머니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된다. 


보통 이런 소설은 피해자 입장에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가해자인 귀랑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더 화가 나고 답답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특별한 건 아니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유정 부터 그의 딸, 그리고 꼭지까지 3대를 걸친 여성의이야기는 가슴 아프기만 하다. 


결말이 속시원한 할 독자도 있겠지만 난 마음이 무거웠다. 

제대로된 법 처벌은 요원하고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처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다. 

아방궁이 아니라 현실에서 가해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날은 언제 올런지. 


그래서 소설에서 유정과 꼭지의 연대가 중요하다. 결국 우리의 연대가 그들의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걸 느꼈고,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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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빛나고 있어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 19
에런 베커 지음, 루시드 폴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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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향해 책을 높이 치켜든 나를 누군가 보며 지나간다. 부끄러웠지만 이 책은 그래야했다. 밖에 나가서 펼쳐야만 제대로 볼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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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드는 데 3년 정도 걸렸다고 한다. 그냥 보면 12가지 구멍이 있는 보드북인가 생각할테지만 오랜시간 책을 보며 새삼 우리를 둘러싼 색과 자연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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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며 동그라미로 들어오는 풍경은 어느 장소냐에 따라 달라진다.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어버린 요즘 더욱 위안이 되는 책이다. 언젠가 여행을 간다면 꼭 이 책을 들고가 펼쳐봐야지. 그 전까지는 집앞 풍경으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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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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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요양보호사 고재욱의 에세이. 7년 동안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낸 이야기다. 소개만 봐도 많이 슬플 게 예상되니 책장을 넘기는게 두려웠다. ⠀⠀⠀⠀⠀⠀⠀⠀⠀⠀⠀⠀⠀⠀⠀⠀ ⠀⠀⠀⠀⠀⠀⠀⠀⠀⠀⠀⠀⠀⠀⠀⠀
어머니가 요양보호사로 오래 일하셨기에 그 일에 대해 어깨너머로 알고 있기도 하다. 어머니가 일하셨던 요양원 앞에서 태워드린 적도 있고 야간 근무도 하셨다. 지금은 힘들어 재가를 하시다(집으로 방문하는 일) 쉬고 계시다. ⠀⠀⠀⠀⠀⠀⠀⠀⠀⠀⠀⠀⠀⠀⠀⠀ ⠀⠀⠀⠀⠀⠀⠀⠀⠀⠀⠀⠀⠀⠀⠀⠀
어머니에게 조금만 들어도 힘들어서 피하고 싶던 일을 기록하는 심정은 어떤 걸까. 걱정과 달리 책은 투박하면서 진솔했다. 어쩌면 비슷해보이는 어르신의 삶도 들여다보면 다 달랐다. ⠀⠀⠀⠀⠀⠀⠀⠀⠀⠀⠀⠀⠀⠀⠀⠀ ⠀⠀⠀⠀⠀⠀⠀⠀⠀⠀⠀⠀⠀⠀⠀⠀
그도 짧게 서술했지만 사업 실패, 이혼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노숙자 시설에도 있었으며 여러 역경을 겪었다. 그래서일까. 어르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함부로 다루지 않고 고운 보자기에 담아놓은 이야기가 가슴을 울렸다. ⠀⠀⠀⠀⠀⠀⠀⠀⠀⠀⠀⠀⠀⠀⠀⠀ ⠀⠀⠀⠀⠀⠀⠀⠀⠀⠀⠀⠀⠀⠀⠀⠀
요양원과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도 짚어주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 ⠀⠀⠀⠀⠀⠀⠀⠀⠀⠀⠀⠀⠀⠀⠀⠀
누구 하나 가슴 아프지 않은 이야기가 없지만 대부분 평생 해온 일을 기억하고 손에서 못 놓는 모습이 맘 아팠다. 40년 두부 장사를 하셨던 할머니는 요양원에서도 그걸 놓지 못하고 (무엇으로 만드는지 책으로 보시면 가슴이 무너진다..) 장사하러 나가야 한다는 어르신도 있었다. ⠀⠀⠀⠀⠀⠀⠀⠀⠀⠀⠀⠀⠀⠀⠀⠀ ⠀⠀⠀⠀⠀⠀⠀⠀⠀⠀⠀⠀⠀⠀⠀⠀
그리고 또 마음에 새긴 말은 아무리 나이 먹어도 죽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도 생각해봤다. 30년 40년이 지나 떠나면 마음이 편해질까. 아닐 것이다. 그때의 삶이 있기 떄문이다. ⠀⠀⠀⠀⠀⠀⠀⠀⠀⠀⠀⠀⠀⠀⠀⠀ ⠀⠀⠀⠀⠀⠀⠀⠀⠀⠀⠀⠀⠀⠀⠀⠀
오늘을 후회없이 행복하게 살라는 말이 이렇게 와닿기 처음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직업에 대한 에세이가 나오는 게 좋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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