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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열린 책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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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열린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부매뉴얼 에 이어 두번째로 출간된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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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단편집이라고 했지만 미국에서 우리나라의 단편으로 불릴만한 형식은 없다고 한다. 숏폼이라고 하는데 한국 단편과 달리 짧고 이야기 위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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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22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가 공개했던 74편 중에 <<청소부 매뉴얼>>에 44편이 실려있었으니 거의 모든 작품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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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루시아 벌린에 대해 알고 읽는 게 좋다. 역자 후기에서도 나오지만 그의 삶이 작품 안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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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벌린은 1936년 알래스카에서 태어났다. 광산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아버지가 전쟁에 참여하자 외갓댁에 있기도 했고, 칠레에서 산 적도 있다. 열살에 척추옆굽음증 진단을 받아 병으로 평생을 괴로워했다고 한다. 24살에 단편을처음으로 발표한 뒤 평생 글을 썼으나, 세번의 결혼과 알코올 중독,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교사, 사무원, 청소부 등의 일을 이어갔다. 말년엔 교수로 임용되기도 했으나, 지병으로 고생하다 2004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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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면 그의 인생이 담겨있다. 알코올 중독, 마약, 탄광촌, 처음 대학에 가는 길에 느낀 감정 등. 그가 겪은일이 변주되어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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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대충 읽을 수 없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도 장소와 등장인물이 바뀌기도 해서 헷갈리거나 잠시 놓치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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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도 그의 살아있는 묘사와 매력적인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계속 이어읽으면 비슷한 이야기라 한덩어리가 뭉쳐 느껴지기 때문에 천천히 오래 읽으며 음미하기 좋은 단편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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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후 11년 만에 소설이 알려지고 유명해졌다. 책을 읽으며 그가 글을 쓰던 공간을 상상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아마도 불빛 하나에 의지해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그 와중에도 펜을 놓지 않았던 그 마음이 어떨까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먹고 살아야 했기에 장편은 쓰기도 힘들었고 두 편 정도 쓴 것도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하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