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속에서 봉기하라 -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저항법
다카시마 린 지음, 이지수 옮김 / 생각정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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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만 보면 외면하고 싶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 사고와 전쟁까지. 난 무엇을 하고 있나 돌아보면 가슴이 콱 막힌다. 그래서 이 책이 읽고 싶었다. 제목대로 이불 속에서 봉기가 가능할지 책에서 답을 찾고 싶었다. 


<이불 속에서 봉기하라>는 일본 대표 서점이자, 출판사 기노쿠니야 에서 2023 최고의 인문서로 선정된 책이다. 95년생인 작가 다카시마 린은 중세사회사 연구자로 지난 몇 년 간 기고했던 글을 묶었다. 


난 책으로 묶을 때 다시 쓰고 정리한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 첫인상이 좋진 않았다. 하지만 읽으며 내 생각이바뀌었다. 이 책 제목대로 작가는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으며 그게 이 책의 구성과도 닮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기고했던 글에 현재의 생각을 덧붙여 적어 놓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며 생각도 행동도 바뀌고 그게 자연스럽다. 


저자는 자신이 아나카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 아나키즘과 페미니스트를 합친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아나키즘이 무정부주의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히 번역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며 나도 읽었던 책이나 영화, 알고 있던 인물 (가네코 후미코) 등이 반가웠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감상이나 시사점등을 작가의 글을 통해 발견했고 대화하듯 나눌 수 있어 기뻤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많지만 하나 꼽는다면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평온한 게 좋았고. 나쁜 일이 없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매일 행복할 수 없고 그게 당연하므로. ‘나약하고 주저앉아도’ 살아있다는 것. 그게 중요하다는 것. 이 말은 작가가 마지막 챕터에서 자신이 아팠던 일들을 털어놓은 글과 연결해서 보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리고 오래 새길 문장도 얻었다. ‘풍경에 잡아먹히지 마라. 풍경이 바뀌는 상상을 멈추지 마라.’ 이 문장을 읽는데 가슴이 뛰었다. ‘우리는 풍경의 일부이고, 불의를 미워하고 혁명을 믿으며 살아가는 것은, 이미 저항이라는 것을.’ 

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좌절하는 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페미니즘이 뭔데,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라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분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훌륭한 입문서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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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버섯 - 제3회 사계절그림책상 수상작 사계절 그림책
정지연 지음 / 사계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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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버섯>은 제3회 사계절 그림책상 수상작이다. 하늘에서 작은 솔방울이 땅에 떨어지고 흙에서 작은 버섯들이 솟아 나온다. 그 작은 움직임은 큰 물결이 된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처음엔 환하고 밝은 색이 눈에 먼저 들어왔고 그 다음엔 노랫말로 만들어도 될 거 같은 타닥타닥 쏘옥쏘옥 의성어, 의태어가 보였다. 그리고 책 전체가 하나의 숲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머리로는 알고 있다. 풀 한포기, 햇빛 등이 얼마나 소중한지. 하지만 흔하다고 잘 보인다고 쉽게 잊고 산다. 아이만 봐도 품안에 쏙 들어오던 아기가 이렇게 크다니 새삼 신기할 때가 있다. 작은 것은 작은 것 대로 큰 것은 큰 것대로 그만의 생명을 갖고 있고 그게 다 어울어질 때 아름답다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처음 볼 때는 여백이 많아보이는 그림책이지만 읽을 때마다 독자가 채워가는 그림책이다. 자연과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이 읽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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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2 슬기사전 5
김원아 지음, 김소희 그림 / 사계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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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1권도 재미있게 잘 읽었던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2권이 나왔다. 

가제본부터 보내주셔서 아이는 받자마자 읽고 나도 천천히 같이 읽어보았다. 


현직 교사인 김원아 작가가 학교에서 느끼고 경험한 걸 바탕으로 책을 쓰고, 김소희 작가가 1권에 이어 그림을 그렸다. 친해지기, 갈등 해결, 학교 폭력, 소셜 미디어 등 여러 상황에 딱 알맞은 답과 행동을 알려준다. 57개의 상황과 또 아이들이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를 추가로 설명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면 고민해결카드 16가지를 굿즈도 증정한다. 


1권을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이런 책이 필요한 건 아이들 뿐만이 아니다. 어른도 인간 관계가 힘들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심리학 책이 꾸준히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른도 도움받을 수 있고, 양육자도 이 책을 같이 읽으면 아이들이 어떤 면에서 힘들어 하는지 알 수 있다. 


작가도 정리하지만, 거의 모든 상황에 해당되는 말은 내 감정을 제대로 솔직히 얘기하는 것. 그게 시작이다. 이 말, 행동은 불편해. 라고 말하고 꼭 신경 쓰지 않아되는 건, 넘기거나, 힘들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기에 이 책을 읽고 연습하고 맘 속으로 되새기기. 어른인 나도 그 상황이 지나고나서야 말을 못해 억울하거나 속상한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싸우자는 게 아니라 내 말과 행동을 분명한 어조로 제대로 표현하기. 이 책으로 같이 시작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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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
최의택 지음 / 교양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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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택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아니, 나만 보았다 라는 표현이 맞겠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휠체어를 타고 온 분을 멀리서 보았고, 책을 사랑하는 분이구나 생각했다. 도서전이 끝나고 작가가 기고한 에세이를 보고 알았다. 아 그분이었구나. 작가와 내가 경험한 도서전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은 2021년 제1회 문윤성 SF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알려진 최의택 작가의 에세이다. 책을 읽기 전, 조금 무겁고 슬프겠지? 생각했고 <비인간>을 읽으며 궁금했던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풀고 싶은 궁금증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덕질을 하는 작가는 나와 비슷하다. 장애를 체험하며 수술을 하고 글을 열심히 쓰던 시기를 지나 소설가가 된 작가를 나는 경험해 본적 없지만 그 시선을 따라가본다. 


작가는 독자의 예상을 알고 있었다는 듯 장애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작가는 솔직히 말한다. 처음엔 장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소설을 쓰면서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자신이 반장으로 계속 뽑히고 마음껏 누볐던 초등학교 생활도 그립지만, 한 자모씩 쓰는 글쓰기의 고단함과 기쁨도 이야기한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와 또 다르다.  장애 체험기, 소설가가 되기까지 습작 기간의 고민과 노력, 자신의 작품이야기, 독서 에세이까지. 많은 얘기가 나오는데, 하나같이 다 재밌다. 게다가 배우 덕질 얘기까지. 덕후의 마음은 덕후가 알죠. 사랑에 빠지는 그 마음이 묘사가 절절해서 얼마나 공감했던지. 


 ‘경이감’을 얘기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한계라고 생각하고 가지않던 길을 올라 6차선 대로 위 육교에서 달리는 차들을 마주한 작가는 경이감을 느낀다. 그게 바로 SF를 쓰는 이유라고. 읽으면서 나도 벅찼다. SF에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고, 때로 통쾌하게 인물들이 무언가에서 벗어나는 장면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나도 자유다. 


작가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쿨하게 돌아선다. 즐거우면 그럼 됐다고. 인사하며 돌아서는 작가를 향해 괜히 손을 더 열심히 흔든다. 다른 책들도 읽겠다고. 앞으로도 계속 써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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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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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작가의 신간을 읽었다. 이름을 많이 들었지만 책은 처음이다. 

읽었다고 하기엔 눈 앞에 그려지는 장면이 많아 요즘 넷플릭스 시리즈를 본 거 같은 기분이다. 


주인공 한국계 미국인 (한국인 피는 조금 섞인) 20대 청년 틸러가 어느 날 중국계 사업가 퐁을 따라 타국에서 보낸 일년을 담고 있다. 그 일년은 책 중반을 지나야 나온다. 그 전까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처음엔 조금 헷갈리다가 시간을 파악하고 화자의 이야기를 따라갔다. 초반에 틸러가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은 타국에서 겪은 이야기가 나오면서 풀린다. 


작가 작품이 처음이라 이 책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모르지만 추천사를 읽어보면 이례적인 작품인걸로 보인다. 작가의 나이나 경력을 짐작할 때 요즘 화법, 시대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음식이 나오고 그 묘사가 인상적이다. 이제 첫 작품을 읽는 거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긴 어렵지만 초기작을 읽고 한 번 비교해보고 싶다. 


한 청년의 방황과 고난 등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끝까지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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