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원 - 시리 허스트베트 에세이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 뮤진트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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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작가다. 시리 허스트베트. 책 소개를 보고 궁금했다. 부모와 끈끈하지 않은데 난 작가가 말하는 부모가 항상 궁금하다. 내가 아직 결론내리지 못한 걸 찾기 위한 걸까. 그는 어머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다. 


초반에 책을 읽는데 집중하기 어려웠다. 여러 이야기가 조금씩 나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적응하니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에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내가 느낀 건 제목의 어머니가 단순히 날 낳아준 어머니만이 아닌 문학의 어머니, 자신의 문학이 어떻게 시작되고 또 신화와 작가들. 마지막엔 살인 사건까지 나온다. 


작가는 글이 정리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보다 더 넓게 여러 분야의 이야기가 고개를 쏙쏙 내밀면 정신없이 탐닉하듯 읽다가 끝나는 책. 이런 경험이 오랜만이라 이 작가의 책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뮤진 트리에서 책을 계속 내고 있고 이미 나온 책들이 많으니. 


여러 분야의 얘기를 넘나들고 책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싶은 분이라면, 여성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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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식탁 - 자연이 허락한 사계절의 기쁨을 채집하는 삶
모 와일드 지음, 신소희 옮김 / 부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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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동안 채집만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을 도전한 사람이 있다. <야생의 식탁>은 약초 연구자인 작가 일년동안 채집하며 먹고 살고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아이를 키우며 고민이 많다. 기후 위기에 채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에게 고기를 안 줄 수 없으니 나라도 줄여보자 하다가 같이 먹기 일쑤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노력한다. 음식도 덜 먹고 채소나 제철 과일을 챙기려고 하고. 그래서 궁금했다. 전문가라고 하지만 가능할까? 


작가는 일년을 충실히 보냈고 그 기록을 남겨준 게 고마웠다. 대리만족이라고 할까. 내가 그 곳에 살았던 것처럼 함께 숲 속을 걷고 냄새 맡는 기분이 들었다. 일기처럼 쓴 구성이라 한 번에 보기는 힘들고 천천히 자기 전에 보기 딱 좋다. 물론 작가가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도 진솔하게 나온다. 7개월 만에 참고 참다가 먹고 싶어 식당을 찾았지만 (문이 닫혀있었다..) 영양소 부족으로 몸이 힘들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낚시로 잡은 생선을 얻기도 하고 자연에서 얻는 여러 방법으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간다. 책을 읽으며 먹고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또 우리가 얼마나 편하게 먹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작가는 일년이 지나고 살이 빠진 건 물론 건강해져서 앞으로도 음식은 먹으면서 채집을 병행하겠다고 다짐한다. 


책 앞 부분엔 사진들이 나오고 버섯, 식물 등 삽화도 나와 읽는데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자연을 사랑하고 어떻게 먹을지 걱정하는 분들이라면 반갑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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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문병욱
이상교 지음, 한연진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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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년 첫 날. 예지에게 한 친구가 얘기한다. 

“문병욱, 바보래.”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는다고. 바보인가. 예지는 생각한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닌데… 


어른이 되어도 인간 관계는 항상 어렵다. 어느 정도 표현할지, 내가 이렇게 하면 실례일까, 저 사람은 화난 걸까. 

또 어떤 이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서 상대방은 속앓이를 한다. 아이들도 그렇다. 혼자 있는게 좀 더 편한 아이도 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각자 성향이 다르지만 처음엔 그걸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지는 자기를 그린 그림을 보고 알았을 거다. 병욱이는 나를 세심하게 봤구나. 그러지 않고서는 특징을 살려 그릴 수 없으니까. 그래서 한 발 다가간다. 그럼 다른 아이들도 궁금해한다. 


낯선 장소나, 사람을 걱정하는 아이와 같이 읽었다. 재밌었다고, 병욱이와 예지가 기억에 남고 특별하단 생각을 했단다. 그래, 새학기 새학년 이유없이 긴장되는 날들. 아이와 같이 읽고 얘기나누면 좋을 그림책이다. 나에게도 말을 건다. 그냥 한 발 내딛으면 괜찮을 거라고. 별 거 아니라고. 친구가 되는 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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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밭의 가이아 내일의 숲 2
최영희 지음 / 씨드북(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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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가이아, 새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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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감각 -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시대 감각
나임윤경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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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트위터에서 한 수업계획서를 보았다. <사회문제와 공정>이라는 대학교 수업이었다. 계획서를 읽어보니, 나도 들어보고 싶다. 이 수업 듣는 학생들 좋겠네 생각했는데… 이 계획서를 근거로 수업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재학생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아니 왜, 라는 생각도 들었고 매체 인터뷰도 보다가 잊었는데 출판사 계정에서 이 책 소개를 봤다. 궁금했다. 교수와 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어떤 글을 썼을지. 


<공정감각>은 한 마디로 말하면 <에브리타임>에서 삭제되거나 삭제될 글 모음집이다.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여러 주제에 대해 글을 썼다. 에타의 혐오발화를 지적하고 민주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 없을지 모색하는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이유로 이건 한쪽입장만을 든다는 이유로 많은 글들이 삭제 됐고, 그래서 교수와 학생들은 이 글들을 책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사회문제와 공정>이란 수업은 밝혔던 대로 작년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수업권을 침해했다고 고소한 것에서시작됐다. 수업권은 학교가 보장해야 하는 건데 왜 청소노동자에게 그걸 책임지라고 할까 의문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에브리타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선생과 학생들은 단순히 혐오발언만 던질 게 아니라 이리와서 얘기하자고 제대로 토론하자고 장을 연다. 


책을 읽으며 용기있다고 생각했다. 인스타에 페미니즘 책 서평을 올리면 예전에 몇 번 부정적인 댓글을 받아도 심장이 뛰었다. 독서 모임이나 도서관 수업에서 들은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다. (또래 여성이었다), 지금 이렇게 여성이 살기 좋은 때가 어디있냐 라는 말에 대응하면서도 내가 막 몸이 떨리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도 그걸 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므로 그래서 이 책을 쓴 모든 학생들에게 힘껏 박수를 친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책을 읽었다면 이 책 내용은 많이 아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20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소위 이대남으로 대표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특히 털어놓기 힘든 개인적인 경험, 공대생으로 여성이라 불리한 취업과 현실, 외국인 학생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모습, 특별한 대우가 아니라 비건 식단이 필요한 이유 등, 나도 미처 생각못한 지점까지 우리나라의 여러 문제를 돌아봤다. 


스터디나, 독서 모임에서 같이 읽고 여기서 말한 주제에 대해 각자 글 써보고 얘기하면 좋을 책이다. 이렇게 책으로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을텐데 감사하고 이 책이 이 친구들에게도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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