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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감각 -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시대 감각
나임윤경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003/pimg_7375871784037426.jpeg)
작년 여름, 트위터에서 한 수업계획서를 보았다. <사회문제와 공정>이라는 대학교 수업이었다. 계획서를 읽어보니, 나도 들어보고 싶다. 이 수업 듣는 학생들 좋겠네 생각했는데… 이 계획서를 근거로 수업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재학생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아니 왜, 라는 생각도 들었고 매체 인터뷰도 보다가 잊었는데 출판사 계정에서 이 책 소개를 봤다. 궁금했다. 교수와 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어떤 글을 썼을지.
<공정감각>은 한 마디로 말하면 <에브리타임>에서 삭제되거나 삭제될 글 모음집이다.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여러 주제에 대해 글을 썼다. 에타의 혐오발화를 지적하고 민주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 없을지 모색하는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이유로 이건 한쪽입장만을 든다는 이유로 많은 글들이 삭제 됐고, 그래서 교수와 학생들은 이 글들을 책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사회문제와 공정>이란 수업은 밝혔던 대로 작년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수업권을 침해했다고 고소한 것에서시작됐다. 수업권은 학교가 보장해야 하는 건데 왜 청소노동자에게 그걸 책임지라고 할까 의문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에브리타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선생과 학생들은 단순히 혐오발언만 던질 게 아니라 이리와서 얘기하자고 제대로 토론하자고 장을 연다.
책을 읽으며 용기있다고 생각했다. 인스타에 페미니즘 책 서평을 올리면 예전에 몇 번 부정적인 댓글을 받아도 심장이 뛰었다. 독서 모임이나 도서관 수업에서 들은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다. (또래 여성이었다), 지금 이렇게 여성이 살기 좋은 때가 어디있냐 라는 말에 대응하면서도 내가 막 몸이 떨리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도 그걸 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므로 그래서 이 책을 쓴 모든 학생들에게 힘껏 박수를 친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책을 읽었다면 이 책 내용은 많이 아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20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소위 이대남으로 대표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특히 털어놓기 힘든 개인적인 경험, 공대생으로 여성이라 불리한 취업과 현실, 외국인 학생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모습, 특별한 대우가 아니라 비건 식단이 필요한 이유 등, 나도 미처 생각못한 지점까지 우리나라의 여러 문제를 돌아봤다.
스터디나, 독서 모임에서 같이 읽고 여기서 말한 주제에 대해 각자 글 써보고 얘기하면 좋을 책이다. 이렇게 책으로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을텐데 감사하고 이 책이 이 친구들에게도 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