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간식집 -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박연준 외 지음 / 읻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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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겨울간식집>을 읽었다. 겨울 간식이 나오는 6편의 단편이 나온다. 

단편 하나에 작가들의 후기까지 알차게 담겼다. 그러고보니 제철과일, 채소란 말이 있지만, 겨울은 간식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 날 붕어빵 하나 품고 있음 세상 부러울 게 없듯이, 날이 추워 따뜻하거나 맛있는 간식이 필요한게 아닐까. 


김성중 작가의 <귤락 혹은 귤실>에선 좋아하는 서점 동아서점이 언급되어 반가웠고, 정용준 작가의 <겨울 기도>에서 어머니가 가져온 문어를 밤새 다코야키를 만들어 고시텔 사람들과 나누고 어머니의 입으로 다코야키가 들어갈 때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예소연 작가의 <포토 메일>에서 희민과 내가 할머니의 병환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나온다. 그 과정은 포토 메일의 픽셀이 깨진것처럼 조금씩 균열을 일으킨다. 결국 그 균열은 이을 수 없을만큼 깨진다. 동생인 재하의 말, 내가 보낸 문자 등 섬세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따뜻한 무엇이라도 옆에 두고 읽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읽다가 뭔가를 만들거나 사러 갈지도 모르겠다. 겨울 간식을 먹듯 겨울날 하나씩 읽을 책을 찾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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횔덜린 서한집 상응 5
프리드리히 횔덜린 지음, 장영태 옮김 / 읻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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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작가나 책을 읽을 때는 하나만이라도 느낀다는 마음가짐으로 읽는다. 모든 걸 다 이해하거나 알려고 할 때 포기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 작가의 인생에 초대받은 느낌이었다. 


프리디리히 횔덜린 은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괴테가 살았던 시절에 활동했던 작가라니. 당시에는 조명받지 못했으나, 20세기 초에 재조명 받아 독일 현대 시의 선구자로 재평가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횔덜린이 보낸 편지들을 묶은 책이다. 헤겔, 셸링, 실러, 괴테와 친구들, 가족에게 쓴 편지 백여통과 부록으로 여섯 통이 실렸다. 원래 편지들은 훨씬 많다고 한다. 


이 많은 편지들을 왜 썼을까 궁금해하며 읽었다. 읽다보니 그 시절엔 편지가 소식과 안부 필요한 것 요청, 지식과 의견을 나누기까지 많은 역할을 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두꺼운 책이라 천천히 읽어, 앞 뒤 이야기가 헷갈리거나 그 시대 문화에 대해 이해도 필요하나 주석도 있고, 기억 못해도 읽어나가는데 무리는 없었다. 


긴 시간 동안 쓴 편지라 점점 나이 먹어가며 바뀌는 말투, 때로는 진지하게 또는 동생에게 조언을 전하거나 필요한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편지만 봤는데도 저자와 친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부록에 실린 편지들은 마음 아팠다. 그는 반평생을 정신 착란으로 투병했다. 몇십년 동안 어머니는 한 번도 만나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어머니에게 편지를 짧게라도 쓰는 심정은 무엇일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아프기 전보다 훨씬 짧아진 글이 슬펐다. 꺼지는 촛불을 보는 기분이었다. 


독일 문학, 횔덜린 시인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의 작품 시집과 소설도 같이 읽는다며 그의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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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그림, 단순한 사람 장욱진
정영목 지음 / 소요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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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그림 단순한 사람 장욱진>은 정영목 서울대학교 서양학과 교수가 쓴 장욱진에 대한 글과 논문을 추려 묶은 책이다. 총 10편의 글이 장욱진의 삶과 그림을 조명한다. 사철제본 방식이라 쫙 펴고 글과 그림을 보기 좋았다. 


지난 10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욱진 전시는 감동받을만큼 좋았다. 그림도 많았고 시대순으로 정리도 잘 되어 있었고 한 번에 보기도 벅찰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궁금한 점도 있었다. 먹그림이 친숙하지 않아 이 그림은 어딴 의미일지, 궁금했고, 불교의 영향을 받은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또,  새, 나무, 아이 등 자주 등장하는 소재의 이유도 궁금했다. 


책을 읽으며 그 답을 찾아갔다. 장욱진은 열일곱 나이에 병으로 몸이 약해져 6개월 정도 사찰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 이후로 평생 불교와 가까이 지냈다고 하니, 그림에 나온 불교의 영향을 받은 화풍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열다섯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막내에 대한 이야기와 가족이 등장하는 그림과도 연결된다. 저자는 장욱진 화가의 ‘진정성’을 내내 강조한다. 창작자는 자신의 진심을 담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장욱진은 삶이 그림에 담겨있었고, 평생 함께 했다. 


마지막 글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우리의 정서에 아우성 없이 소박하며 진솔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래서 정이 간다. 자꾸 보아도 싫지 않다.”

p.235


전시 내내 작은 그림을 계속 들여다 보니 나중엔 눈이 피곤하긴 해도 기분이 좋았다. 나도 아이 같이 순수해지고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친근감. 편안함. 저자의 말대로 어떤 지식도 필요하지 않는 보는 그대로 느끼면 되는 그림. 이 책도 그렇다. 말간 표지가 자꾸 들여다보게 하는 것처럼 그림도 보다가 글도 읽다가 두고 두고 볼 수 있는 책. 전시를 보기전, 또는 보고 난 후, 아니면 화가를 더 알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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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알을 깨고 나올 때 - 우주부터 세포까지, 특별한 통합 과학 수업 우리학교 과학 읽는 시간
박재용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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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청소년 대상 책을 읽고 이만큼 살고도 모르는 게 많다는 걸 깨닫는다. 성인을 위한 입문 책도 있지만 어떤 분야를 배우고 싶다면 청소년 책을 권한다. 왜냐하면 성인 대상 책이 오히려 알맹이가 없을 때가 많고, 청소년 책은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내용도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학이 알을 깨고 나올 때> 도 과학 역사를 이야기를 하듯 편한 문체로 쉽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다수의 책과 강연도 하고 있는 저자는 우주, 지구, 생물, 인간에 대한 질문 네 챕터로 나눠 우리가 우주를 어떻게 인식하고 생물을 어떻게 분류하고 과학이 어떻게  발전해는지 설명한다. 천동설, 지동설과 대륙의 이동, 진화론 등 여러 이론과 내용이 나오지만 머리 아프게 내용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만물의 영장이었던 인류가 평범한 하나의 존재가 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모르는 얘기는 아니었다. 요즘 관심있는 것 중의 하나가 인간 중심을 탈피하는 관점을 갖는 거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동물의 70%는 곤충이지만 우리가 주로 많이 본다고 생각하는 건, 포유 동물이다. 작가는 아무도 없는 숲 이라는 문장에도 의문을 표한다. 왜 아무도 없다고 하는가. 나무와 풀, 꽃, 미생물도 있는데… 이 문장에 무릎을 딱 쳤다. 우린 얼마나 인간 위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지구에는 수많은 생물이 다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다. 


과학사를 처음 한 번 훑기도 좋은 책이다. 인간 위주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 마지막에 우리는 아프리카 흑인에서 시작해 갈라졌다는 걸 과학적인 근거로 얘기하며 인종은 없고 인종 차별만 있다는 문장은 큰 울림을 준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도 과학사를 알고 우리의 인식을 넓혀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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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D와 빅 블랙 큐브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6
제이크 버트 지음, 채효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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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6년 인류는 빅 블랙 큐브에 살고 있다. 인플루엔자 D로 많은 사람들이 죽자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무균 상태의 큐브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가상 공간에서만 만나며 떨어져 살고 있다. 여러 종류의 드론들이 수확하고 청소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배달한다. 열두 살인 클레오는 외과 의사가 되기 위한 첫 시험을 앞두고 있다. 어느 날, 집에 시키지 않은 약이 배달되고, 수신자의 이름을 보고 클레오는 이 약을 꼭 이 사람에게 전해줘야 한다며 평생 나가지 않았던 밖으로 나가는 모험을 계획한다. 과연 클레오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인플루엔자 D와 빅 블랙 큐브>는 제이크 버트의 SF 성장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팬데믹 전에 기획되었다고 한다. 서로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 드론으로 배달되는 물건들을 보면 분명 팬데믹을 떠올렸는데, 그 전부터 쓰기 시작하신 거라고 하니 놀랐다. 큐브나 드론이 인간의 소화 기관이나 거미 같은 동물처럼 표현한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클레오가 처음 큐브 바깥으로 나갔을 때 몸과 마음을 뒤흔드는 공항 증상을 경험한다. 나도 경험해 본 건 아니지만 그 묘사가 실감나서, 클레오가 느끼는 놀라움과 당황하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등장 인물이 많지 않고 장소도 한정되어 있지만 한 번에 쭉 읽을 수 있는 몰입감이 높은 소설이다. 클레오가 약의 진실을 알고 화도 내지만 그가 집으로 바로 쉽게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도 멋지고 클레오 답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흥미진진 하니 소설과 친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재미있게 볼 책이다. 클레오의 선택처럼 결국 우리는 만나야 하고 기계와 과학의 발전만으로는 채울 수 없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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