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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은 없다 - 2008 대표 에세이
김서령 외 41인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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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안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에세이 모음집. “약산은 없다” 

수필이라는 문학은 쉬우면서도 어려워서 참 아이러니하다. 쉽고 어려운 것은 읽는 것뿐만 아니라 쓰는 일도 포함되는데 지금 쓰고 있는 서평도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미약한 글 솜씨이지만 언젠가는 장편소설을 쓰고 싶은 자칭 예비작가인 나에게 수필은 정말 쉬울 듯하면서도 펜을 들고 멈추게 되는 문학이다. 원고지 한 장, 한 장에 인생의 맛과 멋을 느껴지도록 하기에 나는 아직 어린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수필을 자주 접하고 싶다. 

독자는 소설에서 현실에선 할 수 없는 상상과 같은 일들을 대리만족한다면, 수필에서는 진짜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필은 잡탕이어야 한다. 잡식성이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소설과의 경계까지도 모호해지는 잡탕 속에서라면 독자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게 끌리는 수필은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빠져든다. 

“약산은 없다” 2008년 대표에세이는 전부 주옥 같은 수필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작품은 이화련 작가의 “바랭이 월척”이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한 여름에 정원에서 풀을 뽑고 있는 내가 되었다. 글쓴이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바랭이를 뽑고 있는 나는 정년퇴직하고 부인과 함께 시골로 내려가 노년을 즐기고 있는 노신사가 되어 있었다. 무려 3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고 말이다. 그리고 바랭이 월척을 뽑을 때 시원한 느낌이 작품을 읽는 나에게 까지 생생히 전달된다. 현실에서 쌓인 답답함과 묵힌 감정들이 많아서인지, 바랭이가 천덕꾸러기 잡초가 아닌 감사한 축복으로까지 느껴진다. 

“약산은 없다”라는 작품 덕분에 오랜만에 수필의 참 즐거움을 느끼게 되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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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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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힘이 빛나는 현대인을 위한 책,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제 겨우 서른을 넘은 나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상살기가 각박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의 꿈과 희망은 어느덧 잊혀지고 돈을 벌고 진급하는데 급급한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만화가가 꿈이었던 순진했던 어린아이가 지금은 진급시즌이라고 상사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세속적인 어른이 되었다. 주변 사람의 물질적인 행복을 겉으로는 축하하면서도 속으로는 질투의 화신이 되는 어른이 바로 나다. 다른 사람을 밟아서라도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각박한 현재를 살아가는 나와 같은 어른이라면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이 마음을 맑게 해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우리들을 위한 성인동화이다.

작가는 암흑과 같이 변해가는 시대를 깨우치기 위해 꿈과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단순히 주장하기 보다는 참담한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리고 현실로 시작된 이야기가 환상의 차원으로 연결되면서 점점 꿈과 희망의 단계로 진행된다.

꿈을 노래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은유이다. 알다시피 은유란 독자의 삶과 생각에 따라 좌우되는 마법과 같은 힘을 발휘한다. 같은 이야기라도 은유를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호감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은유는 제목에 다 나타나 있다. 일반인들의 보편적인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은 서민들”만”의 생활양식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지하철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와 같고 버스와 달리 지하세계에 자리잡은 암울한 존재이다. 이러한 서민들”만”의 지하세계에서 “지하철역 이정표”는 서민들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를 뜻하는 것이다. 먼 미래가 아닌 1년 후를 내다보기도 힘든 우리 서민들에게, 지하철역 이정표가 사라진다는 것은 당장 하루하루를 위한 방향도 못 찾게 됨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꿈과 희망의 발전소를 찾아서 재가동시키도록 하는데 이 여행을 떠나는 두 명의 주인공은 철수와 부장판사이다. 철수는 누구인가? 초등학교 1학년 도덕책에서부터 나오는 철수와 영희 중에 한 명이다. 대한민국 아이들을 대표하는 이름이고 철수는 바로 우리 모두의 아이들인 것이다.

또한 부장판사는 자신이 정직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어른들을 대표한다. 정직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점점 타락해가는 것을 느낀다면 부장판사는 바로 당신이다. 책 안에서도 부장판사는 욕심과 허영에 묻어 타락해가다가 철수에 의해 정화된다. 어른을 대표하는 부장판사, 아이들을 대표하는 철수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묘사되는 것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다름이 없다. 부모와 자식이 하나가 되어 꿈과 희망의 발전소를 찾아 재가동한다는 지극히 모범적이고 동화적인 주제인 것이다.

동화적인 주제를 독자 주관적인 방식으로 전개함으로써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 방식이 아주 좋다. 이야기 중간 즈음, 부장판사가 환상의 차원으로 넘나드는 부분에서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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