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곶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 / 검은숲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가 한국에 완역되다니 정말 미스터리 팬으로서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어느덧 9편의 국명 시리즈가 다 되었군요. 국명 시리즈는 작품 하나하나가 다 걸작이며 엘러리 퀸을 “미국 추리소설 그 자체”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시리즈입니다. 그 중 마지막 작품인 마지막 작품인 <스페인 곶 미스터리>의 리뷰를 올립니다.

 

한적한 해변의 ‘스페인 곶’이라 불리는 곳에 휴가를 떠난 엘러리 퀸이 그곳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말려들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작품이죠. ‘스페인 곶’에는 어느 수수께끼의 대부호가 저택을 짓고 그곳에서 가족과 하인들만 데리고 살고 있으며 어느 날 그의 집에 많은 사람들이 초대된 가운데, 그 부호의 딸이 자신의 외삼촌과 길을 나서다가 웬 남자에게 납치당하면서 시작합니다. 엘러리 퀸은 우연히 그녀를 발견하고 구출하지만, 그러는 동안 그 저택에서 웬 남자가 나체에 망토만 걸친 채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형적인 고전 추리물의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괴짜 대부호, 외딴 곳에 거의 고립된 집(클로즈드 서클은 아니지만요), 그 집과 관련된 이들이 대부분 모여들면서 일어나는 사건 등등, 그리고 또, 엘러리 퀸 때부터 시작된 탐정들의 저주, “가는 곳마다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기까지 말입니다. 서문에 봐도 엘러리 퀸을 저택에 초대할까 말까 망설인다는 언급이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전형적인 만큼 무리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엘러리 퀸 특유의 소거법을 통한 사건 해결은 여전하며 마지막 반전도 훌륭하니까요. 더욱이 해설에도 나와 있지만 기존의 시리즈와는 달리 이번 사건은 범인의 동기가 무엇보다 중시되며 논리에다 이야기의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이렇게 올해 국명 시리즈 전권을 다 보게 되다니 정말 기쁩니다. 엘러리 퀸은 당시 반 다인이 발표하는 작품마다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을 붙이자 자신도 ‘~미스터리’라 이름을 붙였다고 하죠. 훗날 엘러리 퀸 연구에 보면 국명 시리즈에는 아홉 편 외에도 <일본 부채 미스터리>(당시 대일 감정 때문에 <사이의 문>이라는 제목으로 바꿔 출간됨), <인디언 클럽 미스터리>(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슷한 플롯 때문에 접게 됨), <스웨덴 성냥 미스터리>(<중간지점의 집>의 해설에 나오는 제목, 왜 국명 시리즈가 아닌지는 모름) 등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명 시리즈 후에도 엘러리 퀸은 애거서 크리스티 못지않은 다작을 하였지요. 물론 각 작품마다 퀸 특유의 논리와 지성이 빛납니다.

엘러리 퀸의 작품은 본격, 고전, 논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앞으로 그의 작품이 더욱 많이 출간된다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집 중 초기 걸작을 모은 <잠복>을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역시 마쓰모토 세이초는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었습니다.

<얼굴>: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하여 증인을 다시 살해하려고 하면서 생기는 일을 범인과 증인의 시점을 교차해 가며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이 의외로 평화롭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판에 역시 반전이 있더군요.

<잠복>: 마쓰모토의 첫 단편이지요, 미스터리 자체보다는 형사의 눈으로 본 사건 관계자들의 애환이 더욱 눈에 띄었습니다.

<귀축>: 어느 인쇄공이 자신의 인쇄소를 차린 뒤 사업이 잘 되었다가 우연히 만난 여자와 바람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몰락 이야기를 간결히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바람이란 피워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일깨워 준다고 할까요, 하하하.

<투영>: 한 신문기자가 시골로 이사한 뒤 지방 신문에 취직했다가 살인 사건을 취재하고 결국 범인을 밝혀내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부라 하지만 이 작품은 본격 추리물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목소리>: 우연히 살인범의 목소리를 듣게 된 전화 교환수와 그녀가 살해되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범인은 처음에 나타나지만 이 작품은 ‘누가’보다는 ‘어떻게’에 중점을 두어 범인의 알리바이 확보 수단을 밝혀내는 데 있습니다.

<지방 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지방 신문을 구독하다가 갑자기 중단한 여인과 어느 살인 사건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막판 반전이 그리 새롭지는 않았지만 범인의 마지막 자존심은 약간 동정이 가더군요.

<일 년 반만 기다려>: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된 한 여인의 이야기를 르포처럼 자세히 쓴 작품입니다. 더욱이 마지막 반전은 이 단편집 수록 작품 중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르네아데스의 널>: 한 남자의 몰락 이야기가 생생히 묘사된 작품입니다.

 

1955년작 <잠복>을 비롯하여 1957년 이전에 발표된 초기작인 만큼 사회파보다는 본격 추리물로서의 성격을 띈 작품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단편인데도 한 작품에서 사건 관계자 모두의 사연과 인간성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 낸 마쓰모토 세이초의 솜씨에는 정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이 이번에 많이 소개되어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도 좋은 반응이 있으면 좋겠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시마다 소지의 셜록 홈즈 페스티시라니, 의외였습니다. 어느 작품에서인가 시마다는 미타라이 기요시의 입을 통해 홈즈를 상당히 비하하였죠. 그런데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더욱 끌리더군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등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통하는 나쓰메 소세키가 1902년 런던 유학 시절에 자신의 주변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셜록 홈즈에게 사건을 의뢰하러 갔다가, 어느 저택에서 여주인의 남동생이 중국에서 가져온 유물의 저주로 인하여 완전히 말라서 미라처럼 되어 죽는, 기괴한 살인 사건을 접하게 되고 홈즈와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선다는 내용입니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와 왓슨이 각 장마다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글쎄요, 뭐라고 하면 좋을지, 홈즈의 팬으로서 보기에는 불편한 언급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홈즈의 라이벌이자 천재 범죄자인 모리어티 교수는 원래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로 홈즈의 망상이고, 홈즈는 중증의 피해망상증 환자로서 홈즈의 술수 때문에 왓슨이 몇 번이나 이혼하고, 홈즈 특유의 프로파일링은 번번이 빗나가는데다가 홈즈가 도저히 말도 안되는 변장을 해 가며 민폐를 끼치는 등의 서술이죠.

 왓슨의 눈으로 서술된 장을 보면 왓슨이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쓰메와는 다른 서술을 합니다. 나쓰메의 언급대로라면 왓슨이 결코 홈즈에 대해 좋게 쓸 이유가 없는데 말이죠. 그 자세한 사정은 차치하고 사건 구조만으로 본다면, 앞서 언급한 홈즈 팬으로서의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틀림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살인 사건은 단 1회 일어나지만 신본격의 명수 시마다 소지답게 깨끗한 트릭과 마지막 반전을 통하여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되지요. 뿐만 아니라 나쓰메가 고양이가 된 사연도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와 홈즈에게 모두 관심이 있고, 특히 본격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역시 시마다 소지의 작품인만큼 추리하는 재미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로변 십자가 모중석 스릴러 클럽 31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걸어다니는 거짓말 탐지기’라 불리는,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그녀는 링컨 라임 시리즈 7편인 <콜드문>에 등장했다가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요. 저는 십자가 하니 2011년 문경에서 있었던 십자가 변사 사건이 생각나서 처음에는 굉장히 섬뜩하였고 뭔가 엽기적인, 정신병자의 사건 이야기일 것 같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로변에 꽃으로 장식한 십자가가 발견되어 사람들은 처음에는 교통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십자가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니 살인을 예고하는 십자가임이 알려지고, 한 소녀가 자동차 트렁크에 갇힌 채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하다가 살아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캐트린 댄스는 십자가와 사건이 관련이 있음을 직감하고 해결에 나섭니다.
 제프리 디버의 작품을 보면 역시  ‘본격 추리소설과 스릴러의 결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 역시 본격물로서의 재미도 있으며 더욱이 용의자를 쫓는 동안의 긴박감도 아주 잘 나타나 있으며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다가 결국 반전도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거기다 600페이지가 넘는데도 가독성이 좋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메시지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비판입니다. 게임 중독자가 용의자로 몰리고 게임 안에서의 세계를 현실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실태 비판도 있지만, 하나의 사이트를 통하여 한 사람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고, 인터넷을 통하여 소문이 엄청난 속도로, 그것도 점점 부풀려져가며 비난받는 모습은 현대 블로그 문화의 가장 부정적인 면이라 할 수 있지요. 일본에서 한 남자가 쓰레기를 공원에 버렸다가 그 남자의 신상이 네티즌들에게 털리면서 그의 집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났다는 예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도 ‘개똥녀’, ‘패륜녀’ 등의 사건을 보면 그 사람이 한 일에 대하여 법 대신 네티즌이 벌을 내리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사건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다른 면이 점점 댄스에 의해 간파되지만 한 번 네티즌들에게 찍힌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남더군요.

 그리고 조금 아쉬운 점은 전작 <잠자는 인형>의 약간의 스포일러가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전작을 보지 않은 이들은 조금 불편해할 수도 있겠군요.
 제프리 디버의 작품은 역시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인터넷 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도 좋겠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리 러셀, 셜록의 제자 메리 러셀 시리즈
로리 R.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셜록 홈즈의 팬인 만큼 페스티시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홈즈에게 제자, 홈즈의 제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라면 ‘베이커 가 소년 탐정단’의 단장 위긴스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있고, 얼마 전에 국내에도 소개된 마나세 모토의 <셜록 홈즈와 베이커 가 소년 탐정단>에서도 이 탐정단원인 리암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요. 그런데 은퇴한 후 양봉업을 하고 있는 홈즈에게 제자, 그것도 여자 제자가 생긴다는 설정이라니, 흥미가 갔습니다.

 

1915년, 소녀 메리 러셀은 산책길에 홈즈를 만나 짧은 대화를 하다가 그녀의 관찰력을 홈즈에게 보여주게 되고, 그 인연으로 홈즈는 메리에게 탐정 기술을 가르쳐 줍니다. 마을에서 일어난 독극물 사건, 햄 도난 사건 등 작은 사건부터 시작하여 상원의원 딸의 납치, 기숙사 폭파 사건 등이 이어지고 결국 홈즈는 물론 메리에게까지 무서운 암수가 뻗쳐오게 됩니다. 과연 홈즈와 메리는 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밝힐 수 있을까요?

 

일단, 홈즈의 가르침으로 점점 명탐정으로 성장해 가는 메리의 모습이 정말 신선했습니다. 결국 메리는 나중에 홈즈조차 감탄할 정도의 활약을 보이며 범인의 뒤를 쫓고, 범인이 남긴 암호를 풀고, 막판에는 범인을 지목합니다.

솔직히 홈즈 페스티시 중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거의 다 보았지만 이 작품은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홈즈의 날카로움이 덜해진 것 같으며 대부분 홈즈 시리즈는 왓슨이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되는데 이 작품은 엄연히 메리가 주인공이라 그런지 다른 페스티시에 비해서도 코난 도일판 홈즈와는 꽤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메리와 막판의 범인과의 관계는 우연성이 너무 짙더군요.

그리고 이건 넋두리 같지만 왓슨이 거의 불쌍해 보일 지경이더군요. 적을 속이기 전에 자기 편부터 속이라는 말도 있듯 홈즈가 왓슨에게마저 사실을 숨긴 예는 얼마든지 있지만, 메리는 왓슨보다 날카로워 홈즈가 무슨 일을 하든 금방 눈치채고 현명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때문에 홈즈와 메리는 계속 왓슨을 따돌리고, 왓슨은 홈즈가 걱정되어 계속 따라다니니 좀 보기 불편하더군요.

전에 어느 책에서 탐정과 조수의 관계를 설정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형사물이면 선후배 형사니 같이 다닌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지만, 탐정물일 경우 왓슨처럼 홈즈의 괴팍한 성격 다 받아주고, 친구 따라 어디든지 가는 친구는 구하기 힘들 테니까요. 거기다 사실 엘리트 군의관이고 작가이기도 한 왓슨도 결코 보통 사람보다 열등한 이가 아닌데 홈즈 때문에 상대적으로 머리가 나빠 보이게 묘사되어 있죠, 즉 왓슨은 따지고 보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인데도 언제나 홈즈의 충실한 조수 역을 하니 그만한 친구 갖기는 힘들죠, 하하하.

좌우간 홈즈의 팬이라면 역시 이 작품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도 시리즈물이라 하니 다음 편도 보고 싶군요. 그리고 모리어티 못지않은 악당이 나타나 메리와 홈즈 콤비와 대결을 벌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