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러셀, 셜록의 제자 메리 러셀 시리즈
로리 R.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셜록 홈즈의 팬인 만큼 페스티시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홈즈에게 제자, 홈즈의 제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라면 ‘베이커 가 소년 탐정단’의 단장 위긴스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있고, 얼마 전에 국내에도 소개된 마나세 모토의 <셜록 홈즈와 베이커 가 소년 탐정단>에서도 이 탐정단원인 리암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요. 그런데 은퇴한 후 양봉업을 하고 있는 홈즈에게 제자, 그것도 여자 제자가 생긴다는 설정이라니, 흥미가 갔습니다.

 

1915년, 소녀 메리 러셀은 산책길에 홈즈를 만나 짧은 대화를 하다가 그녀의 관찰력을 홈즈에게 보여주게 되고, 그 인연으로 홈즈는 메리에게 탐정 기술을 가르쳐 줍니다. 마을에서 일어난 독극물 사건, 햄 도난 사건 등 작은 사건부터 시작하여 상원의원 딸의 납치, 기숙사 폭파 사건 등이 이어지고 결국 홈즈는 물론 메리에게까지 무서운 암수가 뻗쳐오게 됩니다. 과연 홈즈와 메리는 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밝힐 수 있을까요?

 

일단, 홈즈의 가르침으로 점점 명탐정으로 성장해 가는 메리의 모습이 정말 신선했습니다. 결국 메리는 나중에 홈즈조차 감탄할 정도의 활약을 보이며 범인의 뒤를 쫓고, 범인이 남긴 암호를 풀고, 막판에는 범인을 지목합니다.

솔직히 홈즈 페스티시 중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거의 다 보았지만 이 작품은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홈즈의 날카로움이 덜해진 것 같으며 대부분 홈즈 시리즈는 왓슨이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되는데 이 작품은 엄연히 메리가 주인공이라 그런지 다른 페스티시에 비해서도 코난 도일판 홈즈와는 꽤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메리와 막판의 범인과의 관계는 우연성이 너무 짙더군요.

그리고 이건 넋두리 같지만 왓슨이 거의 불쌍해 보일 지경이더군요. 적을 속이기 전에 자기 편부터 속이라는 말도 있듯 홈즈가 왓슨에게마저 사실을 숨긴 예는 얼마든지 있지만, 메리는 왓슨보다 날카로워 홈즈가 무슨 일을 하든 금방 눈치채고 현명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때문에 홈즈와 메리는 계속 왓슨을 따돌리고, 왓슨은 홈즈가 걱정되어 계속 따라다니니 좀 보기 불편하더군요.

전에 어느 책에서 탐정과 조수의 관계를 설정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형사물이면 선후배 형사니 같이 다닌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지만, 탐정물일 경우 왓슨처럼 홈즈의 괴팍한 성격 다 받아주고, 친구 따라 어디든지 가는 친구는 구하기 힘들 테니까요. 거기다 사실 엘리트 군의관이고 작가이기도 한 왓슨도 결코 보통 사람보다 열등한 이가 아닌데 홈즈 때문에 상대적으로 머리가 나빠 보이게 묘사되어 있죠, 즉 왓슨은 따지고 보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인데도 언제나 홈즈의 충실한 조수 역을 하니 그만한 친구 갖기는 힘들죠, 하하하.

좌우간 홈즈의 팬이라면 역시 이 작품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도 시리즈물이라 하니 다음 편도 보고 싶군요. 그리고 모리어티 못지않은 악당이 나타나 메리와 홈즈 콤비와 대결을 벌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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