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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의 공식 - 욕하면서 끌리는 마성의 악당 만들기 ㅣ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1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평점 :
잘 읽었습니다.
빌런의 어원은 중세 라틴어 <빌라누스(villanus)>입니다. 빌라(villa: 시골 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들을 지칭하는 단어죠. 당시 귀족들이 보기에, 농민들이 농기구 들고 폭동을 일으키면 악당으로 보였기 때문에 ‘악당’이라는 뜻이 된 모양입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귀족들의 폭정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것이므로 다들 사연이 있지요.
이처럼 이야기 속의 많은 빌런 역시 주인공의 대적자가 되었지만, 그들이 그렇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오히려 그 점을 제대로 담아내야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점 때문에 빌런을 쓰러뜨려야 할 당위성이 높아지기도 했죠.
본 책 <빌런의 공식>은 그런 점을 간결하면서도 자세히 설명합니다. 캐릭터 아크, 즉 캐릭터의 성장 그래프를 보면서 그가 빌런이 될지, 히어로가 될지 등을 볼 수 있게 합니다.
히어로와 빌런의 질긴 악연, 그들이 숙적이 될 수밖에 없는 가장 보편적인 예는 무협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두 제자가 있는데 한 명이 스승의 후계자가 되고 밀려난 제자는 악당이 되어 버리고 그 때문에 자신의 문파를 공격한다든지 하는 이야기죠. 뿐만 아니라 이집트나 그리스 신화 등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많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빌런의 예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반영웅, 즉 꼭 법이나 도덕에 얽매이지 않고 활약하는 히어로와 빌런의 차이점 등을 제대로 설명하면서 어떻게 그 경계를 넘고, 넘지 않는지 등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마블 캐릭터 중 하나인 ‘퍼니셔’를 예로 들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퍼니셔야말로 빌런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과연 빌런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그들이 왜 악당이 되기로 했는지, 그렇게 해서 얻으려는 게 무엇인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저자의 다른 작품, <히어로의 공식>도 읽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