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시마다 소지의 셜록 홈즈 페스티시라니, 의외였습니다. 어느 작품에서인가 시마다는 미타라이 기요시의 입을 통해 홈즈를 상당히 비하하였죠. 그런데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더욱 끌리더군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등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통하는 나쓰메 소세키가 1902년 런던 유학 시절에 자신의 주변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셜록 홈즈에게 사건을 의뢰하러 갔다가, 어느 저택에서 여주인의 남동생이 중국에서 가져온 유물의 저주로 인하여 완전히 말라서 미라처럼 되어 죽는, 기괴한 살인 사건을 접하게 되고 홈즈와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선다는 내용입니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와 왓슨이 각 장마다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글쎄요, 뭐라고 하면 좋을지, 홈즈의 팬으로서 보기에는 불편한 언급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홈즈의 라이벌이자 천재 범죄자인 모리어티 교수는 원래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로 홈즈의 망상이고, 홈즈는 중증의 피해망상증 환자로서 홈즈의 술수 때문에 왓슨이 몇 번이나 이혼하고, 홈즈 특유의 프로파일링은 번번이 빗나가는데다가 홈즈가 도저히 말도 안되는 변장을 해 가며 민폐를 끼치는 등의 서술이죠.
왓슨의 눈으로 서술된 장을 보면 왓슨이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쓰메와는 다른 서술을 합니다. 나쓰메의 언급대로라면 왓슨이 결코 홈즈에 대해 좋게 쓸 이유가 없는데 말이죠. 그 자세한 사정은 차치하고 사건 구조만으로 본다면, 앞서 언급한 홈즈 팬으로서의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틀림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살인 사건은 단 1회 일어나지만 신본격의 명수 시마다 소지답게 깨끗한 트릭과 마지막 반전을 통하여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되지요. 뿐만 아니라 나쓰메가 고양이가 된 사연도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와 홈즈에게 모두 관심이 있고, 특히 본격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역시 시마다 소지의 작품인만큼 추리하는 재미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