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십자가 모중석 스릴러 클럽 31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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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거짓말 탐지기’라 불리는,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그녀는 링컨 라임 시리즈 7편인 <콜드문>에 등장했다가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요. 저는 십자가 하니 2011년 문경에서 있었던 십자가 변사 사건이 생각나서 처음에는 굉장히 섬뜩하였고 뭔가 엽기적인, 정신병자의 사건 이야기일 것 같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로변에 꽃으로 장식한 십자가가 발견되어 사람들은 처음에는 교통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십자가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니 살인을 예고하는 십자가임이 알려지고, 한 소녀가 자동차 트렁크에 갇힌 채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하다가 살아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캐트린 댄스는 십자가와 사건이 관련이 있음을 직감하고 해결에 나섭니다.
 제프리 디버의 작품을 보면 역시  ‘본격 추리소설과 스릴러의 결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 역시 본격물로서의 재미도 있으며 더욱이 용의자를 쫓는 동안의 긴박감도 아주 잘 나타나 있으며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다가 결국 반전도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거기다 600페이지가 넘는데도 가독성이 좋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메시지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비판입니다. 게임 중독자가 용의자로 몰리고 게임 안에서의 세계를 현실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실태 비판도 있지만, 하나의 사이트를 통하여 한 사람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고, 인터넷을 통하여 소문이 엄청난 속도로, 그것도 점점 부풀려져가며 비난받는 모습은 현대 블로그 문화의 가장 부정적인 면이라 할 수 있지요. 일본에서 한 남자가 쓰레기를 공원에 버렸다가 그 남자의 신상이 네티즌들에게 털리면서 그의 집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났다는 예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도 ‘개똥녀’, ‘패륜녀’ 등의 사건을 보면 그 사람이 한 일에 대하여 법 대신 네티즌이 벌을 내리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사건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다른 면이 점점 댄스에 의해 간파되지만 한 번 네티즌들에게 찍힌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남더군요.

 그리고 조금 아쉬운 점은 전작 <잠자는 인형>의 약간의 스포일러가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전작을 보지 않은 이들은 조금 불편해할 수도 있겠군요.
 제프리 디버의 작품은 역시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인터넷 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도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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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러셀, 셜록의 제자 메리 러셀 시리즈
로리 R.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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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팬인 만큼 페스티시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홈즈에게 제자, 홈즈의 제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라면 ‘베이커 가 소년 탐정단’의 단장 위긴스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있고, 얼마 전에 국내에도 소개된 마나세 모토의 <셜록 홈즈와 베이커 가 소년 탐정단>에서도 이 탐정단원인 리암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요. 그런데 은퇴한 후 양봉업을 하고 있는 홈즈에게 제자, 그것도 여자 제자가 생긴다는 설정이라니, 흥미가 갔습니다.

 

1915년, 소녀 메리 러셀은 산책길에 홈즈를 만나 짧은 대화를 하다가 그녀의 관찰력을 홈즈에게 보여주게 되고, 그 인연으로 홈즈는 메리에게 탐정 기술을 가르쳐 줍니다. 마을에서 일어난 독극물 사건, 햄 도난 사건 등 작은 사건부터 시작하여 상원의원 딸의 납치, 기숙사 폭파 사건 등이 이어지고 결국 홈즈는 물론 메리에게까지 무서운 암수가 뻗쳐오게 됩니다. 과연 홈즈와 메리는 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밝힐 수 있을까요?

 

일단, 홈즈의 가르침으로 점점 명탐정으로 성장해 가는 메리의 모습이 정말 신선했습니다. 결국 메리는 나중에 홈즈조차 감탄할 정도의 활약을 보이며 범인의 뒤를 쫓고, 범인이 남긴 암호를 풀고, 막판에는 범인을 지목합니다.

솔직히 홈즈 페스티시 중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거의 다 보았지만 이 작품은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홈즈의 날카로움이 덜해진 것 같으며 대부분 홈즈 시리즈는 왓슨이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되는데 이 작품은 엄연히 메리가 주인공이라 그런지 다른 페스티시에 비해서도 코난 도일판 홈즈와는 꽤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메리와 막판의 범인과의 관계는 우연성이 너무 짙더군요.

그리고 이건 넋두리 같지만 왓슨이 거의 불쌍해 보일 지경이더군요. 적을 속이기 전에 자기 편부터 속이라는 말도 있듯 홈즈가 왓슨에게마저 사실을 숨긴 예는 얼마든지 있지만, 메리는 왓슨보다 날카로워 홈즈가 무슨 일을 하든 금방 눈치채고 현명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때문에 홈즈와 메리는 계속 왓슨을 따돌리고, 왓슨은 홈즈가 걱정되어 계속 따라다니니 좀 보기 불편하더군요.

전에 어느 책에서 탐정과 조수의 관계를 설정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형사물이면 선후배 형사니 같이 다닌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지만, 탐정물일 경우 왓슨처럼 홈즈의 괴팍한 성격 다 받아주고, 친구 따라 어디든지 가는 친구는 구하기 힘들 테니까요. 거기다 사실 엘리트 군의관이고 작가이기도 한 왓슨도 결코 보통 사람보다 열등한 이가 아닌데 홈즈 때문에 상대적으로 머리가 나빠 보이게 묘사되어 있죠, 즉 왓슨은 따지고 보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인데도 언제나 홈즈의 충실한 조수 역을 하니 그만한 친구 갖기는 힘들죠, 하하하.

좌우간 홈즈의 팬이라면 역시 이 작품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도 시리즈물이라 하니 다음 편도 보고 싶군요. 그리고 모리어티 못지않은 악당이 나타나 메리와 홈즈 콤비와 대결을 벌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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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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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명은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한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 중 하나인 윤동주의 시를 소재로 하고 있지요. 윤동주는 1944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후쿠오카 형무소에 잡혀 들어갔다가 이듬해 2월에 사망했지만 죽기 전 그의 모습을 보고 그가 생체 실험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설이 지금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윤동주의 마지막을 모티브로 삼아 쓰인 작품입니다.

 

 배경은 1944년부터 1945년까지, 즉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의 후쿠오카 감옥에서 시작합니다. 이 감옥은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사상범, 조선에서 데려온 독립군 군사 혹은 사상범들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징집되어 교도소 경비병으로 배치된 한 병사의 눈으로 서술됩니다. 어느 날, 죄수들을 사정없이 폭행하기로 악명이 높았던 간수 스기야마가 입이 꿰매진 채 목이 매달려 살해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소장에 의해 사건 조사를 명령받은 주인공은 한 명의 죄수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되지만 조사하면 할수록 죽은 간수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간수가 의외로 피아노 조율도 할 줄 알고, 시나 문장에 대하여도 많은 조예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 그리고 그 간수와 가장 친분이 깊었던 죄수 히라누마 도준, 본명 윤동주와 만나게 됩니다.

 

 살인사건은 단 한 건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정부는 자국은 물론 식민지에도 온갖 사상적 억압을 가합니다. 이 교도소는 특히 심하여 조선어로 된 책이나 문장은 무조건 소각해야 하는 검열관 스기야마, 글을 쓸 줄 모르는 죄수들의 엽서를 대필해 주는 윤동주가 검열 때문에 몇 번 만나며 스기야마가 점점 문장, 시 등을 접하게 되고 인간의 사상과 문장이 담긴 시에 점점 감화되어 결국 윤동주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의 구성도 절묘합니다. 사건의 진행에 따라 그 상황에 맞는 윤동주의 시가 하나씩 소개되고 윤동주 외에도 괴테, 릴케 등 여러 나라의 걸작 문학 작품을 접할 수 있으며 억압받는 세상에서 윤동주와 인간의 자유에 대한 열망, 예술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윤동주의 메시지는 인상 깊었습니다. 책들은 태워진다고 해도 그 문장을 읽은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죽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렇습니다. 우리가 책 한 권을 통하여 얻는 지식이나 정보는 결국 우리의 마음 속에 존재하게 마련이니까요.

 감옥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쇼생크 탈출>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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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거울 속에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헬렌 맥클로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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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매클로이(Helen Mccloy, 1904~1994)는 미국을 대표하는 여류 본격 추리작가이자 마이클 셰인 시리즈의 작가 브래드 할리데이의 아내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추리소설에 깊은 흥미를 갖고 지내다가 1938년에 <죽음의 무용>이라는 작품으로 등단하였죠. 여기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정신과 의사 탐정 배질 윌링은 그녀의 탐정 시리즈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교외에 있는 어느 여자 기숙학교에서 교사 포스티나가 어느 날 돌연히 사표를 내라는 말을 들으며 시작됩니다. 그녀는 해고당할 만큼의 잘못을 한 적이 없는데 무슨 일일까요, 그녀를 둘러싼 여러 가지 나쁜 소문이 돌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쁜 소문만이 아니라 그녀가 동시에 두 군데에서 목격되는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그녀에게 쌍둥이 형제는 없는데 말이죠.

그 뒤 계속 도플갱어 사건이 발생하자, 포스티나의 친구인 기젤라는 자신의 남자친구인 배질 윌링을 부릅니다. 윌링은 여러 각도로 사건을 조사하다가 포스티나가 전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포스티나를 괴롭히고 험담하기를 일삼던 동료 교사가 석연치 않은 사고로 죽는 일까지 발생하게 되죠. 더욱이 그녀를 죽인 이는 바로 ‘포스티나’입니다. 윌링은 이 모든 사건이 포스티나를 노리고 있음을 짐작하지만 막판에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밀실 살인이 발생합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오늘날 보기에 트릭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그 고딕 로망같은 분위기, 과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분신 사건과 그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명탐정의 활약이 아주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즉 고전 작품답게 매우 단순한 트릭이지만 그 불가사의한 분위기와 여류작가 특유의 심리 묘사가 이 작품의 백미이기도 하죠. 더욱이 에드워드 호크가 실시한 장편 밀실 추리소설 베스트 15 설문조사에서 12위를 한 작품인 만큼 본격 추리물이자 밀실물로서의 매력도 출중합니다.

배질 윌링 시리즈는 단편집까지 모두 14권이 출간되었는데 <어두운 거울 속에>는 8번째 작품입니다. 다른 윌링 시리즈도 볼 수 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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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시크하게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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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운 님의 <무심한 듯 시크하게>를 읽었습니다.

 시작은 다른 형사드라마나 영화와 비슷합니다. 주인공인 열혈 형사 정태석과 그 파트너인 유병철이 마약 단속을 나갔다가 마약 조직의 거물인 변성수라는 이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마약 패거리 중 한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태석은 병원 장례식장으로 가서 변성수를 잡으려 하지만 놓칩니다. 반드시 그를 잡겠다고 마음먹은 태석은 변성수가 해외파 성형외과 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변성수의 뒤를 쫓고 마약을 찾기 위해 변성수가 한 때 만났던 여성에게 신분을 속이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이 표현에 대한 의미 풀이도 극중에 있습니다) 접근합니다.

 수사해 나가는 과정이 실감나고, 진부한 듯한 내용인데도 태석과 병철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변성수가 마약범이었다는 말을 들은 간호사들의 반응은 우리나라의 외모 및 물질 만능주의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의 많은 수사드라마나 영화와 크게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 그리고 마약 밀수하는 방법이 다른 작품에서 소개된 방법과 같았다는 점 등입니다(물론 작가님이 표절하셨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복수의 작가가 우연히 비슷한 방법을 생각해내는 일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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