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섬 - 악마를 잡기위해 지옥의 섬으로 들어가다
나혁진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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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혁진 작가의 두 번째 장편이 나왔습니다.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역력하군요. 교도섬이라니 마치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고 제목 그대로 교도소 역할을 하는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2, 한국의 경제 위기는 극에 달했고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사회는 무법천지가 됩니다. 결국 한국 정부는 영구추방법이란 것을 만들어 필리핀의 카베사 섬이라는 작은 섬을 하나 사들인 뒤 그곳을 죄수 유배지로 쓰기로 합니다. 가장 악질적인 죄를 지은 사람들을 추방하는 섬이 되었지요. 하지만 먼 곳인 만큼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그 섬은 거의 죄수들의 자치 구역 비슷하게 되었습니다.

2031, 장은준 경감은 경찰이 아니라 죄수의 몸으로 그 섬에 갑니다. 그가 그리로 간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아내와 딸을 처참하게 죽인 살인범 신경삼이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를 자신의 손으로 없애기 위해 죄수가 되는 일을 택한 것이지요.

그 섬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습니다. 사이비 종교를 통하여 섬의 세력을 장악한 전직 조폭 두목, 마약 만드는 기술자, 사기도박판 등 여러 일이 저질러지고 있었습니다. 장은준은 도착하자마자 정신병이 있는 범죄자에게 죽음을 당할 뻔하는 등 어려움을 겪지만 악명 높은 킬러 추응, 또한 사기도박의 전문가인 이강생 등을 만나 친구가 되고 섬의 가장 큰 세력에 맞서면서 자신의 원수인 신경삼을 찾아갑니다.

 

흡입력이 정말 좋고 액션도 화끈합니다. 거기다 트릭을 바탕으로 한 본격 추리, 섬의 세력을 둘러싼 싸움과 책략 등, 전작 <브라더>보다 훨씬 나아졌고 작가가 여러 면에서 공을 들였음이 느껴집니다. 또한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장은준, 무적에 가까운 킬러 추응, 도박사인 이강생은 물론, 사이비 종교 교주인 진태관과 그 부하들 등 각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도 잘 되어 있습니다.

단점은 초기에 주인공 장 경감이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계기에 우연성이 너무 짙다는 점입니다. 어느 시인은 결투 중에 상대방이 찌른 칼이 쇠로 만든 단추에 맞는 바람에 살아남았다는 말이 있는데 거의 그 정도나 되는 우연이라고 할까요. 또한 추응이라는 캐릭터가 싸움 실력과 책략 모든 면에서 거의 천하무적에 가까워 누구도 그에 대적할 수 없다는 점도 조금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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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 미시시피
톰 프랭클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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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배경은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의 작은 마을입니다. 작가인 톰 프랭클린 또한 미국 남부 앨러배마 주 출신입니다. 미국 남부, 특히 농촌은 아직 인종 차별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금방 흑백 문제에 대한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지요.

 

래리 오트는 정비소 집 아들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책과 텔레비전 보기만 좋아했을 뿐 친구도 한 명 없었습니다. 래리가 마을에서 결정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어렸을 때 동네 소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녀가 살아 있는 모습을 본 마지막 사람이 그였기 때문입니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그 일로 래리는 동네 사람들의 멸시와 놀림, 때로는 짓궂은 장난을 당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부모님이 남겨준 정비소를 운영해 가며 살아가죠.

20년 후, 그 마을에서 다시 여대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래리가 다시 용의자로 몰립니다. 래리는 중간에 누군가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죠. 한편, 래리의 유일한 친구였던 사일러스 존스는 경찰이 되어 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데니스 루헤인의 <미스틱 리버>, 토머스 H. 쿡의 <붉은 낙엽>은 작중 인물이 어렸을 때 끔찍한 경험을 한 뒤 그 기억이 성인이 된 후에까지 이어지며, 이에 그 인물이 극중의 현재 사건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세밀하게 묘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존 볼의 <밤의 열기 속에서>는 미국 남부 지방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적인 편견 속에서 살인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 흑인 형사의 활약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앞서 언급한 세 작품을 모두 합한 듯한 느낌입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를 따라 떠돌이 생활을 하던 흑인 소년 사일러스,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가 나중에는 어머니를 요양소에 보낸 후 판에 박힌 삶을 살아가는 래리 등 이들의 삶 이야기가 사건 수사 과정과 동시에 전개되며 래리와 사일러스가 친구가 되는 사연 등이 추리소설은 물론, 성장소설 및 치유 이야기로서의 성격도 띄고 있습니다.

다만 그 때문인지 정작 스릴러로서의 재미는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범인의 정체를 파악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그 근거도 보기보다는 빈약한 편입니다.

이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추리 스릴러에 성장소설로서, 또한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낸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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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밤에 본 것들
재클린 미처드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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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미처드의 작품은 한국에는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군요. 신문 기자였던 작가는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네 아이를 키워 가면서 틈틈이 쓴 소설을 발표하여 큰 인기를 얻었고 데뷔작인 <저 깊은 바다의 끝>은 13주간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죠. 최근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을 많이 발표하고 있으며,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화자인 앨리, 로브, 줄리엣이라는 세 명의 청소년입니다. 세 명 모두 잠깐이라도 햇볕을 쬐면 생명까지 위험해지는 색소성 건피증, 줄여서 XP라 불리는 희귀병 환자지요. 이 세 사람은 그 때문에 희귀병 병동에서 만났고 언제나 함께 다닙니다. 이들의 유일한 쾌락은 파쿠르, 즉 건물을 타고 넘는 일입니다. 밤에 거리에 나가 건물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자유를 만끽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어느 집에서 뭔가 수상한 금발의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 사람 옆에는 누군가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다음부터 앨리가 교통사고를 당해 팔이 부러지고, 앨리의 친구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죽자 앨리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동시에 로브와의 사랑도 키워 나갑니다.

 

재클린 미처드는 이 작품을 통하여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자세히 묘사하였고, XP와 파쿠르라는 소재를 잘 버무려 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자 화자인 앨리와 그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앨리가 병을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를 해 보려는 모습, 또한 희귀병 환자의 가족들의 심리와 행동 등을 보여줌으로서 감동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병을 극복하려는 앨리, 병원 침대에서 죽기는 싫다며 파쿠르의 세계에 빠져드는 줄리엣, 이들을 돕는 로브 등 캐릭터 묘사도 좋고, 앨리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점점 기대하면서 보게 되는 스릴러로서도 훌륭합니다.

단지 추리물로서 보면 결말과 수수께끼 풀이가 그리 깔끔하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사건보다 주인공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중점을 뒀다는 점 때문에 정작 사건 진상은 조금 흐지부지하더군요.

재클린 미처드의 작품이 앞으로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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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예술 탐정 시리즈 1
후카미 레이치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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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 드 파리(Ecole de Paris)는 1차 세계대전 뒤 파리에 몰려든 외국인 예술가들, 마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생 수틴, 키스 반 동겐, 모딜리아니 같은 작가들의 집단을 말합니다. 이 당시 예술가들의 삶은 대부분 비참했습니다. 경제도 어려웠으며 예술만으로는 생계를 이어 나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아카츠키 화랑은 에콜 드 파리 화가들의 작품 컬렉션으로 유명합니다. 어느 날 이 화랑의 주인이 자신의 서재에서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됩니다. 문제는 그 서재에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었으며 문도 창문도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다는 점입니다. 단서는 피해자가 쓴 <저주받은 예술가들>이라는 책뿐입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운노 형사는 피해자의 금전 관계, 갈등 관계 등을 수사합니다. 정신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관리인, 라이벌 화랑 주인, 피해자의 의절한 동생 등이 주요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그 와중에 운노 형사의 조카인 슌이치로가 미술 관련 자문을 해 준다는 핑계로 사건 해결에 뛰어들게 되죠. 수사하면 할수록 이 사건은 에콜 드 파리, 그 당시 그림들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집니다.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신본격의 법칙에 충실합니다. 명문가 내부에서의 집안 갈등, 저택에서의 밀실 살인과 이를 통해 일어나는 여러 문제점들, 탐정에 의해 명쾌히 해결되는 결말까지도요. 또한 캐릭터 묘사도 훌륭합니다. 운노 형사의 조카인 슌이치로는 내키는 대로 지껄이고 행동하는 이 같지만 지식도 많고 통찰력과 관찰력도 뛰어난 이며, 경부인 오베시미는 비현실적이라 여겨질 만큼 개그 캐릭터이고, 그 외 형사들 하나하나의 묘사도 잘 되어 있습니다. 책을 덮은 후에도 그들의 행동이 눈에 선하더군요.

또한 중간 중간에 에콜 드 파리라는 예술가 집단과 그 그림들은 물론 1차 대전 후 파리의 상황 등에 대한 묘사는 물론, <저주받은 예술가들>을 통해서 볼 수 있는 화가들에 대한 설명도 유익했습니다. 추리소설로서의 재미와 덤으로 예술사 지식까지 얻고, 양쪽의 분량 배분도 적당하였습니다.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앞서 언급한 대로 오베시미 경부의 개그는 조금 오버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입니다.

신본격의 팬이거나 예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 분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후카미 레이치로의 작품을 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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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4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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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추리소설에 등장했던 여러 명탐정이 모여서 추리대결을 벌인다. 이는 추리 독자는 물론 작가에게도 로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의 캐릭터를 가져다 쓰는 만큼 그 작가의 팬들에게서 항의를 받을 위험도 있고 잘못하면 그 캐릭터를 망쳤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으니 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니시무라 교타로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작가 중 한 사람이 이러한 일에 도전하였군요.

 

이 작품은 일본의 유명한 도난 사건인 ‘3억 엔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일본의 대부호 한 명이 세계적인 명탐정 네 명, 즉 엘러리 퀸, 에르퀼 푸아로, 매그레, 아케치 코고로를 불러 자신이 3억 엔 사건을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니 그 사건의 진상을 풀어 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그는 실제로 3억 엔을 준비했으며 그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물색해 놓았던 것입니다. 네 명의 탐정은 모두 나이가 칠순이 넘었지만 아직은 머리가 잘 돌아가기에 사건을 풀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얼마 후, 그 부호의 계획대로 3억 엔을 훔친 범인이 아파트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이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니게 됩니다. 네 명의 명탐정은 각자의 머리를 굴려 사건의 진상을 추론해 나갑니다.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든 캐릭터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일 경우에는 더 그렇죠. 셜록 홈즈의 경우 소년, 노인, 타임슬립, 현대판, 심지어는 여성 버전 등 여러 페스티시 및 패러디가 나와 있지만 이 중에는 코난 도일이 본다면 화를 낼 것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니시무라 교타로의 노련한 솜씨는 이 작품 곳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각 탐정 중 한두 명을 편애하지도 않으며 무엇보다도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3억 엔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흥미가 따르고, 마지막에 역시 탐정들답게 논리적인 사건 해결 방식도 돋보입니다.

아쉬운 점은 엘러리 퀸, 에르퀼 푸아로 등이 실제 활약했던 사건 언급이 많아 그 작품들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탐정 캐릭터들이 기대보다는 밋밋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문 다음에는 추리작가 아야츠지 유키토가 니시무라 교타로와 인터뷰한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니시무라 교타로라는 작가에 대하여 좀 더 많이 알 수 있으니, 이 인터뷰도 절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명탐정 시리즈도 총 4편까지 있다니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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