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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ㅣ 보림문학선 4
오카다 준 지음, 박종진 옮김, 이세 히데코 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표지와는 다르다.
책을 읽으면 사람이 맑아진다. 일러스트 하나하나는 그냥 성의없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흔한 그림같이 보여도 책을 읽으면서 바라보면 캐릭터 하나하나에 애정이 가고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그림으로 변한다. 그 가녀린 선터치가 판타지감성을 더 자극한다.
나이가 모두 다른 아이들끼리 모여서 노는게 방학숙제였던 아이들은 재미없는 야구를 하다가 비가 쏟아져 미끄럼틀 아래에 있게 된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들어가면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설정은 그 옛날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때부터 이어져오는 플롯이 아니겠는가.
근데 이거 너무 깜찍하고 판타지가 사람을 쥐고 흔드는 힘이 있다. 일본에는 이런 동화가 있었구나. 어릴 때 엄마가 사줬던 그 비싼 세계동화전집에서 느꼈던 그 신비로움과 낯선 즐거움이 간만에 느껴졌다. 나와는 정신세계가 전혀 다른 동네의 사람들이 쓴 동화는 나를 정신의 제3세계에 모셔다주어 풍요롭게 한다. 바로 이게 내가 원하는 거야.......라고 유치하게 읍조리며 보림문학선을 하나하나 다 사모아 나의 미래의 딸에게 읽게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이런 상상력, 너무 반갑다. 그리고 이런 귀여운 그림체 너무 착하다. 착한데도 심장에서 써억써억 파도소리가 들릴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게 한다.
근데 표지는 안습. 그 멋진 그림을 저렇게 채색해놓다니. 버럭.
게다가 핑크색제목은 대체 머냐. 그래도 보림문학선 사랑한다. 다 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