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재밌었다

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김영하, 재미있지 않은가.

호출 때부터 어쩌면 그리도 술술술 읽히게 쓰는지.

젊은 느낌의 한국 작가. 현재 많지 않다.

너무 외곬이거나 혼자서 오타쿠짓 하거나 학문에 힘쓰기만 하거나 구성력이 엉망이거나 했다.

왜 젊은 작가들이 일부러 무거워지려고 그렇게들 노력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왜 젊은 작가들은 그렇게 남들에게 있어보이려고 하는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퀴즈쇼를 무심히 읽었다. 재밌다 재밌다 진짜 재밌다는 소문이 무성해서.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음. 정말 재밌군. 헛. 근데 좀 가벼워보이는 걸.

근데 난 솔직히 빛의 제국의 무거움보다는 경쾌한 현대적이지만 약간의 빈티와 촌티(가령 음악적 취향을 밝히는~ )가 가미된 날것 그대로의 젊은 이야기가 너무 신선해서 좋더라. 무엇보다 내 주위에 그런 인간들이 많아서, 그런 인간들을 이해해주기 위해서라도 이런 소설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가벼운 것이 아니다.

이 소설이 다루는 청년 이민수가 가벼운 것이다.

그 가벼움에 대해 우리는 계속 성찰할 필요성이 있다.

왜 우리는 이렇게 가벼워졌는지, 그리고 왜 우리는 가벼움에 대해 자꾸만 금기와 처벌의 알레고리로만 흘러가는지. 왜 굳이 그래야만 하는지 말이다.

예전에 박완서의 소설을 읽다가 여성비하적인 내용이 나와서 매우 흥분하고 작가를 미워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때 나보다 훨씬 문학적이 식견이 넓고 그릇이 컸던 언어영역 교사가 말했다. "그건 오히려 여성비하를 꼬집으려고 더 리얼하면서도 강조해서 쓴 글이란다"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는데.

점차 그 작가의 작품을 읽어나갈수록 그 말이 이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 소재가 가볍다고 그 소설이 가벼운 건 절대 아니다.

그저 소재일뿐, 그것을 비판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그것을 바라봄으로써 뭔가 우리에게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것인지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것이 아닐까.

난 그냥 글 열심히 쓰는 김영하 작가가 좋더라.

왜냐면 이 시대에 얼마 남지 않은 '대중적'이면서도 '이름값'하는 젊은 감성의 작가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