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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평점 :
2018년 4월.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한다>는 글이 떠오릅니다.
글을 쓴 사람은 1995년, 스무 살에 삼풍 백화점에서 일당 3만 원의 알바를 하다가 참사를 겪은 사람이었죠.
악몽 같은 끔찍한 현장에서 살아 나왔지만, 그때부터가 진짜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참사를 겪은 피해자의 솔직한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저는 삼풍 생존자 입니다’
이 책은 상처가 상처를 끌어안는 책입니다.
부표 하나 떠 있지 않은 망망대해에서 어쩌면 희망이 될 책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며 진심으로 말합니다.
나도 살아, 그러니 당신도 살아 있으라고.
눈 깜짝할 사이에 생과 사를 넘나드는 참사의 현장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 순간을 저자는 침착하고 담담하게 기록했습니다.
‘나는 왜 살았고, 그 사람들은 왜 죽었을까?’
도무지 신의 의도라고는 짐작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경험.
남겨진 자들은 살았다는 것에 대한 고통도 받는다고 합니다.
그들의 죄가 아니고, 그들의 선택이 아닌 일에 괴로워합니다.
저자가 겪는 사고 후유증은 저의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파서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저자는 따뜻하고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삼풍 참사 말고도 저자를 아프게 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본인도 어려운 상황에서 부모 없는 아이들을 돌보며 사랑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끝까지 신을 원망하지 않고, 그 뜻에 순종하여 기도하며 살아갑니다.
이 책은 특별하고 소중한 기록입니다.
쉽게 포기할 수도 있는 인생을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슬프지 않았던 모든 날이 행복한 날’이라는 표현이 참사 피해자들의 인생 같습니다.
끔찍한 기억은 절대 사라질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그 상처와 동행하며 조금 덜 아프게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삼풍 백화점 생존자에게 사람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 보상금은 얼마냐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을 하면서, 그 보상금의 10배를 받아도 그 일을 겪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많이 묻는 말이 불행을 겪은 사람을 어떻게 위로 하느냐라고 합니다.
저자는 불행에 빠진 이웃을 병원에 입원한 환자처럼 대하면 좋겠다고 조언합니다.
놀란 환자를 진정시키고, 그의 상태가 괜찮을지 따로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피라고 합니다.
저는 아픔을 겪는 누군가를 위로하려면 이 책을 선물해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회가 함께 읽고 기억해서, 제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을 공유합니다.
27p. 내가 진짜 결혼을 못 하게 된 이유는 어려서 너무 큰 불행에 피폭당해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잃었기 때문이다.
43p. 산 사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한다.
55p. 잊지 마. 시작된 모든 일에는 끝이 있어.
69p. 그간 나름 불행에는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92p. 나를 다치게 한 것도 세상, 나를 치유한 것도 세상
106p. 악몽 같은 사회적 비극을 잊지 말라. 기억해 주자. 그래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안전해진다.
124p.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관계가 만나 함께 살면 그들이야말로 실제 가족이다.
147p. 종교는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체험의 영역. 종교는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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