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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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서평

구미호 식당은 일단 죽고 나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미 죽은 인물인 도영(10대 소년) 민석(40대 남자)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중간계에서 서호라는(구미호 같은) 존재를 만납니다. 서호는 한 모금의 따뜻한 피를 주면 49일 동안 이승에 머무르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도영과 민석은 ‘구미호 식당’이라는 간판이 걸린 식당에서 함께 지냅니다.

그런데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 아닙니다. 얼굴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고 식당 밖으로 나가는 것도 금지입니다. 밖으로 나가면 엄청난 고통이 따르죠.

살아있을 때 요리사였던 민석은 꼭 찾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크림말랑’이라는 자신의 특별한 요리를 널리 알려서 그 사람을 찾으려고 하죠. 반면에 도영은 이승에 별로 미련이 없어요. 가족은 할머니와 이복 형이 있는데 구박만 받았죠. 도영과 민석은 49일동안 어떤 날을 보낼까요? 구미호 식당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박현숙 작가의 신간 ‘구미호 식당’은 독특한 마력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책에 높은 흡입력을 가진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다음 장에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까?궁금해하다가 책을 손에 잡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네요.

이 책은 연극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구미호 식당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고 등장 인물도 많지 않거든요. 대사는 통통 튀고 이야기는 흥미롭게 이어지는데 담고 있는 교훈은 깊이가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삶을 바라보는 각도를 달리 해보았어요. 죽음의 시선에서 내 인생을 응시하며 만약 내일 죽으면 가장 후회할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른인 민석의 모습을 통해서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고, 도영의 모습에서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만났어요.

특히 도영의 이야기가 안타까워요. 죽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사람이었는지,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는 도영의 모습을 보며.. 지금은 제 곁에 없는 사람들도 생각났어요. 그 사람들도 제가 그들을 얼마나 고마워하고 사랑했는지 알고 떠났기를 바랍니다.

내가 죽어도 누구 하나 진심으로 슬퍼할 사람 없을 거라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죽기조차 억울하더라고요. 그 시절에 이 책을 만났으면 큰 위로가 되었을 것 같아요.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구미호 식당’을 통해서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구미호 식당’은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아담한 사이즈라 핸드백에도 쏙 들어갈 수 있으니 선물용으로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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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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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랜드 서평

understand.
‘이해하다’는 동사에는 무엇인가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그것의 아래를 가봐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discover.
‘발견하다’는 구멍을 파서 드러내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시선은 대부분 하늘에 향해 있습니다. 하늘을 생각하면 자유롭고 상쾌합니다. 저 구름 너머에 광활한 우주가 있어요. 누군가는 천사나 천국이 있다고 믿기도 하죠.

그런데 땅속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한가요? 어둡고 음울해요. 일부러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아요. 누군가는 지옥이 있다고 믿고요.

사실 하늘보다 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많아요. 온갖 풍부한 자원을 제공하고 안락하게 쉴 보금자리를 내어주죠. 이 고마운 땅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신 적이 있나요?


로버트 맥팔레인의 책 ‘언더랜드’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세계에 눈을 뜨게 합니다. 작가는 이 책으로 독자의 내면을 확장시킵니다.

책의 첫인상은 판타지 소설 같았어요. 거대한 나무가 대지와 뒤엉킨 강렬한 표지에 사로잡혔고, 섬세하게 묘사한 문장들에 설렘을 느꼈습니다.

집필 기간만 6년이 걸린 이 책은 작가가 여행한 언더랜드의 기록서인데요. 저에게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서처럼 다가왔습니다.

로버트 맥팔레인은 자연에 관한 저술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의 저서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각색되었는데요. ‘언더랜드’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의 기분으로 독서에 몰입했습니다.

자연에 대해서 알면 자연과 사랑에 빠지고, 인간들의 세상에서 살아갈 교훈을 얻습니다. 언더랜드를 알아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언더랜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우드 와이드 웹’이었어요. 이것은 땅 밑에서 이루어지는 균류 네트워크인데요. 땅속에서는 식물과 곰팡이들이 서로의 자원을 공유하고 분배합니다. 아픈 식물이 있으면 돌보고, 서로에게 면역 신호도 보냅니다.

그곳은 종을 초월한 세계입니다. 모든 나무가 서로에게 보호자이죠.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인가요? 어째서 우리 인간들은 이들처럼 하지 못하고 서로를 질투하고 다치게 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뿌리는 땅속에서
서로를 향해 자라고 있었다.
가지에서 아름다운 꽃이
모두 떨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둘이 아닌 한 그루의
나무였음을 알게 되었다.

-루이 디 베르니이즈-



우드 와이드 웹의 세계를 알면 이런 글의 진정한 의미도 깨닫죠. 너무 달라서 서로에게 고통만 준다고 생각한 누군가와도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하게 여길 수 있죠.


언더랜드를 들여다보면서 ‘매장’의 다양한 형태도 알 수 있었어요. 우리는 땅에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죽은 이를 묻기도 하고, 소중한 기억을 담은 타임캡슐이나 보물을 숨기고, 쓸모없는 쓰레기를 파묻기도 합니다.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에는 지구 최후의 날을 대비해서 온갖 종자를 보관한 금고가 있고요. 지구 여기저기에는 핵 폐기물을 묻은 곳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절대 열지 말라고 다양한 언어로 경고문이 쓰여 있다고 해요.

종자 저장고? 핵폐기물? 미래의 후손들이 무엇을 찾고 개봉하느냐에 따라 축복과 저주가 갈리겠죠.

언더랜드에서는 인간도 살 수 있어요. 특권을 누리는 자들은 하늘 높은 곳을 좋아합니다. 고층 빌딩을 세우고 멋진 경관이 보이는 곳에서 살죠. 그러나 가난하거나 박해받는 자들은 어둡고 낮은 곳에 모입니다. 언더랜드가 그들을 품어 주었어요.

터키 카파도키아 지역에는 200여 개의 지하 도시가 있다고 해요. 깊은 우물이라는 뜻의 ‘데린 쿠유’라고 불리는 이곳은 2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았어요. 종교적 박해와 두려운 적과 혹독한 날씨를 피해서요. 마치 개미가 땅굴을 짓는 것처럼 아래로 아래로 파고 들어갔죠. 아직도 완전히 발굴하지 못했다는데, 얼마나 거대할까요?

카타콤이라는 곳도 있어요. 그곳은 지하 묘지인데 지금은 사람들이 파티를 열거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여행지가 되었죠.

이러한 도시들은 암반 속에 있었기에 지상의 도시가 사라져도 보존될 수 있었어요. 땅속에 고스란히 보존된 과거 덕분에 우리는 역사를 알고 교훈을 얻습니다.

빙하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 신비로웠어요. 얼음에도 기억이 있습니다. 얼음 안에 갇힌 공기방울은 상세한 대기 조성을 보존합니다. 불순물 안에는 과거의 화산 폭발, 오염 수준, 햇빛의 양까지도 읽을 수 있는 데이터가 담겨 있어요.

이렇게 비상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만, 얼음은 온도에 따라 순식간에 상실되어버리죠. 빙하 학자들은 이 소멸성에 매력을 느낀다고 하네요.

빙하 학자도 신기했지만 동굴 탐험가도 흥미로웠어요. 산악인은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데, 동굴 탐험가는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지하로 하강하니까요.

언더랜드에 대한 탐구심 때문에, 하젤바튼이라는 사람은 극한 지하 환경에서 미생물을 채집해 항생제 내성 물질을 발견했어요.

알면 알수록 사랑에 빠지게 하는 언더랜드. 온갖 신화와 환상을 품은 곳이기에 창작자들에게도 영감을 주죠. 저에게도 언더랜드에서의 시간이 많은 깨달음을 얻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우리가 현재 집착하는 많은 것들은 곧 사라질 것들이며, 언더랜드에서 보존되지 않을 것들입니다. 불영원성에 대한 인정이 삶을 편안하고 너그럽게 만들어요.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생각해 보아요. 과연 우리가 만들어낸 위험 물질로부터 미래 세대를 보호할 수 있을까요?

자원을 대책 없이 쓰고, 온갖 쓰레기를 파묻고, 서로를 경계하는 마음 때문에 핵을 만들고 그 폐기물을 땅에 묻는 현재의 인류!

이 책 언더랜드는..
엄마의 자궁처럼 어둡지만 따스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파하고 있어요.
땅이 부르는 가슴 아픈 노래.
우리는 이 아름답지만 슬픈 노래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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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의 표류기, 헨드릭 하멜 다문화 인물시리즈 6
박현진 지음, 이은혜 그림 / 작가와비평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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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 여수에 가면 하멜 등대가 있어요.
이제 하멜 기념관도 생겼고요
돌산에 가면 빨간 등대 보이는데요!
거기가 하멜 등대랍니다.
갑자기 한국에 표류되어서
여수에도 머무른 적이 있는 하멜!
그래서 반갑고 기억하고 있죠.

하멜은 네델란드로 돌아가서
조선에 대한 글을 쓰는데요.

그것이 ‘하멜 보고서’이죠.
우리는 하멜 표류기 라고 알고 있어요.

하멜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는데요.
쉽고 흥미롭게 쓰인 책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하멜은 조선시대에 배를 타고 표류한 네델란드 사람이죠.
하멜의 시선에서 당시 조선을 읽을 수 있는데요.
이 책은 하멜 표류기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시선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할아버지가 엄마가 중국사람인 손자에게
하멜에 대해서 알려 주는 이야기 책 구조입니다.

강진에 있는 하멜 기념관 사진도 나오고요.
600년이나 서 있는 은행나무 사진도 있어요.
과거의 하멜과 오늘날의 우리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나무라니! 신비롭네요.


세계는 하나로 통하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하멜 말고도
다문화 인물에 대한 시리즈로 책이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겠어요.

오래 전부터 우리는 다른 민족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 왔어요.
앞으로는 국제간 관계가 더욱 중요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많은 한국인들이 다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부족해요.

특히 이번에 코로나19 이후에
다문화 사람들에 대한
경계나 의심이 심해져서 안타까워요.
과거에 하멜이 조선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그 내용을 읽으며 참 부끄럽고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다행히 좋은 조선인도 있었죠.

저도 이런 책을 많이 읽으면서
다문화에 대한 존중 의식을 기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책을 자주 접하게 해야겠어요.
하멜에게 손을 내밀어준 따스한 조선인들처럼
우리도 좋은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문화 시리즈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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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빠른 철학 공부 - 1페이지로 보는 동서양 핵심 철학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시리즈
보도사 편집부 지음, 박소영 옮김, 오가와 히토시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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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
쉽고 친근하게 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철학공부> 덕분입니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철학자들의 이론을 간략하게 정리해 두었는데요. 이런 책도 나오고 세상이 참 좋아졌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즈덤하우스의 보도사 편집부가 지었는데요. 집단 지성이 힘을 발휘한 것 같네요.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고 내부는 그림이 들어간 컬러입니다. 중고등학생도 쉽게 읽을 정도로 내용도 쉬워요. 유명한 철학자들의 핵심 발언만 모아두었기에 모범생의 요점 정리 노트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나무를 자세히 보는 책이 있고 숲 전체를 보는 책이 있다면, 이 책은 숲을 보기에 좋은 책입니다. 철학자가 인생을 바쳐 연구한 학문을 단 몇줄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그래도 철학사의 전체 맥락을 읽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상식이나 면접 준비, 논술 시험 준비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부분만 보고, 전체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책은 고대 - 중세 - 근세 - 근대 - 현대의 대표 철학자와 동양 철학까지 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정리한 덕분에 이전 시대의 철학이 후대의 철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요즘은 SF영화나 판타지 세계관에도 작가의 철학이 필요한데요, 다양한 철학을 공부하고 나의 철학을 확립하는 것에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변증법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 책의 요약본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익숙하게 접한 명언들이 책에 많이 나옵니다. 또 흥미로운 점이 철학자들의 성격이나 사생활도 짧게 언급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읽으면서 관심이 생긴 부분을 기록해봅니다.

-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한 탈레스
- 수가 만물을 지배한다고한 피타고라스(종교 단체의 교주까지 함)
- 내가 무지하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것도 모른다고한 소크라테스
- 만물의 본질은 개개의 사물에 있다고 하면서, 연구에 몰두해야하니 노예제의 필요성을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
- 악이란 선이 불충분한 상태라고한 아우구스티누스
-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한 마키아벨리
- 결혼은 새장과 같다고한 몽테뉴
- 세계는 신 그 자체라고한 스피노자
- 입법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야 한다는 공리주의자 벤담
-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지만 노출광에 변태 성욕자였던 루소
- 많은 사물의 대립 속에서 보편적 진리를 도출하는 변증법을 제시한 헤겔
- 인생은 피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염세주의의 쇼펜하우어
-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 생산수단을 공유화하고 생산물을 분배하자고 한 마르크스
- 마음 먹기에 따라 결과만 좋다면 모든 생각은 그 안에서는 진실이라고 한 제임스
-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한 보부아르
- 인생의 모순(무의미하고 부조리한 행위의 반복)을 받아들이면 훨씬 살기 편해진다고한 카뮈
- 주권이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되었고,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글로벌 사회를 이해한 네그리
- 정의란 무엇인가를 집필하고, 개인의 판단은 공동체와 연결 되어 있다고 한 샌델
- 서양 철학이 인간 중심주의에 지배되어 왔다고 주장하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 메이야수

등등~ 인상적인 내용을 메모해보았어요.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바쁜 현대인들이라면
초스피드 핵심 교양책인
‘세상에서 가장 빠른 철학공부’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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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역사 - 김 시스터즈에서 BTS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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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역사 서평>


한류에 대해서 섬세하고 냉철하게 분석한 ‘한류의 역사’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한류를 잘 정리한 서가처럼 체계적으로 조사, 분석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1945년 해방 이후부터 2020년까지, 김 시스터즈에서 BTS까지,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 여행 속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732쪽이라는 많은 분량의 책이지만 읽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80년대 이전은 경험하지 못한 문화였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수 있었고, 90년대 이후는 직접 경험했던 문화이기에 공감하며 추억을 되살리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한류를 위대하게만 생각하는 단편적인 시선을 가지신 분과,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주역인 ‘빠순이’들에 대한 한심한 생각을 하시는 분과, 앞으로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쳐나갈 계획을 세운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네요.

이 책은 단순히 한류에 대해서만 분석한 것이 아닙니다. 한류가 일어날 수 있었던 정치적 배경, 문화적 배경, 국내외 중심 사건들을 함께 분석했습니다. 덕분에 우주에서 세계를 내려다보는 위성의 시선으로 한류 파동을 바라보았습니다.

촘촘하게 잘 정리한 내용을 읽다보면 과거의 어떤 선택이 한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고, 발목을 잡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이 책도 지혜롭게 한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 도움을 줄 내용이 가득합니다.


*


제가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을 소개해 드릴 테니 여러분도 잠시 한류의 역사를 여행해 보시죠.


<1960, 1970년대>

- 최초의 한류는 국내에서 발생. 한국 대중문화의 모태인 ‘미 8군쇼’. 미국위문협회에서 정기적으로 오디션을 실시했고 이것을 준비하던 용역 회사들이 훗날 연예 기획사의 효시가 되었음. 이때 김 시스터즈가 큰 인기를 얻음.

- 미국 헐리우드 영화가 강세를 보이던 시절에서 1960년대에는 국산 영화 상영을 의무화하는 ‘스크린 쿼터제’가 도입. (다양한 평가가 있겠지만 이런 제도가 국내 대중문화 산업을 보호하고 힘을 실어주었음)

- 종로 ‘세운상가’의 뜻은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는 뜻인데, 이곳이 1970년도에 미국 문화에 굶주린 젊은이들이 찾는 곳으로 떠오름.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였고 불법 음반(빽판)의 집결지.

- 1970년대 대학가요제, 해변 가요제, 강변가요제 등장으로 젊은 세대의 대중음악 발전.


<1980년대>

- 컬러 방송의 시대. MTV 개국으로 뮤직 비디오 전성시대 열림. 음악이 듣는 것만이 아닌 보는 것으로 바뀜. MTV의 국경을 파괴한 선곡 덕분에 K-POP도 소개됨. 이때 이수만은 유학길에서 에이전시의 존재를 체험.

- 통금이 해제되자 심야 극장이 발전. 조용필의 시대(치밀한 매니지먼트 가세, 오빠 부대가 커지고 음반 시장이 10대들에 의해 움직임). 서구 음악에 쏠려 있던 시장의 주도권이 우리 대중음악으로 옮겨감.

- 자동차 수출 커짐, 아시안 게임과 88서울 올림픽 개최(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힌 한국)


<1990년대>

- SBS개국(10년이 넘게 KBS, MBC가 누린 독과점 체제 끝. 방송국 간의 저질 경쟁이 심화 되었다는 평도 있으나 시청률 경쟁 덕분에 드라마 수준 높아짐. 연예 기획사의 발전에도 영향을 줌. 공채를 하지 않아서 대형 연예 기획사 등장)

- NASA에서 일하고자 했던 꿈을 엔터테인먼트 사업 방향으로 바꾼 이수만(뉴 키즈 온더 블록의 성공을 본보기 삼아 아이돌 육성 준비).

- 서태지와 아이들 등장(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좋지 않았지만 젊은 층에서 큰 인기). 최초의 트랜디한 드라마 ‘질투’ 중국에 수출하여 큰 성공을 거둠(그보다 앞서 수출된 드라마는 ‘사랑이 뭐길래’).

- 문화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마어마해진 시대(‘쥬라기 공룡’ 영화의 흥행 수익이 한해 8억 5천만, 이것이 영상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설득력을 보여줌). 제일제당(현재CJ) 진출(드림윅스의 사업 파트너로 경쟁했던 삼성과 제일제당).

- 세계화 시대. 영어 열풍. WTO 출범. 케이블TV시대 열림. KM, Mnet, 인터넷, 닷com열풍.

- HOT 등장. SM, YG, JYP 대형 엔터테인먼트 본격 활동기.

- 홍콩이 영국 식민지배 청산하니 한류에는 기회가 열림. ‘별은 내 가슴에’, ‘사랑이 뭐길래’ 수출로 뜨거운 관심, HOT 같은 한국 대중음악도 인기 높아짐.

- IMF에 한류가 탄력 받음. 국내 시장 집중이 아닌 ‘밖으로 나가야 산다!’는 인식이 퍼짐.

- 일본 대중문화 국내 개방(일본 베끼기 현상도 심해짐).

-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함.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헐리우드적인 영화 ‘쉬리’. 공연 ‘난타’, ‘명성황후’, ‘점프’등 세계 시장 진출.


<2000년대>

- 노래방 문화가 전국에 퍼짐. 프로게이머들의 활약

- 한국 드라마 수출 부흥기. 일본에서는 보아가 큰 인기를 얻음.

- ‘친구’, ‘JSA’, ‘겨울연가’, 2002한일 월드컵(뜨겁게 뭉치는 국민들) 등 각종 신드롬 발생.

- MP3 디지털 혁명. 소리바다 같은 무료 음원 사이트 생겼지만 위기를 기회로! 재빨리 디지털 시장으로 전환.

- 리메이크 판권 수출. 한국 배우들의 해외 진출. 한류 열풍이 거세지니 비판의 시선도 생김.

-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촬영 장소나 협찬 브랜드 등 다른 사업도 발전함(한류가 문화에서만의 현상이 아니라 IT, 자동차, 휴대폰 등 다른 사업에서도 높아짐).

- 한류 부작용도 생김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여성 성매매 인기. 혐한류 거세짐. 멜로드라마 과잉. 자기 복제 콘텐츠. 수익 분배의 양극화. 한류가 한국적인 것을 파는 게 아니라 외국 문화의 원형에 빨대 꽂고 버틴다는 비판. 주체성 없는 로봇 같기에 처음부터 한류는 존재한 적 없다는 주장도 생김)

- 미드 열풍(프리즌 브페이크). 칙릿 열풍. 북한에까지도 한류 열풍. ‘한드는 막장, 일드는 과장, 미드는 긴장’이라는 말 나옴.

- 유투브가 국내 미디어 시장에 진입.

- SNS가 제2 한류의 기회가 됨. 온라인으로 미리 반응을 체크할 수 있어 시행착오 줄임.

- 대형 연예 기획사들의 아이돌 육성에 인성교육 강조(한국은 연예인을 공인으로 간주하고 높은 도덕성까지 요구하는 유별난 나라)

- CJ엔터테인먼트 탄생.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나는 가수다’같은 음악 경연 프로그램 열풍. 예능 포맷도 해외에 수출. 뽀로로, 로보카 폴리 같은 애니메이션의 세계 시장 진출.

- 유투브를 통한 급속한 한류 확산. 1인 방송의 급증(크리에이터, 유투버, V로거)

- 한류가 거세지면서 질투와 반감의 시선도 커짐. K-POP의 성공요인 분석(장기계약, 스파르타식 훈련, 사생활 관리 등).

-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 ‘던전 앤 파이터’ 게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 확보.

- 스타 PD, 작가들의 중국행(제작 인력의 해외 유출 심각). 중국 거대 자본이 국내 제작사 인수(차이나 머니의 습격). 한류의 중국화(중국 시장에 맞추기 위해서 제작 초기부터 노력. 단기로는 돈을 벌겠지만 앞으로 기술력만 유출되고 자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큼). 중국 시장 눈치 보기(트와이스 쯔위의 ‘청천백일만지홍기 사건’)

- 다국적 혼성 그룹 기획이 늘어남.

- BTS 출격! 국내파, 촌놈, 흙수저 아이돌 자처. 청춘의 생각, 꿈, 사랑의 스토리. 팬들과의 소통이 높은 그룹(편견과 억압 속에 성장한 그룹). BTS가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음(싸이는 2위에 그친 이유가 미국 내 라디오 선곡 횟수가 장벽이었는데, BTS는 팬클럽 아미들의 영향으로 가능해짐.)

-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 최고 작품상 수상.

- 페이커 같은 프로게이머가 세계적인 인기(K게임 시장이 K팝의 10배)


*


한류를 만든 요인 10가지 분석은 621페이지부터 나와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찬찬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 뛰어난 혼종화, 융합 역량과 체질
- 근대화 중간 단계의 이점과 ‘후발자의 이익’
- ‘한’과 ‘흥’의 문화적 역량
- ‘감정 발산 기질’과 ‘소용돌이 문화’
- 해외 진출 욕구와 ‘위험을 무릎 쓰는 문화’
- ‘IT강국’의 시너지 효과
- 강한 성취 욕구와 평등 의식
- 치열한 경쟁과 ‘코리안 드림’
- 대중문화 인력의 우수성
- 군사주의적 스파르타 훈련


‘한류의 역사’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콜럼버스 효과’입니다. 이것은 획기적인 발견이나 혁신을 이룬 선구자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인데요. ‘선발자의 불이익’을 의미합니다. 콜럼버스는 황금의 땅 인도를 발견했다는 것에 사로잡힌 후, 별로 이득 없이 신대륙에서 금광을 찾다 씁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발견을 발판 삼아 신대륙에 진출한 2세대는 큰돈을 벌었습니다. 이것은 ‘후발자의 이익’을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 선점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런 경우를 보면 선발자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상심할 일은 아니죠. 오히려 후발자의 이익을 누리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한류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에서 흘러들어온 문화에 사로잡힌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후발자의 이익을 누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 민낯을 마주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베끼기를 했던 한국이 표절 당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억울하고 손해 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겠죠.

이 책은 지금의 한류가 다변화와 성숙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합니다. 지금까지의 한류는 대부분 민간 부분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판단합니다. 정부는 뭘 만들어내려 하지 말고 현장 실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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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업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것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한류에 대해서 저도 무척 자긍심을 느낍니다. 책을 읽으며 한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한류는 결국 내실이 탄탄해야 외부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응원해야 바깥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국내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앞으로의 한류를 이끌 주역들도 국내 시장은 무시한 채 해외 시장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국내에 뿌리를 둔 단계적 진출을 계획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한류의 미래를 기대합니다. 또한 대중문화와 상업성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지나치게 상업주의만 강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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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떠올리면 음악, 드라마, 연예인 정도만 떠올렸는데요. 이 책을 읽는 동안 게임, 애니메이션, 다양한 수출 산업, 그리고 현재 떠오르는 시장인 웹툰이나 웹소설, 1인 방송 분야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 역시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미래의 인재를 키워낼 엄마로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현재 큰 시장을 차지하는 유투버들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빠져 있었습니다. 유투버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들이 한류 시장에 끼친 상업적 문화적 영향도 궁금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언텍트 시대에 한류의 새로운 주역이 될 수 있기에 다루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류의 미래’라는 책이 나온다면 이 분야에 대해서도 언급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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