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살인 - Private ey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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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써야 하나 망설여졌다. 이유는 단 하나.
좋지 않은 평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재미' '감동' '의미' '스릴' 어느 것 하나 채워주질 못했다.
'한국형 탐정 추리극'이란 이름은 이 영화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의학, 여자 이공학자, 그리고 한때 친위대 일원이었던 군관 탐정 황진호, 화려한 역할에 비해
각각의 캐릭터가 하는 역할은 미흡하기 짝이 없이 낭비되었고 캐릭터의 일관성도 부족했다. 

의학도가 혈관을 잡는 법이나, 기도를 뚫는 장면 등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 일색이다
CSI로 달련된 탓일까. '별순검이 차라리 낫다'는 블로거의 글에 급공감한다.

또 사건을 풀어가는 내내 극심한 변화를 보이는 주인공 황진호는 어느 하나의 특징도 살리지 못했다. 돈 밝히는 탐정인지, 애국심 있는 탐정인지, 불행하게 죽어가는 서민을 안타까워하는 정의의 사나인지. 아니면 그저 본능적으로 탐정놀이에 미친 놈인지.

배우 황정민은 '너의 내 운명'에서 벗어나질 못했으며, 마치 그가 혼자 펼치는 연극을 보는 마냥
내내 불편했다. 그의 어색한 대사는 계속 뒤이어 나를 때렸다. 마치 어긋한 턱이 내는 소리처럼

거창한 영화 제목 뒤에 빤히 보이는 해답.. 
차라리, '이중인격'이, '그림자 살인'에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스릴러, 적어도 관객을 잠시나마 속일 수 있어야 하는데 시작 후 몇분만에 범인의 신상을 알 수 있었다
상상력의 부재인가. 아니면 진화한 관객을 넘어서는 스릴러를 만들기엔 아직 역부족인가 

뻔한 탐정놀음에 지겹기까지한 쌈박질 씬.. '어째서, 이 영화가 평점 7.8이 나오는 거지. 
(보통 나는 맥스무비의 평점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곤 한다)

금쪽같은 평일 오후의 시간을 허무하게 소비했는데,
신문기사들은 '<그림자 살인> 125만 돌파  롱런 기대'라고 광고들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영화, 광고인지 정보인지 알 수 없는 정보량에 토 나오는 상황 속에서,
'잘되었다고 평'하는 글보다, '아니다'라는 글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좋지 않은 평'도 써야하는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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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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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이, '고민하는 힘'을 대변해 준다
날카로운 눈빛,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서린 그의 얼굴에 시선이 꽂혔다.
책 표지로 인물사진, 그의 얼굴은 '고민하는 힘'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상중의 힘으로 '나쓰메 소세키', '막스 베버'와 동행하다
그에겐 여러 수식이 있지만 내가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는 건 '극우파의 칼침을 우려해 배에 신문을 대고 다닌다'는 일화다. 그의 진지한 얼굴과 달리 그의 글은 마치 1:1 인터뷰 하는 마냥 차분하고 깊이있게 나의 궁금증을 풀어내 주었다. 또한 마치 한국인이 쓴 글처럼 색다른 표현을 읽는 재미도 한몫했다. '싱싱하게 읽히는 남녀의 모습'. '결혼, 쓰다 버린, 그래서 차갑고 딱딱해진 것처럼 변한' '정보량에 트림이 나오는'

그의 우울했던 청춘시대 의지가 되었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는 그의 책에 선뜻 동행해 주며, 글속에서 새롭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의 예리한 지성과 시대를 아우르는 통찰력으로 채워진 아홉가지 주제를 읽으며, 그간 이유없이 방황했던 내 내면을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그의 깊이 있는 고민을, 책 한권으로 읽게된 것이 무척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한권을 읽은 댓가로 너무 많은 것을 보고 가진 것 같아서. 

그의 책의 힘은, 누구나 고민해 봄직한 주제를 깊이 있게 꿰뚫어봤다는 것
한번쯤 이런 고민을 한다. 왜 살아야 하나. 왜 죽으면 안되나. 왜 일해야 하나. 사랑이 대체 무언가.. 이런 물음에 이 책은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무엇이 잘못되었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사유한  문학적, 사회적, 철학적, 경제학적 관념들을 끌여들여 아홉가지 주제를 꿰뚫어 풀어주고 있다.  

이 아홉가지 물음이 많은 독자를 이끌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한번쯤 해 봄직한 물음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게 고민스럽게 생각하고 살진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대 20대 50대.. 세대를 망라해서 그 어느 시점에서든 한번쯤 멈춰서서 '왜'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점이, 그의 독자층을 앞으로도 넓혀주리라 생각된다.  

아홉가지 주제 중에, 유독 나의 이목을 끌었던 주제의 의미있는 구절을 다시 살펴본다  

나는 누구인가?
- 나는 '자아'가 강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중심주의자'였다.
''자아중심주의자'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사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지만,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대개 '타자'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때문에...'(31p) 이 구절을 읽고 깨달았다. 나는 자기중심주의자였음을. 왜 타자와 이어지기 힘들어진 것인지를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너'를 이해해야 했다. 
 
제대로 안다는 건? (내가 가장 감명깊게 읽은 부분이다)
-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의 문제는 곧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람인지 묻는 물음'
'과다한 정보량에 트림이 나올 듯한 기분' (65p) 아주 정확한 표현에 놀랐다.
과다 정보로 열정적으로 탐구하지도 호기심도 없어졌다는 그의 말은 통찰력 있다
'과학은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과학은 그 행위의 궁극적이고 본래적 의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대답하지 못한다'(68p) '뿐만 아니라, 인간 행위의 소중한 의미를 하나씩 빼았아 간다'  현실의 육체나 감각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세계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적당한 형태로 자기 신체에 맞춰 한정하는 것 필요하지 않겠는가.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의 문제는 곧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람인지 묻는 물음' 우리는 조직과 제도를 만들 때,(특히 교육제도) 이 뼈져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믿음'에 대한 논의에서 '자유로부터 도망쳐 절대적인 것을 찾는 인간의 본능'과 '인생이란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들의 집적, 결국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고... '의미'를 얻어야 한다는 말은 '구원'의 또 다른 해석으로 다가왔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행복하고 싶다와 사랑을 착각하고 있는 것, 결국 사랑에는 형태가 없으며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  결국, 사랑은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결과, 한쪽이 행동을 취하고 상대가 응하려고 할때 성립되는 것, 그런 의지가 있는 한 계속되는 것이 사랑' 특히,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사랑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사랑이 되기 쉽다'는 말은 내 머리를 크게 울렸다. 나는 지금껏 행복해지기 위한 에고이즘적 사랑을 했던 것 같다.   


자신의 내적 반성의 시간, 이제 내가 고민할 차례
이 책은,   ‘자신을 지탱해 온 가치나 삶에 방식에 대한 그 뿌리 깊은 내적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나만의 '깊은 고민'에 빠지고 싶어졌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 건지 난감했다...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는 ‘생각한 것을 취하기만 했지,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진 못한 것이다.'  

나도 '나쓰메 소세키'를 찾아가야겠다. 그는 내 인생에 어떤 질문을 던질까.   
'영혼이 없는 전문가, 마음이 없는 향락인'(막스 베버)이 되기 보다는 '확신'이 올때까지의 끊임없는 '고민'끝에 인간답게 하는 '존재보다 본질'을 더 탐구하는 인간다운 영혼과 마음을 지닌 나이고 싶다.   

'고민의 힘'을 통해 뻔뻔하고 배짱두둑해진 그처럼, 나 역시 몇년 뒤 그런 삶을 살길 바라며. 강상중 교수의 '끊없는 관계를 통해, 자신의 자리를 찾으라'는 말을  당신에게 전한다.


'영혼이 없는 전문가, 마음이 없는 향락인'(막스 베버)이 되기 보다는 '확신'이 올때까지의 끊임없는 '고민'끝에 인간답게 하는 '존재보다 본질'을 더 탐구하는 인간다운 영혼과 마음을 지닌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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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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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도 아무도 자리를 뜨질 않았다...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제를 만들기도 풀기도 하는 수학자, 이시가미 선생

청명한 아침을 울리는 새소리, 옆집 야츠미와 그녀의 딸의 아침 대화.

오직 '수학'에만 열중하는 고등학교 수학 선생 이시가와의 평범하고도 규칙적인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가설을 세워 검증으로 문제를 푸는 물리학자, 유키와 교수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다'고 믿는 유카와는 형사 우츠미를 돕는 역할을 한다.

그는 불가능한 일에 대한 가능한 이유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범인을 찾는 것이나, 죄를 받아야 한다는 '정의감'으로 문제를 풀지 않는다.

 

직감을 믿는 형사 우츠미

어려운 사건일수록 유키와를 찾아 도움을 받곤하지만, 그녀의 직감과 그의 논리적 사고는 대립한다
특히 '사랑' 방정식에서는.



세사람, 평범한 옆집여자 야스코 전남편 살인사건으로 대면하다

우연히 옆집여자 야스코의 살인을 목격하고 그녀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드는 이시가미,

그러나, 너무도 잘 짜여진 각본에 더욱 의심하게 되는 형사 우츠미.

이시가미와 유카와는 대학 동창임을 알게되고 유키와 교수를 찾게 되는데...

'천재'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는 그가 고등학교 선생이 된 것을 의아해하며 이시가미를 찾은 유키와.

이시가와의 '자네는 늘 그대로 젊어'라는 말에 그가 사랑에 빠졌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되는데. 

 

 

풀어도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 문제, 유키와는 선택은

친구를 곤경에 빠뜨리고 싶진 않지만, 물리학자의 본능으로 사건을 파헤치고..

문제는, 그가 이 문제를 풀어도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오히려 불행해지겠지.

그에게 친구인... '이시가미'..  풀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문제를 풀기위해, 결국은  X라는 변수가 항상 필요하듯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희생’이 필요한 것일까.

풀어서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을 문제는 푸는 의미가 없다. 

결국은 ‘진실’과 '사랑'이 인간답게 하는 살면서 풀어야할 우리의 숙제인가.

'그 좋은 두뇌를 이렇게 밖에 쓸 수 없는게 안타깝다'는... 유카와의 탄식..

'그렇게 말하는 게 ‘너뿐’이라는 이시가미'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이 '시간(이성, 논리)'이라는 굴레가 없어져야 하는 것처럼

결국, ‘사랑, 헌신, 희생’인가......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이...



간만에 맛본 수려한 작품

탄탄한 짜임새, 반전, 관객들마저 속인 트릭. 간간히 숨겨진 숨은 그림찾기

정우성을 닮은 유카와(후쿠야마 마사하루), 무뚝뚝한 카리스마 눈빛 이시가미(츠츠미 신이치)
무뚝뚝한 이시가미가 살며시 미소짓던 행복한 순간..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걸 알게되었을 때의 절규..

'혼자서 행복할 수 없다는.......야스코..'(아.. 또 눈물이 글썽여진다.)

어느 것 하나 깊은 고민없이 지나칠 수 없는 것들이다..


 문제엔 답이 필요하지만, 삶에는 의미가 필요하다

이시가미가 아침마다 세우는, 꽃밭에서 홀로 선 나무새

야스코와 그녀의 딸을 지켰던 가짜 나무새가 그의 존재였을까.

달랐지만, 가족처럼 소리로 그렇게 함께했던......그........... 

천재의 날개 펼칠 순 없었지만, 나무새라도 되어 그렇게 살고팠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 이시가미의 마음을 좀더 들여다볼 수 있을까..  

 

이시가와의 삶은 '답‘을 찾기보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것이었다.  

문제를 풀어도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문제를 풀어야 하는 물리학자 유카와

X의 헌신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도 함께 죄값을 치르겠다는 야스코

그런 그녀를 또 이해할 수 없는, 이시가미(그는 알까 그가 사랑에 빠졌다는 걸)

누구의 방식도 틀렸다 할 수 없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오로지 살아가는 방식만 있을 뿐.   

모두들 행복해지고 싶었는데 결국은 불행으로 치닿고 있다. 

 

'기하학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함수문제'

'물리학자와 수학자의 두뇌싸움 같지만, 사실은 한 남자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 '헌신'을 보여준 영화'로 우리는 한참을 자리를 일어나질 못했다.

'어떻게'에 대해 풀어가는 방식은 논리였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우린 그저 저 밑에서 오는 가슴저밈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삶은 '어떻게'에 대한 문제일까, '왜'에 대한 문제일까. '죽음'을 향해 달리면서도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러니.....   

 

'시간'에 얽매여, '이성과 논리'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있는 듯 한참을 그렇게 넋놓고 앉았다. 이시가미의 마음을 표현한 듯한 애절한 OST 멜로디가 이시가와와 야츠코의 절규와 함께 한동안 멤돌 것 같다. - Written by 영혼울림

OST KOH+ 최애(최고의 사랑) 중..
꿈같은 사람이니까 꿈같이 사라지는거에요

그 운명을 알면서 넘겨져왔던 계절의 페이지..

사랑하지 않아도 되니까 멀리서 지켜보고 있어줘요..

좀더 울었으면 좋았을걸 좀더 웃었으면 좋았을걸

마음의 비에 우산을 씌워준건 당신 한사람뿐이었어요.

언젠가 생명의 여행 끝나는 그 순간도 기도하겠지요.

당신을 단지 만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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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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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I. 그녀가 차려낸 ‘착한 밥상’ 앞에 앉아, 사라졌던 미각을 되찾다 

식욕이 돋는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먹던 그 맛이 이 책의 사진과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되살아난다.  

 

온갖 조미료로 잊었던 미각이 이야기로 되살아난다. 거칠고 슴슴한 맛 쌉싸래한 맛(‘쌉싸름’은 북한어‘)...

미처 먹어보지 못한 것이라면, 그녀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여 본다. 맛보지 못한 맛이지만, ‘감’이 온다. 내 안에 대대로 전해 내려온 조상의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착한 밥상’ 딱 표현이 맞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밥상, 사람을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게 할 그녀의 소박한 꿈이 담긴 ‘착한 밥상’이 차려졌다.

어린 시절 시인과 화가가 꿈이었던 작가가 친정에서 옛날 고유음식과 시댁에서 궁중음식을 전수받아, 밥집을 차리고 ‘책’까지 냈다.

처음 책을 들었을 때, 이 책을 읽으면 ‘나 역시 좀 특별한 밥상’을 차릴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흔했던 이런 상차림이 이제 특별한 밥상이 된 것을 보면 세상이 무척 많이 변하긴 했나보다.

내 앞에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들기 전에 나는 그녀의 ‘음식’에 대한 특별한 철학관을 마주해야 했다.

누가 어떤 음식을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나는 먹어보면 금세 알아채기 마련이다.

음식을 먹기 전에 ‘음식’에 대한 그녀의 깊은 생각에 놀랐다.

II. ‘음식’에 그녀의 특별한 생각이 담기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채식 예찬)

지구력이 생긴다. 성정이 차분해진다. 민감하게 미각이 발달된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육식해도 된다. 가장 진화한 생물은 ‘식물’이다

오랜 세월 걸쳐 생존 거듭하면서 자기 복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많이 한 생물,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이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이 바로 ‘진화’다.

인간도 식물에게 이용당한다. 먹어서 중독되는 것은 식물, 사탕수수는 탈콤한 설탕 주면서 자신을 재배하도록 유혹. 화학조미료에서 온 거짓당, 골빈당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단순하고 복잡하지 않게)

골고루 먹는 것이 건강은 아니다.

새는 곡식을 먹을 때는 곡식만, 벌레를 먹을 때는 벌레만 먹는다고 한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먹으며 그것을 소화하기 위해 소화기관이 혹사당한다. (마치 뷔페에 다녀오면 몸도 마음도 지치는 느낌이다) 복잡하지 않게 조리, 소스는 원재료의 진정한 맛을 미처 느끼게 하지 못한다.

전체식, 껍질은 벗기고 씨는 버리고.. 속살만 먹던 버릇 바꿔야... 음식은 생긴대로 전부 먹어야 영양이 풍부하다.

정성담긴 음식은 영혼을 위로 한다.

음식은 배만 불리기 위한 것 이상으로 ‘마음을 위로하고 영혼을 따스하게 충만하게 한다’ 따라서 음식은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는 소리 없는 언어다.

III. 후식이 되는 이야기

주방장이면서 시를 쓰는 그녀는 가끔 작은 음악회에서 시 낭송을 한다.

그녀가 패러디하거나 쓴 부분의 시를 발췌해 본다

- 신동엽 시 패러디

껍데기는 오라

말랑한 알맹이는 가고 껍데기는 오라

뿌부드럽고 달콤한 혀끝의 아우성만 살아 있는 알맹이는 가라.

껍데기엔 비바람과 교교한 달빛이 어우러진 생명이 들었으니..

고구마 껍데기, 오이 껍데기, 오징어 껍데기...

- 여자들을 울리고 남자들을 먼산 바라보게 한다는, 그녀가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쓴 시를 곰씹어 본다. 곰치처럼 씀바귀처럼 씹을수록 달달한 힘이 쏟는다.

나의 자신감은 깊은 좌절에서부터 온다

나를 부정하고 나를 미워했던 그 아픈 상처들, 고름, 피딱지에서부터 온다

나의 자신감은 나락으로 떨어진 아픔의 되풀이에서부터 온다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질 때 이제는 일어설 수밖에 없는 마지막에서 온다

나의 자신감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하고 싶지 않은 멍청함에서 온다

겨울잠처럼 밀려드는 우울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는 배고픔에서 온다

...

나의 자신감은 내가 그 누구의 사람이 아니라는 독립에서부터다

내가 본디 나이므로 세상에 거미줄을 치듯이 양 팔을 길게 뻗어 그 누구의 친구도 되어줄 수 있음을 나의 자신감은 나를 사랑하는 힘에서 매일 샘물처럼 솟아 오른다

그녀가 차린 밥상엔 이 밖에도 ‘음식’을 통해 마음을 나눈 그리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이 부럽다. 나도 그녀에게 그리운 이가 되고 싶다.

IV 그녀의 밥상에 ‘요리’는 없다. ‘삶(살림)’이 있을 뿐

각 장의 끝엔 그녀의 비법이 담긴 조리법도 있다.  ‘좁쌀 무김치’ ‘묵구이’며, ‘현미오곡밥을 할 때 소금과 황설탕을 조금 넣어라’는 등 아낌없이 나눠주는 그녀의 비법에 딱딱하고 복잡한 요리책에는 얻을 수 없는 따뜻함이 밴다.

저자가 애용하는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애자네’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나중에 해 먹고 싶은 음식 어떻게 찾나하는 걱정도 말끔히 없애준 ‘부록 계절별 상차림’도 고맙다.

책을 덮고 리뷰를 쓰면서 ‘요리’란 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시 책의 목차를 살펴봤다. 역시나 본문에는 ‘요리’란 말이 드물다. ‘음식’이 있을 뿐이다. 아마도 저자는 그녀의 음식을 ‘요리’ 생각해 본적이 없을 것 같다.

사람을 먹이고 살리는 꾸밈없는 ‘음식’과 뭔가 꾸밈이 많고 복잡한 속된 ‘요리’,

그녀의 책을 읽고나니 ‘요리’라는 단어도 입맛에 당기지 않는다.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았기 때문일까. 정갈해진다.

그녀의 상차림은 자신과 타인의 ‘삶’을 지탱하는 ‘살림’이었다.

‘착한 밥상 이야기’ 저자 윤혜신은 효재와 닮았다. 그러나, 분명 다른 점이 있다

효재는 ‘천상여자’라는 생각이 들고 혜신은 ‘아내’ 같다. 밖으로만 나도는 오토바이타는 남편과 나물캐는 그녀, 그녀가 ‘안(아내)’있어 그 역시 신바람날 게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밥상, 매일 먹는 밥상만큼 그 사람을 잘 대변하는 일이 있을까. 매일 먹는 것이니 식단의 변화를 주면 사람의 품성마저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것만으로도 정갈해지는 그녀의 ‘착한 밥상’을 받고 나니, 나도 누군가에게 이제는 특별해진 ‘그 나물에 그 밥’ 한 상차림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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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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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서 기사를 보고 구입하게 된 책으로
제목과 표지가 '팜므파탈'의 치명적인 중독을 연상케 한다.

이 책은 '진화하는 소설기계'라는 별명을 가진 김경옥의 단편소설집이다.

그의 책에서는 이런 것들이 있다.

우선 소재의 독특함이다. 그는 주목받지 못한 소재를 찾아낸다
둘째, 현대사회에서 이슈과 되는 또 다른 소재와 접목이다.
세째 표현의 독특함이다. 흔히 쓰이는 소재도 색다르게 표현하는 재간이 있다.
넷째 그 모든 것이 떨어지지 않은 듯 글을 써댄 듯한 흔적이다.
(마치 신기를 받아 내려쓴 듯한 그래서 그 말이 물 흐르듯 읽혀가지만 그 뜻은 좀체 심오하여 해독이 필요한.)

다섯째 글 안에서 좀체 지은이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마치 '나를 읽겠다고? 웃기는군'하는 느낌이다. 글읽기에 있어 지은이가 느껴지는 건 간혹 거추장스럽고, 빤히 보이는 나체를 보는 듯한 식상함이다.)

마지막 모든 소설이 열려있거나, 하나 정도 대체 그게 모지? 라는 의문을 남긴다.

이 책의 대표 단편이기도 한 '위험한 독서'는 독서치료자인 '나'가 환자들을 만나, 치료하는 것이 소재이다.

'나'에게 환자는 또 하나의 텍스트,'책'으로 표현하고 탐닉, 치료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사람'이 또 하나의 텍스트가 된다는 관점에서 지은이만의 독특한 관점과 글쓰기를 느낄 수 있다.(읽다보면 누가 읽히고 누가 읽고 있는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그의 책에서 '책'과 '사람'도 치료의 한 방편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골라읽는 것과 사람을 골라만나는 것.. 그로 인해 생기는 각가지 치유해야 할 상처들... (물론 그게 또 하나의 원인이 되어 쳇바퀴처럼 돌아가지만)

책 읽기의 자의적인 면과 좁은 독서나 대인관계 등을 은근 힐난한다.

이외에도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 중 '게임의 규칙'과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 '고독을 빌려드립니다'가 흥미롭다.

다독에서 비롯된 듯한 다양한 책 속에 책 이야기는 그의 책을 읽는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독특한 소재, 플롯, 어려운 소설읽기를 즐기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다만, 한번 읽어 이해되지 않는 글은 머리 아파하는 사람, 잘 쓰이지 않은 단어가 불쑥 고개를 내밀 때마다 사전 찾아가면 읽지 못할 사람, 한편의 영화라도 의문점이 남는다면 답을 얻기까지 잠들지 못하는 사람, 책 속에서 '감동'이나 '따쓰함'을 느끼길 원하는 사람은 멀리하길 바란다.  


그의 책은 '글쓰기'에 얼마나 많은 소재들이 사용될 수 있는지, '글쓰기'의 방식은 또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느끼게 하고 또 '한번쯤 나도 ...' 하는 생각을 품게 한다. 
 

부디, 다양한 매체가 활개치는 먼 미래에도 문학의 기본 뿌리로서 고전적 글쓰기, 글읽기가 이런 작가들로 하여금 계속 성장, 번성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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