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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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박완서님의 잔잔하지만, 힘 있는 글을 좋아합니다. 이 책에는 <그리움을 위하여> 등 9가지의 단편이 들어 있습니다. 모두 다 좋은 글이지만, 일단은 <친절한 복희씨>에 대한 감상만 써보려 합니다. 친절을 내세운 제목을 보고 복희씨의 다른 일면이 궁금했습니다. 사람은 한가지 성격으로 대표될 수 없는 복합적 성격의 집합체이니까요.
  복희씨는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친절한" 착한 여자로 살아갑니다. 타고난 일면도 있지만, 더 크게는 살아가는 방편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집안에 태어나, 무작정 상경한 서울에서 주인집 남자에게 당한 느닷없는 강간과 임신, 결혼. 복희씨는 살기 위해 자신의 한쪽을 외면해야 했습니다. 남편에 대한 혐오감, 증오, 당당함, 영리함에 두꺼운 덮개를 덮어 버립니다.  
  그녀는 서울에 올라와 힘든 부엌일에 거칠어진 손을 따스한 눈빛으로 글리세린을 발라주던 대학생 청년의 눈빛을 항상 꿈꿉니다. 전처 자식을 포함한 5명의 자식에게서 그 따스한 표정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복희씨는 더 자신의 마음을 철저히 외면합니다. 그러나 장성한 자식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남은 건 왠지모를 슬픔뿐입니다.
  중풍에 걸려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고,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성적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는 남편은 약국에서 복희씨를 핑계로 정력제를 찾습니다.젊은 약사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복희씨는 모멸감에 서울에 상경할 때부터 지니고 있던 죽음의 약 아편을 몸에 지니고 집을 뛰쳐나옵니다. 한강에 도착한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친절한" 복희씨가 한 여자가 한 남자의 허리를 껴안고 강물로 추락하는 환상을 기쁨에 겨워 바라보며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과연 복희씨는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분명 죽음을 선택하진 않았을 것 같고, 그렇다고 그 이전의 "친절한"삶을 이어나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삶이 남아 있을까요? 그녀가 열망하던 대학생이 보여준 "친절한"삶을 살아나갈 수 있을까요? 선택 자체가 막혀버린 복희씨의 삶이 참 마음 아팠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짧은 단편에 이렇게 인생의 깊이를 담아낸 저자에게 다시 한 번 감탄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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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통한 치유 믿음의 글들 178
이영애 지음 / 홍성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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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1위의 불명예스러운 국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점점 더 우리들의 정신은 피폐해져만 갑니다.  
모두 서로의 마음보다는 학력, 직업, 외모 등에 비중을 둡니다.
그래서 외면당한 우리의 마음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작아져 살아가는 기쁨을 잊어갑니다.
아무리 살기가 팍팍하더라도 서로 위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 더 살아가기 쉬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은 이런 세상에서 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실제 사례를 통해 알려줍니다.
정신질환 가족을 둔 경우, 일 중독자 남편, 외도, 성폭행, 이혼, 폭력가정 등의 사례와 그에 맞는 치유서가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얻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되어야 하고, 거기에 책이 큰 촉매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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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 팁)
- 한 장씩 나누어 요약하기.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밑줄을 그어와 발표하기
- 진행자는 자신의 박식함을 과시하고 싶은 유혹을 참기, 사람이 발언할 대 경청하는 본을 보이기, 어떤 말에 대해서도 판단하지 않기, 혹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수용적 태도로 알려 주기,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을 격려해 주기, 참석자들의 구체적인 필요나 상황에 늘 관심가지기
- 독서 모임의 목적은 책을 통해 각자의 삶의 문제에 대한 통찰력 주기 위함이다.

<이 책의 추천도서>
-< 인간 치유의 심리학><여성, 그대의 사명은><강자와 약자>/ 폴 투르니에
-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조건 없는 사랑>/ 존 포웰
- <정상에서 만납시다>/ 지그 지글러
- <끝나지 않은 길>/ 스콧 펙
- <아직도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 찰스 셀
- <몸에 밴 어린 시절>/ W.  휴 미실다인
- <정신분열증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 김진
- <천국엔 새가 없다>/ 프레드릭 플래취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 <대인공포증의 치료>/ 이시형
- <왜 나는 말하기를 두려워하는가><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선애
- <현명한 여성의 어리석은 선택>
- <당신의 과거와 화해하라>
- <화가 날때 읽는 책>/ 알버트 앨리스
- <성인아이 치유를 위한 12단계>/ 노영찬 외
- <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 이나미
- <위기에 처한 아이들>
- <이런 사람이 무자격 부모다>/ 수잔 포워드
-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이민정
- <아동의 스트레스>/ 바바라 쿠첸
제가 종교가 없어서 종교 관련 책도 분야별로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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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지음, 남문희 옮김, 무슨 그림 / 비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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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특이한 판형에, 종이 재질에, 삽화에, 내용까지 모두 독특하네요.
한 여인의 죽음과 갑자기 등장한 의문의 책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독서광인 비블리는 주인없는 그 책을 훔치고, 그 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키가 점차 줄어들고, 애서가 였던 그가 애지중지 모아온 책에 혐오감마저 느껴 헐값에 팔아버리는 등... 점차 책의 마력을 느낀 비블리는 힘껏 저항해 보지만 결국 책이 되고맙니다. 청소부의 손에서 도서관 사서, 관장, 출판사 편집자, 작가, 비평가, 제본업자, 신사, 무덤 속, 그리도 자신과 흡사한 독서광인 여대생을 통해 인간의 몸으로 돌아와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책은 여대생의 손으로 들어갑니다.
' 이 지상에서는 사람의 육화肉化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책으로의 변화도 이루어진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와 있는 구절입니다. 나의 어떤 것이 책을 통해 끊임없이 조금씩 변화함을 느낍니다. 비블리는 그 변화에 완전 매몰된 사람입니다. 책 이외의 가치에 눈을 돌리지 못했죠. 책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소통이 아닐까요? 나와 남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그 가치에 눈을 닫아버렸을때 비블리처럼 책 속으로 빠져들어가 헤어나지 못하는 오류가 생기는 건 아닐까요? 진정한 책의 의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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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5
나이를 먹어가면서 비블리 씨는 단어가 가진 마력을 더욱 강력하게 체험하게 되었다. 책을 손에 쥐고 있을 때면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자신이 그 일부가 되었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무렵에는 꿈에서 깨어난 것과 똑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러고 나면 그에게 책은 두 개의 표지 속에 꽉 눌린, 절단된 종이장 묶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며 그중 몇몇 단어들을 큰 소리로 읽어 보았지만, 그 마력이 사사진 데 금세 실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책의 순서대로 문장, 단락, 장을 차례로 읽거 나가면 하나의 세계가 눈앞에 드러나고, 그가 이미 모든 것을 정확하게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했던 세계가 눈앞에 드러나면서 그는 다시 열중할 수 있게 되었다. 

 p.82-
'좋은 책이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게 아니라, 무엇을 앗아 가야 한다. 우리가 확신하는 어떤 것을.' - 얀 그레스호프(Jan Greshoff)
'책장은 곧 그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당신이 가진 책들을 보여 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다.' 알프레드 마이스너(Alfred Meisnner)

3장 서문
'제 아무리 짐승 같은 살인자라 해도 한때는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아기였다.'

4장 서문
'책이란 가장 위대한 세계의 기적 중 하나이며, 무형의 정신을 담는 유형의 그릇이다! 그것은 인류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그릇이다.'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Gerhart Hauptmann, 1862~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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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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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단편이 뛰어난 흡입력이 있다는 말과 재미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먼저 듣고 접하게 된 소설이었다.
너무 많은 기대를 갖고 읽었기 때문인지, 아름이나 등장인물에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두렵고 어두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고, 유머있는 아름이와 엄마 아빠, 여러가지 인격(?)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씨 할아버지...
긍정적인 측면이 너무 부각되었기 때문일까?
나에게는 무거움보다는 가벼움이, 슬픔보다는 웃음이 먼저 보이는 책이었다. 물론 어려운 환경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것은 힘들고 장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지 않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 웃기는  자식이 되고 싶어서, 혹은 여자친구에게 잘보이고 싶어서) 진심이 아닌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진실된 관계 맺기의 큰 벽이 될뿐이다. 17살에 80살을 살아가는 아름이의 삶의 무게가 나에게는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았다. 
호평 속에서  이렇게 올리니 왠지 너무 미안하네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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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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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성인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뉴스나 신문에서 굶주림에 죽어가는 사람들, 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하기만 한 우리를 볼 때 한 번쯤 상상했던 세계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 세계가 진정한 행복을 주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책입니다.
자발적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요된 평화와 공존이기 때문일까요?
심지어 피부색과 의복 색, 자연의 색마저 무채색으로 통일되어 선택이 없는 평등을 강요하고,
자신의 역할에 부응하지 못하는(- 장애인, 노인, 일탈자 등) 사람은 임무해제란 이름으로 죽여버립니다. 심지어 쌍둥이로 태어난 아기 중 한 명은 몸무게가 작다는 이유로 죄책감 없이 임무해제해버리는 사회입니다. 사회에 순응한 사람은 결혼도, 아이도, 직업도 정해주는 대로 살아갑니다. 역사도, 상상력도, 철학도, 주관도, 책도, 아무런 선택도 허용하지 않는 매뉴얼대로만 사는 삶입니다.
과연 고통스러운 삶과 이런 마을 속의 평온한 삶을 선택해야 할 때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을까요? 꿈꾸던 세상이긴 하지만 선택받지 못한 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세상입니다. 다시 한 번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저는 평온하지만 진정한 행복도, 책도 없는 이런 마을로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원작으로도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입니다.
내용이 흡사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구성이 더 치밀하다고 합니다. 
이 책도 꼭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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