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조용히 좀 해요 (특별판) 레이먼드 카버 대표 소설집 특별판
레이먼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관계, 사회, 소외, 고독] 어느 책에선가 '그들은 당신 남편이 아니야'가 언급되어 있어서 읽게 된 단편집이다. 18cm의 작은 판형에 22편이나 담겨 있어서 스윽스윽 볼 수 있었다. 읽으면서 든 전체적인 느낌은 소외된 인간의 고독(?) 이랄까.  읽고 나서 제일 인상에 남은 단편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인 '그들은 당신 남편이 아니야'(남들의 눈으로 부인의 외모를 평가하게 된 불행한 남자 이야기)와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부 싸움하는 부모의 감정이 아들에게 전이되는 이야기)였다. 한 번 끊어진 관계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다. 각 단편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끊어지는 관계들이 나온다. 

군중 속에서의 고독과 인간은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내가 나를 이해하기도 힘든데 남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약간의 이해 언저리까지만 가도 성공한 관계가 아닐까. 짧은 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표지가 원서 같다. ^^ 

<그들은 당신 남편이 아니야>
얼 오버는 세일즈맨으로 현재 실직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아내 도린은 시내 변두리에 있는 24시간 커피솝에서 밤마다 종업원으로 일했다. 어느 날 밤 술을 마시다가 얼은 그 커피셥에 들러 뭘 좀 먹기로 했다. 그는 도린이 일하는 곳을 보고 싶었고 공짜로 주문할 수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 도린이 커피를 따르고 가자 그중 한 사람이 옆의 남자에게 말했다. "저 여자 엉덩이 좀 보게. 놀랍군." 다른 남자가 웃었다. "그리 대단하진 않은데." "내 말이 그거야."
~ "거울 좀 들여다봐." 그가 말했다. "네?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당신 모습을 비춰보란 말이야." "뭘 보란 말이에요.?"
~ "커피숍에서 사람들이 말이 많아요." 그녀가 말했다. "뭐라고 하는데?" "첫째로 내가 너무 창백하다고요. 내가 나 같아 보이지 않는데요. 살을 너무 많이 빼는 게 아닌가 하는 거죠.""~그 사람들 말에 신경 쓰지 마.~그들은 당신 남편이 아니야." - P37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뒷문을 열었다. 그리고 함박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내가 버치 크리크에서 뭘 잡았는지 상상도 못 하실 거에요. 보세요, 여기, 이거 보세요. 내가 잡은 거예요." 다리가 후들거렸다. 서 있기도 힘들었다. 나는 엄마에게 고기 바구니를 내밀었다. 엄마가 마침내 들여다 보았다. "어머나, 세상에! 이게 뭐야? 뱀이잖아! 제발, 제발 갖고 나가, 나 토하기 전에." "갖고 나가! 엄마 말 못 들었어? 당장 갖고 나가!" 아빠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보세요, 아빠. 이게 뭔지 보라구요." "보고 싶지 않다." "이건 버치 크리크에 사는 커다란 여름 무지개송어에요.보세요! 멋지지 않아요?"~ 아빠는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더니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그 망할 물건을 치워버려라! 도대체 너 어떻게 된 거냐? 당장 갖고 나가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려!" - P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흔에 읽는 니체 (10만 부 양장 리커버 에디션) -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장재형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낀다. 

살아오면서 나는 끊임없이 기억력이 없는 나를 비난하는 동시에 

힘들었던 과거의 일은 반복해서 기억해내며 괴로워했다. 

이제야 읽은 이 책을 통해 니체가 나의 무지를 가차 없이 일깨워 줬다. 

내 삶의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오히려 감사하라고. 

과거에 머물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때 진정한 삶이 시작된다고,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배우고 익히라고. 

망각은 인간을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며 수단이고, 행복과 정비례한다고.

삶을 바라보는 내 관점을 뒤집고, 탈탈 먼지를 털어내고, 

시야가 환해지는 새로운 필터로 교체한 느낌이다. 

괴로운 과거가 떠오를 때마다 니체의 말과 아이의 ‘꺄르르’ 웃음을 떠올릴 생각이다. 

앞으로의 삶이 과거보다 조금 더 행복에 한 발 가까워질 거 같은 안도감을 느낀다. 

=====================================================================

책 속에서)

운명애(아모르 파티 Amor fati),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 

~ 삶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바로 감사의 힘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부닥치는 실직, 실연, 실패, 이혼 등 불행한 사건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거나 저주하지 말자. 니체는 <니체 대 바그너>에서 “어떤 때보다 내 삶의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더 깊이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종종 자문했었다”라고 말한다. 

망각이라는 힘

~ 과거의 기억에 얽매인 사람은 현재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면서 살지 못한다.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버릴 때 비로소 현재의 삶이 들어올 공간이 생긴다. ~ 니체는 망각은 ‘건강의 한 형식’이라고 말한다. 

할 수 있는 최고의 삶과 마주하라

~ 한 번도 아파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미래에 진정으로 성장할 수 없다. 우리는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삶의 무한한 기쁨과 소망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고통이 크면 클수록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힘들고 아프게 했던 모든 것이 오히려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준다. 수많은 좌절과 절망은 삶을 더 아름답게 조각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이고 싶은 아이 (한정판 썸머 에디션)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우정, 가정, 신뢰, 소통, 폭력]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사회와 내가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있고, 대중이 얼마나 여론에 휘둘리기 쉽고, 속이기 쉬운지, 그리고 진실을 알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은 타인과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은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어렵다는 것도. 그래서 가정에서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되는 잔잔한 반전에 혼자 추측하고, 뒤집고, 놀라고를 반복했다. 

몰입감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흡입력있는 청소년 소설이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은 죽은 서은이가 아니라 아무도 곁에 없는 주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137쪽

서은은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주연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 한숨 한 번에 주연은 자신이 너덜너덜해지고 망가지는 것 같았고, 서은이 당장이라도 떠날 것 같았다.



160쪽

"내가 너 믿어 준다고."

한순간이었다. 주연의 어깨가 들썩이더니 일그러진 얼굴 위로 눈물이 쏟아졌다. 코끝이 빨개져 우는 주연의 모습은 마치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믿어 준다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주연은 울음을 터트렸고 장 변호사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깊은 고요 속에 오로지 주연의 울음소리만 구슬프게 차올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이 얼마나 세계와 인간을 잔인하고 무감각하게 파괴하는지 책을 읽어나갈수록 와닿았다.

세계 제2차대전 종전을 위해 이 책에 의하면 독일 드레스덴에 무참한 폭격으로 135,000명이, 도쿄 공중 공격으로 83,793명이, 히로시마 원자탄은 71,379명이 죽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았다. 나는 다만 히로시마 폭격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끔찍했다. 

책 뒷부분에 하버드 대학교 역사학 교수 버트램 코플랜드 럼포드라는 인물이 드레스덴에서 그 폭격을 겪었다고 말하는 빌리에게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소.", "그게 전쟁이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시오."

빌리는 말한다. "괜찮았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나는 그걸 트랄파마도어에서 배웠습니다."

과연 럼포드의 권유대로 전쟁 상황이라 어쩔수 없으니, 학살을 결정한 사람들을 가엾게 여겨야 할까.

그걸 수긍한다면 우리도 빌리처럼 트랄파마도어로 순간이동을 끊임없이 해야하는 건 아닐까?

전쟁이 얼마나 인간을 무참히 죽이고 망가뜨리고, 생존자들의 삶까지 철저하게 파괴하는지 담담하게 빌리라는 인물의 삶을 메타버스처럼 조망해서 보여준다. 

===============================================

264쪽

또 그곳 어딘가에 봄이 있었다. 시체 광산은 폐쇄되었다. 병사들은 모두 러시아인과 싸우러 떠났다. 교외에서 여자들과 아이들은 참호를 팠다. 빌리와 그의 무리 나머지 사람들은 교외의 마구간에 갇혀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문이 잠겨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의 제2차세계대전은 끝이 났다.

빌리와 나머지 사람들은 어슬렁어슬렁 걸어 그늘진 거리로 나갔다. 나무들이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거리를 오가는 것은 전혀 없었다. 탈것이라고는 딱 하나, 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가 버려져 있을 뿐이었다. 마차는 녹색에 관 모양이 었다.

새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새 한 마리가 빌리 필그림에게 말했다. "지지배배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로운 가난이 온다 -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동, 복지, 기본권] 플랫폼 노동이나 디지털 기술이 불러오고 있는 새로운 사회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와 기본소득, 기초소득 등 이를 위한 대안을 담고 있다. 

책 속에 나와 있는 기본소득이 가져오는 지속적 소비력의 효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첫째 부당한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협상력. 인간이 최소한의 지속적인 소비력을 갖추고 있다면, 부당한 환경에서 노동하는 걸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갑질’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준다.

- 둘째, 노동뿐만 아니라 가정 폭력, 성소수자 차별과 같은 부당한 행위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여력이 지속적으로 주어진다면, 그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을 때 ‘그만해!’라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소비력’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방어막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이다. 

세계 10위 안팍의 GDP에도 불구하고, 146개국중 59위인 행복지수와 자살률 1위라는 뼈아픈 현실은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계속 개인의 책임과 노력을 더 강조한다. 개인에게 가난의 책임을 돌리지 않는 사회, 사회구조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책임지는 사회에 대한 공론화가 시급하다. 


사족이지만 존대말로 쓰여 있는 책은 독서 시간이 더 드는 느낌이 든다. 존대말 표현이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