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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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서전을 쓰기에도 민망한 콩가루 집안..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자식들과 손자들을 위한 살림살이를 해야 하는 괴팍한 할머지,
엄마가 모두 다른 3자녀를 거느린 채권추심 하청을 직업으로 가진 막가파 아버지,
뇌경색으로 직업을 잃고 전전긍긍하는 삼촌,
다발경화증이라는 고질병을 갖고 있는 전문대생 오빠,
전혀 다정하지 않은 고3 수험생 언니,
그리고 코스튬플레이에 빠져 있는 나 권여울이 등장인물이다.

전혀 화합하지 못하고 가족애라고는 눈에 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었던,
그래서 항상 불만이었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마지막에 남은 할머니마저 떠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서야
여울이는 가족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와 묵묵히 떠나간 가족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결심한다.

그러게요.
가족도 공기와 같이 늘 함께 옆에 있어주는 존재라서 그 소중함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공기가 없어져야 숨이 막혀와 필요성을 인식하듯이 가족 중 누가 없어지면 그 소중함을 절절히 느끼게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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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봤어? - 인간답게 산다는 것 청소년 인문 교실 1
홍세화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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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생각들.
그러나 청소년기에 거쳐왔어야 했던 생각들이 들어있다.
생각 많았던 청소년기에 이런 책들은 안 읽고 뭐했나 아쉬운 마음이 든다.
생각없이 외우고, 선택하는 학습방법에 익숙해지다 보니,
점차 생각을 안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주관없이 그냥 저냥 살아지는대로 흘러가듯이
이 아까운 시간들을 살아내고 있지는 않나 자기반성을 해본다.
생각하며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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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죽은 사회 = 생각이 죽은 사회) 155쪽
~ "왜?"라는 질문이 죽은 사회, 이게 바로 열린 토론이 불가능한 사회입니다. 논리의 추구가 죽은 사회, 합리성의 추구가 죽은 사회, 토론 문화가 죽은 사회입니다. 오늘 한국 국회가, 한국의 학교가 바로 "왜?"라는 질문이 죽은 사회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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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클래식스, 고전으로 자본주의를 넘다 - 당신을 당혹게 하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얼굴을 위하여
박성순 지음 / 고즈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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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제목에 비해 180페이지 가량의 손에 쏘옥 들어오는 작은 책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잡은 책이었습니다. 여러 사상을 넘나들며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만 쏙쏙 쉽게 발췌되어 있어 읽기에도 좋았습니다. 다 읽고 나니 자본주의의 폐해와 정의가 조금은 잡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요..
혼자서 살 수 없는 인간이, 혼자만 잘 살겠다고 발버둥 치니 이렇게 사회가 팍팍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같이 잘 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우리의 삶도 여유로와 지겠죠. 청소년이 읽기에도 무리 없는 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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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욕구와 참 욕구) 67쪽-
~ 대중의 마음은 모든 체제 전복적이 아이디어를 배제시킨 채, 대중을 즐겁게 유지시키는 대중매체를 통한 자본주의적 생산 세력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고, 그들의 의식이 소비재 품목들 사이에서 조종받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쿠제는 사람들의 마음이 비슷비슷한 제품들에 호려 진짜로 중요한 이슈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다. 즉 인간은 덜 일하면서 동시에 그들 스스로 자신의 욕구와 만족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식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쿠제는 자본주의 체제는 폭력 없는 전체주의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노예들은 너무나도 행복해서 자신들의 굴레를 망각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생산을 통제하는 기구들이 직업, 기술, 태도뿐 아니라 개인의 욕망과 열망을 결정하고, 개인들의 욕구는 그들 스스로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외부에 의해 덧씌워진 이해에서 연유된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개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나치 독일에서처럼 효과적으로 그리고 교모하게 위장된 채로, 국민들은 생산과 생산품의 소비 주위를 쳇바퀴 돌듯하며 조종당하고 교화된다. 마르쿠제의 목적은 국민들을 상업 세력이 조장하는 의식의 마취 현상에서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사회는 동료를 따라잡으르려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경쟁을 지속하려는 욕구, 머리를 쓸 일 없이 그저 자유를 만끽하려는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정도만큼 억압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르쿠제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자본주의하의 대중문화를 우매화·백지화 과정으로 묘사하면서 그 본질에 대한 혐오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 허위 욕구란 자본주의에 세뇌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욕구이다. 참 욕구란 인간들이 느껴야만 하는 욕구로 자본주의 문지방 너머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개선되고 행복하고 덜 억압적이고 문화적인 삶에 대한 욕구이다.

<6. 결론> 170쪽-
~ 역사학과 고전은 인간의 삶에 대한 외경심을 기르고 인성을 함양하는 데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인간의 이기주의 문제는 비단 자본주의 체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보다 현재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간의 욕망을 극한으로 부추김으로써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자들이 이끌어 가는 사회가 바로 상업 사회이니까 말이다. ~ 처음으로 돌아가는 일은 '자본주의 레짐'에 대한 각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하루하루를 적당히 살아가는 데 필요한 허위 욕구 속에 안주하지 말고, 인간으로서 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참 욕구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구해야 한다. 그 출발점에는 항상 인성론에 대한 깊은 성찰이 기다리고 있다. 인성론에 깊은 통찰과 영감을 제공하는 역사학과 고전 학습의 부활이 더욱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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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진화론 - 정봉주의 미래 한국 마스터플랜
정봉주.지승호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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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왠지 모를(?) 의무감에 산 책이지만, 이틀 만에 휘리릭 읽었습니다.
감옥에서의 고통스럽게 겪은 성찰을 알기 쉽고 유쾌한 언어로 풀어놓으셨습니다.
언제가 그분의 멋진 철학이 우리 삶에 스며들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정치, 사회, 선거, 나꼼수, 감옥생활, 남북문제, 교육개혁, 언론개혁 등 많은 것을 다루고 있지만,
초등생 2자녀를 둔 입장에서 가장 공감가고 시급한 문제는 교육개혁이었습니다.
구구절절 공감하며, 역시 교육전문가이시구나 했습니다.
정봉주국민님(^^)을 생각하면 늘 웃음과 소통이 떠오릅니다.
언제가 웃음과 소통이 함께하는 사회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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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끼리' 대화하는 데 너무 익숙해 있었다.) 99쪽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국은 강한 대한민국을 꿈꾸는 것 아닌가요? 국민의 삶을 책임져 주는 것이 진정으로 강한 것, 국방력이 강한 것은 협의의 개념이고. 유능하고 강한 아빠는 뭔가요? 아이들 공부 잘 시키고, 아이들한테 따뜻하고, 가족들이 싸우면 싸우지 말라고 하고 이런 게 강한 아빠 아닌가요? 저 집 엄청 쎄, 이러면 가족들이 다 격투기 선수인가요? 저 집 정말 대단한 집안이야, 하면 가족들이 사랑으로 똘똘 뭉쳐있고, 자기들끼리 안 싸우고, 서로 협조하고, 노력하고. 이러한 사회에 대한 상을 꿈꾸는 거잖아요. 어디 갈 때 할머니 꼭 모시고 다니고, 식사할 때도 할머니를 상석에 앉히고, 할머니한테 너무 잘해. 이게 강한 집안이죠.

(현대 교육의 키워드는 무한 경쟁이 아니라 '협업') 268쪽
세게적으로 가장 성공하고,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공부가 재밌어서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고 하는 핀란드 아이들은 선생님이 수학을 가르치나 봤더니 수학을 안 가르쳐요. 중요한 철학적 표현입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겁니다. 핀란드 교육철학은 이거예요.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수학 공부 하는 아이를 가르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수학을 아이가 소화했는지, 안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수업시간에 끝냅니다.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든요. 이해했는지의 여부를 숙제를 통해서 점검해요.

(대한민국 교육은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학대하는 교육) 269쪽
교실에서 시작한 것을 교실에서 끝내는 것이 완성 학습이거든요. 완성 학습이라는 표현은 내가 만든 거에요. 협력 합습이라는 표현도 내가 만든 거고요. 그러니까 시험을 봐서 시험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한 이 협력 학습과 완성 학습이 안 되는 거에요.

~ 교육은 본인이 원하는 주독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을 하게끔 유도해야 되는겁니다. 그 기본이 아이들에게 교실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우리는 수학 문제 풀고, 영어문제를 풀게 막 시켜요. 얘가 얼마 만큼 배웠는가 하는 것에 대한 피드백이 전혀 없습니다. 유일하게 하는 것이 시험이거든요.
~ 핀란드에서 시험의 폐해를 교육학적으로 분석한 것이 있어요. 이게 중요한 철학인데요. 흔히 시험은 자유로운 경쟁이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시험은 자유로운 경쟁이 아니라는 거예요. 시험은 규칙을 정해놓습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애에게 유리해요. 수학적 재능을 가진 아이한테는 수학이 유리하죠. 공정한 게임이 아닙니다. 시험은 게임의 룰을 정해놓고 그 룰을 잘 받아들인 아이한테 유리한 구도입니다. 공부와 학습, 인성, 아이의 발달 이런 과정하고는 거리가 좀 먼 거죠.
그 다음에 시험에 나올 부분만 공부하고, 그 이상은 배우지 않습니다. 체육, 인성은 시험에 나오지 않으니까 공부하지 않습니다.
~ 그 다음에 시험 경쟁을 하면 정말 사회에 나가 살면서 필요한 실력은 길러지지 않습니다. 시험에 나오는 것만 하니까.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뭐냐 하면 시험 대비해서 하는 공부는 시험이 끝나면 다 잊어버리는 겁니다.
~ 핀란드에서 주장하는 것은 잘 하는 사람들은 그냥 나둬도 잘한다는 거예요. 뒤처지는 아이들을 뒤처지지 않도록 잡아내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잘하는 사람들만 챙기고 뒤쳐진 사람들은 죽든 말든 귀찮으니까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 핀란드에서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얘가 우수한지, 열등한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서로의 발달 과정과 발달 분야가 다른 걸로 봐주는 거에요.
~ 협업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 창의성과 비판적 능력이에요. 창의성과 비판적 능력이 키워지면 아이들이 진보적 가치관을 갖는 거에요. 사회민주주의적 가치관을 갖는 거거든요. 이런 아이들이 커서 20,30대 되면 비판적 관점을 갖고 가게 되는 거죠.

(감옥이 나에게 준 수많은 것들) 343쪽~
많은 책을 읽으려고 하지 말고 제대로 자기를 세워주는 책을 정독하고, 몇 차례 읽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자기 사유의 근거로 만들어야 합니다. 많은 책을 읽을 시간은 없잖아요. 몇 가지 책을 정독하고 그걸 근거로 자기 사유를 해야해요. 자기 사유의 근거, 성찰의 근거로 삼아야 해요. 다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잇어요? 무슨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지도자는 지식이 많고 적음이 아니에요. 지도자는 '판단력'이에요. 지도자는 '결단력'이에요. 판단과 결단은 평상시에 자기 사유의 깊이가 있어야 해요. 자기 성찰이 있고 늘 고민의 깊이가 있어야만 결단과 판단력 있는 지도자가 되는 겁니다. 지식이 많고 적음이 별로 소용없어요. 왜냐하면 이생은 평생 공부하는 거예요. 나보다 더 지식이 많은 학자들이 무수히 많잖아요. 그럼 그 사람들은 다 지도자가 되겠네요. 정치인이고, 지도자라고 하느 것은 판단의 문제고 결단의 문제라는 거예요. 그건 제 얘기가 아니라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을 관통하는 질서이고, 정신이에요. 지도자는 위기에 처했을 때 적확한 판단을 하는 것, 그리고 이 판단에 근거해서 국민의 삶을 앞에 두면서 냉철하고 과감한 결단을 하는 것이죠. 공부를 많이 할 수 없잖아요. 많이 할 수는 없지만, 적절한 공부를 하면서 그것을 근그로 자기 사유의 깊이를 늘려가라. 그것을 근거로 해서 판단과 결단을 하라는 것을 배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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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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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늘 숨을 쉰다. 그래서 우리는 공기의 존재를 쉽게 망각한다. 그러나 공기가 없는 위급상황에 놓인다면 공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애타게 원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기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차라리 국제난민의 길을 택하는 소말리아 국민이나, 바다에 떠돌아다니다가 굶주려 죽어가던 보트피플들은 애타게 국가를 원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축복이었음을 느꼈다. 물론 우리 주위엔 더 나은 국가를 꿈꾸고, 다른 국가를 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국가의 시민권을 획득하지 않는 한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국민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개인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국가의 존재가 필수요소이며, 그래서 우리는 후손들이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더 훌륭한 나라를 물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국가가 훌륭한 국가인지를 먼저 알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플라톤부터 소로까지 많은 철학가와 정치학자들의 이론을 근거해 저자는 훌륭한 국가에 대한 정의와 올바른 진보정치의 자세, 정치인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정의와 인간의 보수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포퍼를 통해 민주주의는 "사악하거나 무능한 지배자들이 너무 심한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어떻게 정치제도를 조직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산물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선거'보다 사악하거나 무능한 인물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 지도자로 선출되었더라도, 나쁜 짓을 많이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정치제도임에 더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보다 정치제도의 정비가 더 중요함의 일례로 독일국민의 보통선거로 선출된 히틀러가 인류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전쟁범죄를 저질렀음을 지적한다.

또한, 베블런의 입을 빌려 인간은 모두 보수적임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사회의 과거 어느 시점에 맞게 만들어진 수많은 제도 속 살아간다. 따라서 과거에서 전승된 정신적 태도에 따라 사유하는 보수성향을 자연히 갖게 된다. 이에 반해 진보주의는 "생활환경의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사유습성과 생활방식, 그에 따르는 제도의 조정 필요성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려는 정신적 태도이다."라고 정의한다. 보수주의가 구심력이라면 진보주의는 원심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보수와 진보가 함께 공존해야 안정성을 기반으로 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토론 문화보다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일단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하고, 내 의견을 강요하기에 급급해하는 경우가 많다. 나와 너의 다른 의견을 아우르는 새로운 의견을 머리 맞대고 찾는 사회가 건강한 민주사회가 아닐까? 국가도 국가의 의견을 무턱대고 국민에게 강요하지 않고, 의견이 다른 국민과 머리 맞대고 고민해준다면 훌륭한 국가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차고 넘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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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최소화하는 방법- 민주주의)
~ 대한민국은 "사악하거나 무능한 지배자들이 너무 심한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어느 정도 잘 갖춘 나라이다. 이 제도들을 제대로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어떻게 하면 훌륭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뽑아놓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좋지 않은 제도라고 불평할 이유가 없다. 그들이 일시적으로 악을 저지른다고 해도 위축될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원래부터 그런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언제든, 임기가 정해져 있는 정부를 해고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울 수 있다.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국민이 정부를 교체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한, 그 나라의 정부는 민주정부이다. 이 가능성을 말살하면, 그 정부는 독재정부가 된다.

(인간은 모두 보수적이다 - 베블런)
~ 전통적으로 유한계급은 정치, 종교, 전쟁, 스포츠 분야에 종사한다. ~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한계급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하위 소득계층 유권자들이 보수적 태도를 보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선거를 할때 주로 진보정당이 아니라 보수정당에 표를 준다. 어떻게 된 일인가? 배블런의 이론에 따르면 그것 역시 유한계급제도와 관계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때문인 것이다. ~ 유한계급은 부유하기 때문에 혁신을 거부한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나 가난해서 보수적이다. 혁신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기존의 사유습성을 바꾸는 것은 유쾌하지 못한 일이며 상당한 정신적 노력을 요구한다. 변화된 환경이 무엇인가, 나의 정신적 태도가 어떠한지,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기존의 사유습성을 바꾸는 데 대한 본능적 저항감을 극복하려면 힘겨운 노력을 해야 한다. 지배적 생활양식에 순종하면서 일상적 생존투쟁을 견뎌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 과업을 수행하기 어렵다. 풍요로운 사람들은 오늘의 상황에 불만을 느낄 기회가 적어서 보수적인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보수적인 것이다. 생활환경 변화에 적당한 압력을 느끼면서도 학습하고 사유할 여유가 있는 중산층에서 주로 가장 뚜렷한 진보주의 성향이 형성되고 표출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고령층이 청년들보다 더 보수적인 현상도 마찬가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젊은이들은 기존의 제도와 사유습성에 노출된 기간이 짧으며 지적 활동이 상대적으로 왕성하다. 기존의 사유습성에 대한 집착이 덜하고 그것을 바꾸는 데 쓸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가 풍부하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기존의 사유습성은 더욱 강력한 지속성을 지니며 그것을 바꾸는 데 쓸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는 부족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필연이다. 역사의 중대한 고비마다 청년층이 낡은 제도와 지배적 사유습성, 전통적 생활양식에 반기를 드는 주체로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모든 사회에서 청년은 진보적이며 노인은 보수적이다. 고령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 새는 좌우 두 날개로 난다. 보수주의는 생물학적 본능이고 진보주의는 목적의식적 지행이다. 보수가 구심력이라면 진보는 원심력이다. 사회도 진보와 보수가 있기에 유지되고 발전한다. 진보주의자만 있는 사회는 안정성이 없을 것이다. ~ 반면 보수주의자만 사는 세상에서는 혁신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 사회는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절멸되는 종이 될 것이다.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둘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맺음말, 훌륭한 국가를 생각한다>
~ 나는 어떤 국가를 원하는가? 내가 바라는 국가는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수립하는 국가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국이다. 국민을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존중하는 국가이다. 부당한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거나 방관하지 않으며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이라도 절망 속에 내버려두지 않는 국가이다. 나는 그런 국가에서 살고 싶다. 그렇게 하려고 나는, 소로가 말한 것처럼 "먼저 인간이고 그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시민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런 국가를 만들 수 있고, 또 그런 나라에서 살 합당한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대한민국이 지금 그런 국가가 아니라고 해서 국가를 증오하거나 비하하거나 냉담하게 대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국가 안에서 국가와 관계를 맺으며 산다. 국가를 떠나서는 훌륭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 훌륭한 국가 없이는 시민의 삶도 훌륭하기 어렵다. 그리고 세상 그 무엇도 국가를 대신하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능력 있는 국가가 필요하다.
~ 어떤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정의를 실현할 능력 있는 국가를 만들어주기를 바랄 수는 없다. 이것은 헛된 기대일 뿐이다.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시민들이다. 공화국 주권자라는 사실에 대해서 대통령이 된 것과 똑같은 무게의 자부심을 느끼는 시민, 존엄한 존재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권리와의무가 무엇인지 잘 아는 시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면서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해 타인과 연대하고 행동할 줄 아는 시민, 깨어 있는 시민이 훌륭한 국가를 만든다.
~ 사람은 누구나 낯선 것에 대해 경계심과 적의를 품는다. 서로 좀 더 잘 안다면, 국가권력을 둘러싸고 벌이는 불가피한 정치적 투쟁이 수반하는 증오와 적대감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지 않을꺄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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