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주식이나 경제, 자기계발서, 혹은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 위주로 책을 읽는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상하게 ‘미야모토 시게루’라는 인물 자체에 강한 호기심이 생겨 홀린 듯 『미야모토 시게루의 게임론』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슈퍼 마리오> 시리즈와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만든 거장이 바로 미야모토 시게루라는 사람입니다. 어릴 적부터 게임을 참 좋아해서 소닉부터 시작해 마리오까지 다양한 게임을 즐겼지만, 젤다 시리즈는 이상하게 인연이 없어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었는데요. 군대가서 접해봤는데 엄청 재미있더라고요. 마리오와 젤다라는, 게임 역사에 큰 궤적을 남긴 두 거대 IP가 모두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은 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돌아보면 마리오는 제 어린 시절 추억 구석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도 마리오 게임팩이 있었고,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또 다른 버전의 마리오가, 명절에 사촌 집에 가면 전혀 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마리오 게임이 반겨주곤 했습니다. 시대를 뛰어넘어 수많은 형태와 즐거움으로 변주되어 온 마리오의 저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또 하나 놀라웠던 점은 바로 <동물의 숲>이 무려 2001년에 처음 등장한 게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근래에 접하고 알고 있던 동물의 숲은 알고 보니 시리즈의 5번째 작품쯤 되는 닌텐도 스위치용 버전이었던 것이죠.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원천이 무엇인지, 그 바탕에 깔린 미야모토 시게루의 창작 철학이 너무나 궁금해졌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한 성공한 개발자의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답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기술의 화려함보다 ‘플레이어가 느끼는 직관적인 체감’과 ‘공감’을 최우선으로 둡니다. 낯선 세계관 속에서도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규칙을 익히고 몰입하게 만드는 유저 중심의 디자인 설계는 비단 게임 산업뿐만 아니라, 기획이나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인사이트를 선사합니다.
어려운 전문 용어 대신 그가 현장에서 직접 겪은 고민과 시행착오, 그리고 기획의 순간들이 친근하게 담겨 있어 책이 술술 읽힌다는 점도 훌륭합니다. 게다가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한 분야의 신화를 쓴 인물의 사고방식을 직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 평소 게임에 큰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기획서나 자기계발서로서 충분한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릴 적 게임기를 쥐고 설레했던 순수한 추억을 되살려주는 동시에, 시대를 관통하는 거장의 통찰력을 배우고 싶은 모든 분께 『미야모토 시게루의 게임론』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