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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ㅣ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의 소설로 유명한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탄생 150주년을 일 년 앞두고 모티프에서 뜻깊은 책,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안부를 전하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을 엮은 홍선기는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토지문화재단 문인창작실에서 세계문화전집을 기획했으며 이 책은 시리즈의 첫 번째 결과물이라고 한다.
책의 제목을 보면 마치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가 생전에 앞면이 있어 서신 교환을 한 듯 보이나 동료이자 후원자이자, 독자인 가족들과의 ‘안부’를 전하는 각각의 서신을 통해 두 위대한 예술가가 생전 숱하게 반복해서 쓴 이야기를 회고하며 이들의 접점(x)을 고찰한다.
엮은이는 반 고흐 뮤지엄 아카이브 928 통 편지를 전수 확인하고 헤르만 헤세 후손으로부터 미공개 수채화와 친필 편지 원본을 직접 받아서 이 책에서 이들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고증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지적재산권은 사후 70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헤세의 유족들에게 있지만 헤르만 헤세 박물관의 도움으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헤세의 작품 일부, 시와 그림, 『헤르만 라우셔』 에 실린 군터 뵈며(Gunter Böhmer)의 삽화 등을 이 책에서 최초 공개하였다.

헤세와 고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신학자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학교를 다녀야 했지만 둘 다 그 길에서 실패했고, 살고 있던 곳의 이웃들에게, 세상에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또한, 둘 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고 자살을 시도한 바가 있다.
헤세는 평생 동안 독자들에게 충실하게 답장을 썼고, 반 고흐는 주로 후원자인 동생 테오 반 고흐에게 안부를 전했다.
이 책의 전반부는 헤르만 헤세, 후반부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중간에 ‘해바라기’가 연결된다. 헤세가 말년에,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요양할 때 정원에 해바라기를 심었다고 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식물이라고 한다. 씨앗만 뿌리면 그저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한 해 피고 씨를 남기고 죽는, 매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꽃. 해를 사랑해서 해가 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고 알고 있지만, 그늘진 쪽 줄기가 더 빨리 자라서 줄기가 햇빛 쪽으로 구부러지는 해바라기. 빛을 향한 의지가 아니라 그늘의 성장이 움직임을 만든다.


1887년 파리에서 폴 고갱은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에 반해 자기 그림과 교환해 간 적이 있었다. 고갱은 고흐의 다음 그림을 받으러 오기로 했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를 기다리며 그린 해바라기 연작 4점이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되었다.
헤세가 『간추린 이력서』에서 ‘나는 열세 살 때부터 시인이 되거나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회고한 바로 그 나이에 반 고흐는 삶을 마감하는 중이었기에 두 사람은 전혀 접접이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1918년, 헤세는 짧은 동화, 「등의자 이야기」에서 ‘그 네덜란드 화가는 낡고 삐걱거리는 시골 의자를 사랑과 진실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며 고흐에 대해 언급한다.

1919년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에서도 ‘빈센트’라는 이름을 쓰지 않지만 반 고흐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품을 쓴 이름 없이 건네는 안부가 실려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반 고흐의 알려진 명작과는 사뭇 다른 초기 작품과 그동안 읽지 못했던 헤세의 작품과 인생 이야기에 대해 살펴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