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의 기술 - 철학은 어떻게 삶을 버티게 하는가
윌리엄 B. 어빈 지음, 석기용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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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사람들이 <씨크릿> 같은 자기계발서를 비판하는 이유는 고대의 지혜를 적당히 잘라와 자기 식대로(꼴리는 대로?) 써 먹기 때문일 것이다. 동상이 하나 서 있는데 그 동상의 팔 하나를 잘라와서 그 동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러쿵 저러쿵 한다면 그 동상 전체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짜증이 나지 않겠는가. 이 책도 비슷한 뉘앙스가 풍기긴 하는데 다른 자기계발서보다는 신뢰가 간다. 저자가 자기가 말하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이고,  박물관 안에 고이 모셔져 있는 스토아철학이라는 칼을 칼집에서 꺼내서 실제로 휘두르자는 의도도 설득력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스토아철학의 키워드는 "평정심"인데 불교에서 말하는 평정심과 묘하게 겹친다. 차이점은 그 평정심을 추구하는 수단이 불교(소승불교)는 감각의 알아차림을 통한 것이라면, 스토아 철학은 상황을 판단하는 인지적 차원을 교정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고통과 고난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그 고통에 좌절하지 않으면서 부정적 감정으로 고통받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고통과 고난이 우리를 단련시키기 위한 신의 시험이고 신의 사랑과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징표라면 어떨까? 그러한 고통이 자식을 사랑하는 엄한 아버지나 싹수있는 병사를 강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장군의 사랑방식이라면? 뭐 이론과 실제는 항상 틀린 법이고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이없게 들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상황을 바라보는 하나의 인식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보기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원효의 해골바가지 물 같은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저자는 이런 관점을 판단으로 평소에 스스로를 더 강하게 단련시키는 훈련을 하자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간다.고통과 좌절은 우리의 미덕을 발휘하고 과시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뛰어난 미덕을 가진 자는 고난을 환영하고 오히려자초하기까지 할 것이다.  그 외에 좌절을 바라보는 방법을 교정하는 여러가지 팁들을 소개하는데 뭐 어찌보면 자기기만일 수도 있다. 나에게 불친절한 카운터 직원이 진짜 나쁜 놈이어서 화를 내는게 당연할 수도 있고, 뭘 모르거나 일에 치여 지친 불쌍한 놈이어서 자비심을 가질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에서 부정성에 물들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해 감정적 비용을 치르지 않는 것이다. 얇은 듯 깊은 듯 한 저자의 주장이지만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잘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고 분명 실전 투입의 가능성이 있는, 실용적인 주장이라는 측면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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