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 스와라지
마하트마 K. 간디 지음, 안찬수 옮김 / 강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예전부터 조금은 감을 잡고 있었지만 촘촘한 현대사회에서 자유라는 덕목은 실천하기 힘든 것 같다. 특히 돈이라는 주제에 관해서는 이제는 돈이 공기와 비견될만 한 것 같다. 꽉 짜여진 시스템 안의 부적응자는 어떻게 어깃장을 놓을 것인가? 반다나 시바에게는 인도를 침탈하는 제국-자본주의에 어떻게 대항 할 것인가냐다. 그는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에서 자신의 활동에 영감을 주는 책으로 간디의 <힌두 스와라지>를 꼽는다. 이것을 본 부적응자도 따라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문답형식으로 쓰인 이 책이 소화가 잘 되지는 않았다. "스와라지"는 자치 정도의 의미인데 책의 초반부는 당시 인도의 상황에 대한 간디와 독자의 토론이라 인도의 역사를 모르면 싱크로가 잘 되질 않는다. 그런 와중에서 꼽아볼 수 있는 뭉치는 서구문명을 보는 간디의 관점과 그런 서구문명에 대항하는 간디의 태도다. 간디가 서구를 보는 태도는 거칠게는 구한말 유림을 떠올리게 하지만, 흐름을 정확하게 짚은 건지도 모른다.  서구의 발전은 인간의 육체적인 한계를 벗어나는 방향으로, 육체적인 안락함과 쾌감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는데, 간디는 서구문명이 이것조차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서구가 가져온 속도와 물량이 오히려 인간을 노예로 만들고, 도덕과 윤리를 망각하게 했다는 것이다.  간디는 "인간이 손으로 하는 노동"이 가져오는 행복을 강조하는데 요즘식으로 표현하면 "중간기술"이나 "적정기술"  정도같다. 간디에게 문명은 인간이 감각과 열정을 자제하고 도덕과 윤리를 지키게 돕는 것이어야 한다. (이 대목이 약간 유림스럽다.) 이후 간디는 철도, 의사, 법률가들을 비판하기 시작하는데 그들이 결국 '민간의사'같은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으며 의사는 타인에 대한 봉사가 아니라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 일하며 인류에게 해로운 직업이라고 한다. 법률가는 할 일 없는 부자들이 택하는, 없어도 될 직업이다. (이 대목에서 간디는 오히려 현대적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지금도 계속되는 서구의 침입에 무력한 인도의 민중은 어떻게 대항해야 할까?  간디의 스와라지는 "수동적 저항"과 "비협조"이다.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 이슈도 떠오르기도 하는데, 간디는 "우리가 폭력을 정당화한다면 상대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한다. 수단과 목적이 관련이 없다는 믿음은 큰 착각이다. 그렇다고 수동적 저항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수동적 저항자는 부당한 법률에 경외심을 가져선 안된다. 수동적 저항자는 순결과, 청빈, 진리를 추구해야 하며 "죽음을 베게처럼여기고 머리를 누이고 쉬는" 두려움 없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어찌보면 이런 태도는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외곬수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순결이란 덕목에서 간디는 부부간의 성관계도 종족보존의 목적에서만 이루어져야 하고,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면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인정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아니던가. 이런 비슷한 태도를 종교가 지배하던 "암흑기" 서구중세시대에서 본 적이 있다. 서구의학에 대한 반대는 자신의 아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  . 문답형식으로 이루어진 얇은 책이라 그의 사상의 전모가 모두 드러나진 않는다. 반다바 시바는 이 책을 영감의 원천으로 여기지만 아직 나에게 그 정도까진 아니다 . 하지만, 지금의 시각으로는 극단적으로 보일 여러가지 관점들이지만, 어쩌면 그가 옳은 것인지도 모른다.  태어날 때 부터 서구문명이 삶의 기본값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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