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한다는 것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나희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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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가족생활이 원만하지 않다는 것은 전작을 읽어서 알고  있었다.(아내는 자살소동? 아들은 등교 거부? 대충 그렇다.) 어쩌면 이 책은 자신의 가족에게 발신하는 항변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자신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에서 "삶에서 자기기만을 버리고, 부조리를 음미하자" 고 제안하는데 이 책에서 미움이라는 감정을 대하는 태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미움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기만하거나 죄책감을 갖지 말고 그것의 자연스러움을 똑바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인간은 불합리한 존재이고, 모두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원인으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것, 생리적인 혐오 등을 원인으로 열거하고 있다.- 미움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미움받기를 끔찍이!!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감정을 부인하거나 죄책감을 가진다. 하지만, 진실은 내가 타인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타인도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 누군가가 나를 불합리한 이유로 미워하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불합리하게 미워한다는 것 고로 타인에게 조금도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움받는 괴로움이 자신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하면 미움받는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까지 말한다. (만약 이게 가족의 저자에 대한 원망에 대한 항변이라면 그 가족은 "구제불능"이라고 비명을 지를지도 모른다. 결국 자신은 바뀌지 않겠다는 얘기니까.) 이 대목에서 저자가 설명하는 자기혐오의 로직은, 자기혐오라는게 타인의 미움을 두려워하여 스스로에게 미움을 겨누는 형태이기 때문에 타인의 미움을 정확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을 정확하게 미워하는 수행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저자는 미움받기와 미움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타인에대해, 자신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차라리 미움에게 자신을 개방하고 음미하면 그것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엄청나게 새로운 논리와 통찰을 선보이는 책은 아니지만 어렵지 않아서 편하게 읽을 수는 있다.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책이다. 


p.s 미움의 원인 중 하나인 타인에 대한 기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가부장제 하에서의 기대구조를 설명하는 대목이 재미있다. 아버지는 "일을 하고 가정을 지키고, 처자식에게 사랑을 쏟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관념"이 있는데 이는 고도의 기대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무너지는, 즉 아버지는 원망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소위) 약자가 (소위) 강자에게 심하게 기대하고 기대가 어긋났을 때 마다 심하게 몰아세우는 구도라고 한다. 이에 (소위) 강자는 자존심 등의 이유로 기대에 부응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자신에게 칼날을 들이댄다는 것이다.( 기대하는 쪽에서는 속았네 하고 잘라버리면 그만이다.)  어째 집안에서 따돌림당하는 저자의 항변같아서 쓴웃음이 나온다.나카지마 선생님. 어쨌든 가족하고 화해하길 바랄께요. 센세는 어설픈 화해보다 처절한 미움이 낫다고 하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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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2021-11-1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타인을 지배할 수 없고 타인의 지배를 받는 것도 거부하는 한, 결국 서로의 차이를 속이지 않는 한 자신의 인생에 다양한 ‘미움‘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