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배신 -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정말 행복해질까
칼 뉴포트 지음, 김준수 옮김 / 부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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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방법의 문제"  요 말을 에리히 프롬이 했던가? 저자의 논지는 여기서 사랑이란 단어를 일로 대체하면 된다. 저자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열정(적성)에 맞는일 같은 건 없다"고 주장한다. 마치 천생연분 같은 건 없다는 말 같기도 한데, 있지도 않은 환상을 쫓느라 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이직에 따른 위험이 증가한다는게 저자의 현실진단이다. 저자의 슬로건은 "열정에 맞는 일을 찾는 것보다 제대로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다. 저자의 접근은 먼저 일에 대한 만족감을 주는 요소를 분석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자율성, 창의성, 통제성, 외부와의 관계 등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결론은 그 일에서 "희소한 가치"를 확보하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커리어 자산"이라고 정의하는데 "남과 구분되는 특별한, 시장에 먹히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러한 커리어 자산이 갑자기 뚝 떨어질 리가 만무하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뼈를 깎는 노력이다. 저자는 먼저 열정을 쫓다 삶의 위기에 봉착한 사람들의 예시를 보여준다. 그들의 공통점은 준비없이 다른 분야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어 저자는 자신의 일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예를 보여주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강점을 찾고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가 내세우는 도구는 "의식적인 훈련"과 "피드백"이다. (프로운동선수이미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저자는 시장도 "경매시장"과 "승자독식시장"으로 나누는데  경매시장은 커리어자산이 여러개인 시장이고 승자독식시장은 방송작가처럼 커리어자산이 하나인 시장이다. 일에 대한 만족감은 이러한 커리어자산이 확보된 후 이러한 커리어자산을 자율성이나 창의성에 투자할 때 얻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일에게서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단지 생계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런 책이 나온다는 것은 일이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면서 보내는 것이기 때문일까.  만약 이 책의 내용에 불퉁한 생각이 든다면 저자의  말이 "그냥 있는 자리에서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해라" 라는 직장상사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물론 자율성, 창의성, 통제력, 원만한 관계를 원한다. 저자의 주인공들은 모두 엄청난 노력끝에 자신의 몸값을 올린 다음에 이러한 것들을 "구매"했다. 하지만, 이런 특징들이 꼭 이렇게 비싼 노력을 주고 사야만 하는 것들일까? 이런 특징들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만 하는 "삶의 권리" 아닐까? 저자의 논지는 "노오오오력론"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것 같다.우리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노동환경 개선일지도 모른다. 여성의 참정권도 노예해방도 처음엔 낯선 생각이었다.(이 명제는 기본소득론을 주장하는 테드강연에서 들은 말이다.) 저자가 정의하는 좋은 일의 특징은 우리가 스페셜티가 되어 구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우리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또 저자가 강조하는 커리어자산도 그런 커리어자산을 사 줄 "공정한 시장" 이 존재할 때에 팔릴 수 있는 것이다. 내 직관으로는 어떤 곳이든 불합리한 스크럼과 기득권이 있다.  (그래서,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은 어차피 세상은 "짱들의 지배"하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제1세계의 충분한 자기계발 여력이 있는 중산층들을 위한 책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논지는 챙겨 들을 만하다. 일단 저자의 접근법이 상당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의식적훈련"이나 "작은 도전"은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꿈은 많은데 바닥이 단단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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