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 자유에 이르는 삶의 기술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1
S. N. Goenka 지음, 윌리엄 하트 엮음, 담마코리아 옮김 / 김영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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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이 많은 편이다. 고백하자면 어렸을 때 북한에서 비행기가 넘어왔다고 방송에서 경보가 울릴 때 무섭다고 어머니를 부여잡고 떤 기억이 있다. 어쩌면 나의 근본을 이루는 감정은 불안과 공포일지도 모른다고 줄곧 느껴왔다. 그래서인지 고우영삼국지에 나오는 대사처럼 “바위같은 무장”들이 늘 부러웠다. 어떻게 하면 그런 바위같은 단단함을 지닐 수 있을까.

 

붓다가 한 말을 보자
“삶의 모든 흥망성쇠를 마주할 때 마음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고 탄식하지 않고, 부정성을 만들지 않고,항상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다”<숫따 니빠따> 중

 

고엔카의 명상시리즈는 최대한 종교적인 용어를 자제한 채 이런 행복을 연마할 수 있는(있다고 주장하는 ) 방법을 말해 주는 책이다. 물론 명상은 실천이라 이 책을 읽고 수행지침서로 바로 삼기에는 좀 무리고, 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이론 중 하나인 무아 이론을 비롯해서 명상 수행의 전반적인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책이다. 종교적인 용어를 쓰지 않다보니 어찌 보면 심리학이나 철학처럼 느껴진다. 독일 관념론이나 인식론의 불교 버전이라고나 할까. “붓다의 가르침은 자신에 대한 인식을 자기변화의 방법으로 삼는 체계”라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갈망,혐오,무지이다” 핵심은 외부의 감각에 반응하지 않고 관찰하는 것이다. 감각은 무상한 아니짜이다. 하지만, 무지는 이를 모르고 좋은 감각은 갈망하고 나쁜 감각을 혐오하는 상카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원하지 않는 일은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실망하고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고엔카는 무상인 아니짜를 관찰하기 위해 위빠사나 명상을 권한다. 모든 감각은 무상하기 때문에 호흡과 감각을 관찰하여 무상함을 경험해야 한다. 모든 몸과 마음의 변화는 신체의 감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감각과 반응의 연쇄고리를 끊으면, 바로 그곳에서 마음의 청정한 상태의 닙바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말로 듣기엔 이게 살아 있는 상태인지, 죽어 있는 상태인지 쉽게 감이 오질 않는다. 우리에겐 욕망의 충족이 좋은 것이라는 관념이 너무도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건 말로 알 수 있는 게 아니고 경험해야 하는 것이라니, 어찌 보면 공수표일 수도 있다(아, 일단 한번 믿어보시라니깐요 하는 뉘앙스)
기타노 다케시가 예전에 어느 책에서 “학생주임이 호랑이이면 가방속에 면도칼 하나만 넣고 가도 영웅이 된다”라는 취지의 문장을 본 게 기억난다. 요컨대 자유란 것은 장애물을 전제로 한 것이란 애기다. 장벽이 있으면 그 장벽 밑으로 구멍을 뚫고 탈출하는 사람도 있고 장벽 안에서 자신만의 자유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불교로 말하자면 아마 자신만의 자유를 찾는 쪽이 아닐까. 고엔카는 이것은 종교적인 차원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도 골수 힌두교 집안 출신이라 처음에는 위빠사나 명상에 거부감을 가졌으나 명상의 효용을 찾았다고 하니 종교를 떠나서 한 번 귀담아 볼 만 한 것 같다. <고엔카의 위빠사나 10일코스>는 이 책의 축약판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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