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란 점점 순수한 마음에서 벗어나 탐욕과 욕망으로 물들어갈 뿐인데 천사는 어째서 이런 인간이 되려고 했을까. 인간은 아프고 병들고 늙어가며 서로를 비난할 뿐인데 왜 인간이 되려고 했을까. 인간이 되려고 할까,라는 의문이 아니라 했을까, 이다.
천사는 인간들에게서 무엇을 본 것이다. 그걸 직접 알아보기로 한다. 그렇게 천사는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기로 한다.
연필로 선을 가늘게 긋거나 굵게 그으면 그림이 된다는 걸 느끼고 싶어서, 추울 때 손을 비비는 그 단순함 행동을 하기 위해서, 귀찮지만 매일 자라는 수염을 면도를 하고 터키인 가게에서 마사지도 받기 위해서 천사는 인간이 되기로 한다.
하늘에서 천사의 눈으로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인간과 같은 눈높이에서 인간을 알고 싶어서 천사는 인간이 되기로 한다. 천사는 아픔도 없고, 늙지도 않고, 죽지도, 허기도 모르는 흑백의 세계에서 희로애락이 있는 컬러의 세상으로 온다. 천사가 하늘에서 본 인간은 엉망진창이지만 그걸 바꿀 수 있는 사랑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인간은 그 어려운 삶 속에서 사랑으로 세상을 바꾸고 완성해 간다.
베를린 천사의 시는 요즘에 보면 더 마음에 들지 모른다. 이 영화는 시대에 따라, 시기에 따라 보는 느낌이 달라진다.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은 극단으로 나눠졌다. 요즘처럼 선과 악, 흑과 백이 뚜렷하게 나누어지는 시기에 보기에 더없이 좋을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베를린 천사의 시에는 네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두 명은 천사로 인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인간과 같은 눈높이로 인간을 보기를 바라는 다미엘과 인간사회에 간섭하기를 싫어하며 관조의 눈으로 인간세계를 내려다보는 카시엘.
다미엘은 그러다 인간이면서 천사처럼 하늘을 곡예하는 마리온을 사랑하게 된다. 마리온은 인간이지만 천사가 되지 못한 인간 같은 느낌으로 땅보다는 공중에서 생활하며 지내다가 실직할 위기로 땅으로 내려와서 외로움과 불안을 지니고 있다. 마리옹의 불안, 초조함, 기쁨, 걱정, 과거는 다 보지만 마리옹의 미래만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사랑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마리옹의 눈에는 천사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미엘은 카시엘의 충고에도 인간이 되기로 한다.
그리고 원래 천사였지만 인간이 된 피터 포크다. 피터 포커는 실제 자신을 연기해야 한다. 피터 포커는 형사 드라마 [형사 콜롬보]의 배우로 그 배우를 연기해야 한다. 영화 촬영을 위해 베를린에 온 피터 포크는 전직 천사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다미엘의 존재를 느끼며 그 존재에게 인간이 되었을 때의 느낌을 말해주며 인간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즐거운 일인지 알려준다.
베를린 천사의 시는 온통 시로 만들어진 영화다. 시는 시인의 고통으로 세상에 나오지만, 나오는 순간 시인의 것이 아니라 읽는 이의 것이 되는 것처럼 이 영화 역시 그렇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로 시작하는 영화는 요즘처럼 빠르고 화면 전환이 순식간에 이뤄지는 시대에 전하는 바를 어쩌면 뚜렷하게 전달한다. 시는 사실 추상적이어서 어려운 게 아니라 구체적이어서 어렵다.
시는 인간의 삶과 닮았다. 인생이 구체적이어서 늘 어렵다. 천사는 인간이라는 시를 알고 싶었다. 베를린 천사의 시 말미에 나오는 밴드는 실제 밴드로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씨즈]다. 노래들도 좋다.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탄생의 비화
-정성일 평론가 참조
빔 밴더스는 1940년대에 독일에서 태어났다. 빔 밴더스는 10대 시절 미국 대중음악에 심취했다. 음악을 광적으로 들었다. 짐 모리슨, 벨벳 언더그라운드, 롤링 스톤즈와 기타의 신 지미 핸드릭스에 빠져 있었다. 빔 밴더스 아버지는 의대를 나와서 의사로서 살기를 바랐지만 화가가 된다면서 가출을 한다.
그 후 2년 동안 파리로 도망쳐 생활을 한다. 빔 밴더스가 파리에서 발견한 것은 그림이 아니라 영화였다. 파리에는 시네마테크라는 상영관이 있었는데 빔 밴더스는 그곳에서 2년 동안 1200편의 영화를 보며 지냈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될 거라는 다짐을 하고 1967년 뮌헨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독일의 가장 유명한 뮌헨 영화 학교에 들어간다. 1971년 관객모독[공연 중에 옷을 벗고 물을 집어던지는 연극]의 각본은 쓴 페터 한트케를 만난다. 빔 밴더스는 페터 한트케와 [페널티킥을 맞이한 골키퍼의 불안]이라는 영화를 찍는다.
이 영화가 빔 밴더스의 데뷔작이다. 이 영화의 완성도보다 빔 밴더스는 패터 한트케라는 평생의 지인을 만났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후 빔 밴더스는 자신의 영화 세계를 확장해 나갔다.
1976년에는 [시간의 통과]라는 영화로 칸느국제비평가상을 받는다. 1977년에는 [미국친구]로 칸느심사위원상을 받고, 1981년에는 [사물의 상태]로 베니스그랑프리를 받았고, 87년에는 그 유명한 [파리 텍사스]로 칸느영화제 그랑프리를 받는다.
이제 세상은 영화의 정점, 끝까지 올라온 이 감독이 과연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가? 어떻게 또 한 번 사람들을 감동시킬 것인가? 였다. 밴더스는 파리 텍사스를 끝내고 잠시 쉬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서 스위스에 사는 페터 한트케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내게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말이야, 특별한 이야기는 없는데 천사에 관한 이야기를 찍어보면 어떻겠어?]라고 한다. 이것이 아이디어 전부였고, 이게 바로 [베를린 천사의 시]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진척이 없었다.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한트케는 시나리오를 수십 번 고쳐 썼지만 탈고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러자 빔 밴더스는 같이 하고픈 세 명에게 일단 먼저 연락을 하여 영화를 같이 하고 싶다고 한다. 그 첫 번째가 앙리 알레캉이라는 촬영 감독이었다. 이 촬영 감독은 1909년 생이다. 이 당시에도 이미 할아버지였다. 이 할아버지 촬영 감독은 빔 밴더스와 함께 천사의 눈으로 보는 세계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이 부분 감동이다).
밴더스는 앙리 알레캉에게 사라진 흑백 시대의 영화를, 천사의 눈으로 보면 흑백인 이 세상을 다시 한번 담아보자고 한다. 앙리 알레캉은 장 콕도의 [미녀와 야수], [안나 카레니나]등 씨네필에서는 이미 최고의 촬영감독이었다.
두 번째로 영화 속 마리온으로 나온 솔베이그 도마르탕이라는 아가씨였다. 당시 빔 밴더스는 실제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솔베이크 도마르탕을 사랑하던 빔 밴더스는 이런 여자라면 천사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야, 이번 영화는 쉬울 것 같지 않아. 여자 주인공이 공중그네를 타야 하거든] 그러자 솔베이그는 간단하게 [알았어요]라고 대답했다. 다음 날 밴더스는 솔베이그에게 전화를 걸어 줄거리를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들려온 것은 자동응답기의 소리뿐이었다.
그 내용은 지금부터 6개월간 파리의 서커스 단에 들어가서 공중곡예를 배워올 작정이니 6개월만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빔 밴더스는 이 영화는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배우가 이토록 영화에 진심이니 감독은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콜롬보 형사]의 콜롬보 역의 피터 포커에게 연락을 한다. 국제전화로 피터 포커에게 전화를 한 밴더스는 아직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아서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서 [제가 빔 밴더스라는 감독입니다]라고 하자마자 피터 포커의 대답이 [파리 텍사스를 찍은 그 감독 말입니까?]였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시나리오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천사가 나오는 영화에 선생님을 꼭 출연시키고 싶습니다]라고 하니
피터 포커가 [유럽 사람들은 그렇게 영화를 진행하는군요, 오 좋아요. 그럼 베를린 구경도 할 겸 어디 한 번 출발해 불까요]. 그렇게 빔 밴더스는 꼭 부르고 싶은 세 사람을 불러 영화를 촬영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이 세상을 바꾸고, 다정함이 세상을 만들어 낸다는 이 아름다운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가 탄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