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한창 볼 때에는 거의 매일 봤으니까 한 서른 번은 본 것 같다. 소설도 여러 번 읽었다. 이와이 슌지의 마법에 빠져들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데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미나가와의 이야기에 빠지게 되는 건 아무래도 미나가와의 모습에서 나를 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친구 없고 바보 같고 잘 속는 거 같고. 세상 모두가 적이고 자신을 적대시하고 소극적이고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제자들에게까지 따돌림당하는 미나가와.
그 누구도 가까이 오려하지 않기에 누군가 다가오면 덥석 마음을 열어 버리는 미나가와다. 하지만 그런 사람 모두에게 배신을 당한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세계에서 진실은 사람들에 의해 늘 비켜가고, 거짓이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 세계에서 미나가와는 점점 줄어들어 소멸하기 직전이다.
그러나 자신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이 세상은 살아갈만한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미나가와.
미나가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좋아해 주는 마시로를 만나고 나나미가 된다. 나나미가 된 미나가와는 한 번의 강력한 행복보다 모래 알갱이처럼 수많은 작은 행복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나가와는 생계를 위해 인터넷으로 일대일 수학을 가르친다. 화면 너머의 학생 역시 미나가와처럼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심한 학생이다. 그 학생이 어느 날 미나가와가 감기가 걸린 걸 알아챈다.
마지막 장면에서 화면 너머의 학생이 미나가와를 향해 도쿄에 가고 싶다고 말을 한다.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나가와는 학생에게 도쿄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말한다. 이 마지막 부분은 정말 멋진 장면이었다.
미나가와는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이겠지만 그건 미나가와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보는 사람의 시선에 달렸다. 타인에게 나의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봐주길 바라지만 그럴 일은 없다.
그래서 눈치를 보며 나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잘 보이려 노력을 한다. 그럴 때 마시로처럼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 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친구일지 모른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남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편견만 가득한 인간이 된다. 우연으로 시작된 운명 같은 이야기, 미나가와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자, 아주 재미있는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