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브리짓이 아이언 맨에서 토니 스타크를 박살 내려는 늙은 오베디아로 나왔지만(사실 그때에도 너무 멋있었다. 귀넷 펠트로는 펩퍼로 나오기로 결정한 건 순전히 존경하는 배우 제프 브리짓 때문이었다), 사랑의 행로에서 자존심 하나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잭으로 나온 제프 브리짓은 정말 멋진 모습이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모습으로 삼류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시종일관 피우는 담배마저도 의미가 부여되는 느낌이다.

거기에 콜걸 출신의 가수로 합류한 미셀 파이퍼는 퇴폐미를 풍기며 베이커 형제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수지가 풍기는 고혹적이고 순수한 미는 퇴폐미다. 뿌연 연기로 가득한 밤거리를 거니는 듯한 재즈가 영화 내내 흐른다.

이 영화에 나오는 재즈가 쳇 베이커의 영화 에단 호크의 [본 투 비 블루]에 흐르는 음악보다 좋다. 베이커 형제, 형인 프랭크와 동생 잭은 얼굴도 몸도 성격도 전혀 닮지 않았다. 베이커 형제의 재즈는 고급이며 실력이 상당하지만 사람들에게 외면받는다.

시대가 변하는데 정통을 고집하는 잭이다. 점점 부르는 클럽은 줄어들고 자존심을 꺾고 여자 가수를 들이기로 한다. 거기에 콜걸 출신의 수지가 합류한다.

하지만 자존심 하나만 가지고 매사에 낙천적이며 어떤 여자와도 잠을 자는 잭과 가정이 있고 돌 볼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프랭크는 현실과 타협하기를 바란다.

이런 모순이 결국 두 사람의 균열을 가져온다. 프랭크는 잭에게 수지는 한 팀이라 제발 건들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남녀 관계는 누군가 가위로 자를 수 없는 것. 잭의 따뜻함을 원하는 수지에게 얼음보다 차가움으로 상처를 주는 잭.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영화의 백미가 몇 장면 있다. 수지가 오디션 장소에 늦게 나타났지만 노래를 부를 때, 그리고 세 명이 한 팀이 되었을 때 빨간 드레스를 입은 수지가 피아노 위에서 농염한 퇴폐미를 풍기며 잭과 프랭크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때, 그리고 백미 까지는 아니지만 제니퍼 틸리의 아주 초년 시절을 모습도 좋다.

실력을 가진 재즈와 자존심 그리고 클럽이 넘치는 도시는 낭만으로 가득하지만 그 속을 벌리면 겨우겨우 끈을 붙잡고 있다. 하루 벌지 않으면 이틀을 굶고, 이틀을 벌지 않으면 나흘이 힘들다.

자칫 손가락에 힘이 풀려 끈을 놓치는 순간 이 낭만은 지옥으로 변해버린다. 이 영화를 보면 꿈의 제인의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어쩌다 행복하면 됐죠.

행복이라는 게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잭과 프랭크, 수지에게 필요한 한 행복이 아니라 덜 불행하게 오래도록 살아남는 것이다. 영화 속 베이커 형제는 실제로도 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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