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딜리아니와 14살이나 어린 그의 아내 잔 에뷔테론은 표층적으로는 아주 아름다운 사랑을 했다. 모딜리아니의 목이 긴 여자의 그림들에 눈동자가 없다.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아요?
나는 당신을 알게 되면 그때 눈동자를 그릴 겁니다.
에뷔테론은 말했다. 난 당신의 영원한 모델이 되고 싶어요.
잔 에뷔테론도 화가다.
그리고 요즘의 기준으로 봐도 아름답고 예쁜 여성이었다.
표층적으로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두 사람의 사랑이지만 심층적으로는 엉망진창이었다. 이럴 수 없을 정도로 개판이었다.
예술사에서 가장 막장으로 생활한 인간이 모딜리아니였다. 알코올 중독에 마약에 각종 질병에 여성 편력이 상당했다. 심지어 에뷔테론 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아서 기분이 좋아 이름을 지으러 가는 도중에도 여자와 눈이 맞아서 이름 짓는 걸 포기하고 바람을 피우러 간 인간이었다.
에뷔테론과 모딜리아니는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접살림을 차린다. 그때 모딜리아니의 나이는 33세, 에뷔테론은 19세였다.
잔 에뷔테론의 부모가 반대하고 난리 났다. 그럼에도 결혼했지만 맨날 던지고 부수고 엄청난 전쟁과도 같은 사랑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평온하고 규범적인 삶을 원하지만 그 안에서 화산처럼 터지고 폭발하는 것이 살아있는 것, 사랑 일지도 모른다.
에뷔테론은 인간으로는 전혀 쓸모없는 모딜리아니의 곁을 끝끝내 안 떠난다. 같이 있는 동안 두 사람은 자기애가 폭발하는 시기였다, 모딜리아니가 질병으로 37살인가 죽고 만다.
그리고 다음 해에 아름다운 에뷔테론도 자살로 모딜리아니를 따라간다.
죽음으로 끝내 곁을 지킨다.
사랑의 여러 유형 중에 두 사람은 전쟁 같은 사랑, 진짜 사랑을 했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