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있는데, 덜 한 재미가 영화 전반에 쭉 깔려있다. 나쁘지는 않은데 흡입력이 덜해서 뭔가 있을 것 같지만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나쁘지 않아서 괜찮은 영화다.

감독의 마지막 영화 [오키나와 블루노트]는 꽤나 재미있게 봤는데, 이 영화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일상을 보내는 이혼남 경호의 세세한 부분에 꽤나 신경을 썼기에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가 물렁하게 흘러간다.

어쩌면 경호가 그런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보면 알겠지만, 누군가의 영화가 너무 많이 떠오른다. 홍상수다. 독립영화감독들은 홍상수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영화 속에는 재치 있는 대사와 술 마시는 장면이 정말 많이 나온다. 내가 술 마시는 장면은 홍상수 영화를 뛰어넘을 거야! 같은 의지까지 보인다.

경호는 호적상 이혼을 했다는 것만 빼면 괜찮은 남자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자신을 가꿀 줄 알고, 화가인 직업을 살려서 강의도 하고 카페도 경영한다. 하지만 목소리도 높지 않고, 인내가 강한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마음을 고백하지도 못한다.

그런 경호에게 영화감독 후배인 현수가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선배 결혼시키기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호는 근처 식당을 운영하는 미경을 좋아하지만,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 한의사인 전남편과 남편의 여동생까지 끼게 되면서 관계가 얽히면서 이야기가 굴러간다.

경호는 미경이 전남편과 합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그녀를 잡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뤄지는데, 우당탕탕 같은 분위기는 없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홍상수의 작법을 따라가려 한다. 굴곡 없이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결말이 열려있는 홍상수의 영화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해피하게 끝이 난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술을 마시면서 이뤄진다. 막걸리, 소주, 와인 등 술 마시는 장면이 영화를 정복했다고 봐도 된다. 그래도 보면 끝까지 보게 된다.

임원희, 김강현, 박해빛나 등 생활연기를 잘한다. 오랜만에 보는 윤진서의 신비한 술집 주인도 좋다. 임원희의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듯한 연기를 보는 건 어쩌면 처음이지 않나 싶다. 늘 개성 있는 캐릭터를 소화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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