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재미없다고 하는데, 난 또 왜 재미있게 봤을까 모르겠다. 이루어질 지니도 사람들 전부 재미없다고 했는데, 난 재미있더라고. 수지의 찰진 욕도 들을 수 있었고, 대사들이 꼭 데드풀을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주었다.
굿뉴스도 꽤나 재미있게 봤는데,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로 이런 영화는 대체로 진지하거나 묵직할 수밖에 없다. 국제관계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하이재킹 하는 이야기니까 심각하다. 하지만 무거운 이야기를 블랙 코미디를 창작해서 조금 덜 무겁게 볼 수 있다는 건 좋은 점인 거 같다.
[스탈린이 죽었다]도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굿뉴스]가 [스탈린이 죽었다]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난 실화 사건을 큰 골자를 끌고 가면서 순간순간 나오는 코미디가, 이런 흐름과 리듬이면 좋아! 하게 된다.
과장된 몸짓 대신 납치를 하려는 인물과 그걸 막으려는 한일 정부 관계자들의 오해와 욕심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대사들이 심각한 납치 사건을 유머로 승화시켜 준다. 사건의 장면이 긴장을 주면 인물의 대사가 완화를 시켜주는 구도다.
굿뉴스에는 일본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일본 배우들이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가 또 있었나 할 정도다. 홍경을 비롯한 김성오, 유승범이나 설경구가 주인공이지만 어쩐지 일본배우들이 조금 더 두드러진다.
일본 배우들은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반면에, 한국 배우들은 전부 일본어로 대사를 친다. 하이재킹의 주범, 일본 공산주의 무장단체 리더로 나오는 카사마츠 쇼는 일본의 대세 배우다. 언젠가 한국 영화에 카사마츠 쇼가 나왔으면 내심 기대했는데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다.
카사마츠 쇼는 비행기 납치를 하면서도 인간미를 풍기는데 그 속에는 빙구미까지 있다. 비행기장으로 시이나 킷페이가 나오는데 주로 강렬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 킷페이가 여기서 치질로 이야기를 끌어 가고, 부조종사인 김성오가 그걸 받아주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납치를 막으려고 하고, 카사마츠와 야마모토 나이루에게 저지당하는 모습은 영화의 긴장을 보여준다.
많은 배우가 나와서 전부 블랙 코미디를 하는데 야마다 타카유키는 아주 진지한 연기를 하는데, 그게 일본 정부의 무능을 반복으로 보여주어서 더 웃음을 주었다. 야마다 타카유키는 정말 꽃미남이었는데 여기서는 정말 너무 그냥 완전 아저씨(는 맞지만) 같아서 좀 그래.
블랙 코미디를 배우들이 연기하기는 부담이 많다. 진지하게 하는 건 오히려 배운 대로 할 수 있지만, 블랙 코미디는 쉽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그래도 1, 2주 정도 지나면 시청률이 안정이 된다. 진실도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이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블랙 코미디로 보여준 영화. 말맛과 리듬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볼 만한 [굿뉴스]였다.
근데 전도연은 꼭 누굴 떠올리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