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기는 5녀 만에 연기에 다시 도전한다. [오늘의 영화] 사전 미팅 자리에서 상대 배우 혜랑을 만나서 연기를 맞춰 본다.
감독은 대본 리딩보다는 두 사람의 케미가 종요하다며 두 사람이 먼저 친해져야 하니 촬영은 그 후에 하자고 한다.
모임을 마치고 철기와 혜랑은 나와서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를 어쩌지 못한다. 어차피 두 사람이 연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어색함을 풀어야 한다.
날은 푹푹 찌는 폭염이고, 철기는 짬뽕 잘하는 곳이 있는데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먹어보지 않을래요?라고 혜랑에게 말을 한다.
혜랑은 잠시 생각하더니 날이 더워 냉우동이 먹고 싶다며 가자고 한다. 철기가 맛집이라고 이끈 동네 중국집에는 에어컨이 고장 났다.
거기에 시원한 음식은 전부 안 된다고 한다. 나갈까 하다가 혜랑은 맛집이니까 먹고 가자고 하며 두 사람은 뜨거운 짬뽕을 먹고 나온다.
이미 폭염의 날 땀으로 샤워를 한 두 사람은 나와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러 가자고 한다. 이번에는 혜랑이 아는 카페인데 걸어서 20분 넘게 가야 한다. 게다가 오르막 길이다.
철기는 땀으로 옷이 다 젖고, 도착한 오래된 맛 집 카페도 에어컨이 고장 나서 기사가 고치고 있지만 가망이 없다. 그대로 앉아서 팥빙수와 시원한 음료를 주문한다.
더운 가운데 먹는 팥빙수는 맛있기만 하다. 철기는 팥빙수를 먹다가 입가에 팥도 하나 묻히며 먹는다. 혜랑은 피디에게 보여주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때 감독에게 전화가 온다. 아직 사진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거기 묻은 거 뭐야?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감독은 날씨 때문에 스케줄이 바뀌었다고 한다. 철기는 자신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걱정한다.
두 사람은 지하철역 앞에서 헤어진다. 그때 감독과 촬영 스텝들이 나타나서 수고했다고 한다.
독립영화 [오늘의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 아니 초현실 장면이 번갈아 가며 나온다. 비현실 장면보다는 초현실 장면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우리 삶이 이 영화와 비슷하다. 폭염 속에 시원한 곳을 찾아 가는데, 당연할 것 같은 에어컨이 안 되어서 뻘뻘 땀을 흘려야 하고, 또 희망이 있지만 카페에서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그러나 철기와 혜랑의 대화 속에서, 어릴 적 꿈과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삶이라는 것이 선택보다는 우연에 의해서 많이 이뤄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영화는 영화 속에서 영화를 담아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개개인의 삶이 사실은 카메라나 대본이나 스텝이 없는 한 편의 영화일지도 모른다. 이런 영화는 언제나 좋다. 좋은 소설을 한 편 읽은 기분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