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이야기는 흔한 내용이다. 클리셰로 우리가 자주 보던 이야기다.

주인공이 서울에서 망하고 바람피운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도 해주지 않고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생계를 위해 도축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자존심이 망가지고, 그 사이에는 고향 친구이자 작업 반장과의 갈등이 있고. 이런 흔해빠진 이야기다.

하지만 분명 보고 나면 이 현실과 현실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심정을 너무나 이해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정자는 오랜만에 내려온 고향에서 자신의 이름이 싫어서 가명 새라로 지낸다. 모두가 새라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알고 골프를 즐기고 남편은 해외에 가 있는 줄 아는데 정자라고 본명을 부르는 사람이 나타난다.

바로 작업반장이자 고향 친구인 미옥이다. 서울에서 도망치듯 내려온 고향에서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친언니가 다니는 돼지 창자를 분리하고 씻는 일이다.

그러나 정자는 비위가 상해서 구토가 올라온다, 정자 때문에 작업이 늦어져 반장에게 한 소리를 듣는다.

이 짤막한 장면으로 정자가 서울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반장과는 어떤 사이인지 짐작이 간다. 새라로 살기 위한 정자의 마음처럼 영상은 채도가 전반적으로 약간 빠져있다.

친언니가 손이 다쳐도 작업을 강요하는 반장과 공장 직원들에게 폭발하는 정자, 아니 새라 씨.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삶의 구렁텅이와 우울감을 표정과 연기로 오민애는 표현한다.

구토가 올라와 헛구역질만 하던 정자는 시원하게 구토를 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끝난다.

25분 정도의 분량으로 두 시간가량 되는 이야기를 본 것처럼 연출한 영화, 오민애와 전소현의 연기가 빛을 발했던 [나의 새라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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