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정치 평론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가운데 ‘약간‘이라는 단어를 아주 많이 쓴다는 걸 알았다.
그걸 알고 난 후에는 계속, 약간, 약간, 약간, 만 들린다.
약간, 좀 많이 줘요. 이건 정말 이상한 말이다.
뉴스를 전할 때에도 ’조금 심각하다’라는 말을 하던데,
조금과 심각하다가 이렇게 같이 놓일 수가 있나.
심각하다에 이미 큰일이 났는데, 많이 심각하다고 하던지.
미드나 영드를 보면 맥주를 마실 때 병맥으로 깰짝깰짝 마신다.
그에 비해 우리는(일본 포함) 맥주는 시원할 때 벌컥벌컥 마신다.
그게 아주 맛있다.
미드에서 모여서 병맥 하나씩 들고 세월아 네월아 깰짝깰짝 마시면,
무엇보다 맥주의 시원함이 날아가서 맛이 별로인데 주인공들은 죄다 그렇게 마신다.
맥주를 가장 맛없게 마실 때가 언제냐면,
동네 슈퍼 앞 평상에서 아저씨들 모여서 맥주 픽처 병으로,
종이컵에 부어 마시다가 전부 술이 되어서,
맥주는 닝닝하니 시원함이 없고,
종이컵은 쭈글쭈글해졌는데 거기에 부어서 마시는 맥주는 지옥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