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잡하고 허접하고 생 때 쓰는 것 같은, 압도적 괴랄한 공포영화 토미에를 끝까지 보다 보니 생각 외로 볼거리가 많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 말도 안 되는 토미에가 나름대로 볼 만한 건 이토 준지의 원작의 토미에가 머릿속에 맴맴 돌기 때문에 보게 된다.

원작의 토미에를 실사화했을 때 과연 누가 예쁘고 예쁜 미소녀 토미에를 하느냐였다. 그라비아 모델이었던 나카무라 미우가 토미에를 맡았다.

토미에는 어디에나 있다. 토미에는 어깨 위에도 있고, 도시락 안의 반찬으로도 있고, 거울 속에도, 지네의 얼굴에도, 화분에도, 쓰레기통에도, 어디에도 토미에가 있다. 토미에는 만나는 모든 이들이 토미에를 죽이고 싶어 한다.

그게 바로 토미에가 바라는 바다. 인간의 내면은 실은 죽음을 갈구한다. 그리고 토막을 내버린다. 토미에는 죽어도 그냥 죽어버리길 바라지 않는다. 토막이 나서 머리는 쓰레기통으로 가기를 바란다.

보통의 공포영화에서는 귀신에게 죽음을 당하는데 토미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게 만들며 쾌락과 흥분 그리고 만족한다. 토미에는 여기저기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토미에가 토막이 나면 아메바처럼 자가 생산하여 여러 토미에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서 사람들을 홀린다.

토미에가 마음에 드는 건 이 영화에서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1도 없어서다. 전부 어딘가 텅 비어버린 정신으로 연기를 하는데 이건 필시 토미에가 바라는 바다. 토미에가 요즘 영화처럼 그래픽이 너무 좋고, 연기를 잘하고 고퀄이었다면 오히려 재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깨 위 토미에 괴물은 꼭 권성동을 닮은 물고기 같은데 특촬이라 묘하다. 머리가 잘려 나가고, 사람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도 웃으며 볼 수 있을 정도다. 부활하는 토미에, 머리카락 먹이는 토미에, 파멸하는 토미에, 터지는 토미에가 보는 이들의 안구를 주무른다.

마지막에 가서는 쓸데없이 음악이 좋고 끝날 것 같았는데, 마지막까지 토미에는 토미에 한다. 근래에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본영화 몇 편 보기를 하고 있어서 열심히 보고 있다. 토미에의 주인공 나카무라 미우는 이후 배우로 승승장구할 줄 알았는데 야스배우로 승승장구해서 세상의 남정네들을 흐뭇하게 해주고 있다.

유튜브에 야스 소개하는 채널에서는 유월의 신작에서도 나카무라 미우의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토미에가 2011년작이니까 근래에 다시 한번 나온다면 누가 토미에를 할까. 다 보고 나니 유튜브에 풀버전이 있다.

토미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미국에서도 실사화한다는 소식이 벌써 3년 전에 나돌았는데 누가 토미에를 하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1999년 토미에: 어나더 페이스 영화도 있다. 토미에는 연극으로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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