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사랑이 많지만 나는 패티 스미스와 메플소프의 가난한 사랑에 빠져 들었다. 메플소프의 꽃 사진 시리즈는 감각적이며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빠져나오는 게 힘들다. 1분 이상 보고 있으면 사진 속의 피사체가 꿈틀꿈틀 움직여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두 사람의 가난한 사랑은 패티 스미스가 젊은 날의 모습을 쓴 [저스트 키즈]에 잘 나온다. 두 사람에게는 일반인들이 들여다볼 수 없는 광기와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 세계는 넓은 것 같으면서 협소하고, 그러면서 깊고 우울하지만 새롭고 반짝인다. 자유하고, 자유롭고, 하고 싶은 것은 그대로 해버린 60년대의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다.

팔을 벌려 부르는 노래는 시가 되어 하늘에 한 글자 한 글자 아로새겼다. 미지근하지 않았다. 뜨겁게 타오르면서 차가운 온도를 유지했다.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그 힘은 바로 상상력에서 나오는 사랑 그것이었다. 록의 대모이자 시인이었던 패티 스미스는 메틀소프를 떠올리며 시를 써주고, 메플소프는 앨범 커버 사진을 촬영해 주었다. 두 사람은 가난했지만, 그 가난 덕분에 야망과 꿈을 절대 놓지 않았다.


[어떤 날은 미술관에 갔다. 티켓 한 장밖에 살 돈이 없어서 우리는 한 명만 들어가 전시를 보고 나와 어땠는지 이야기해주곤 했다. 어페이스트사이드로 자리를 옮긴 새 휘트니 미술관에 간 날은 내가 들어갈 차례였다. 미안해하며 들어가서 전시를 봤지만, 지금 내 기억 속에는 그날 미술관 건물의 거대한 창 너머로 건너편 주차 미터기에 기대 담배를 피우던 로버트의 모습밖에 남아 있지 않다. 전시를 보고 나와 전철역으로 걸어가던 길에 로버트는 나에게 말했다. “언젠가 우리가 함께 저 미술관에 들어가는 날, 그날은 우리 작품이 전시되어 있을 거야”] - 저스트 키즈 중에서.

나는 이 부분을 너무 좋아한다. 두 사람의 가난한 사랑이 넓고 깊고 고고할 대로 고고했다. 60년대를 상상력과 사랑으로 보낸 이들의 사랑은 천박해 보이지만 고귀하고 아름답다. 예술은 혼돈이며 비규정적이다. 그걸 두 사람은 여실히 보여줬다. 록의 대모이지만 패티 스미스는 시인인 만큼 글도 무척 잘 쓴다.

다른 예술가들처럼 그 흔한 약에 손도 대지 않았다. 어쩌면 그 점이 지금까지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책을 쓰고 예술을 할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패티 스미스를 한 마디로 하면 존나 멋진 여자다. 그녀는 노래를 부른다. 그녀는 록을 한다. 그녀의 노래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것뿐이다.

2009년 지산록페에서 환하게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하던 패티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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