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꼭, 초딩 때 소풍 가기 전 날의 기분 같다. 소풍이 화요일이라 일요일을 지나 월요일이지만 월요일 같지 않은 월요일의 기분.


내일이 소풍이라는 기대에 찬 월요일이라 월요일에도 신나게 등교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내일 소풍 때 뭘 할 건지 이야기하며 수업 시간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오늘 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지만, 또 천천히 지나가 주기를 바랐던 시절. 너무 좋아하면 미워하는 것과 비슷한 하루가 소풍 전날이었다.


소풍 하면 천상병 시인이다. 시인은 가난했지만 기행을 일삼고 호탕했으며 음주를 좋아해서 여러 문인들과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잠을 자도 끄떡없을 정도로 건강했지만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나와서는 펜을 잡을 수도 없었고 자녀도 가질 수 없었다.


천상병 시인은 펜을 쥘 수도 없었지만 시 ‘귀천’을 완성하고 싶었다.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고문을 당한 곳에서 천상병 시인은 어떤 무엇을 보았기에 이 고통의 세상을 아름다운 소풍 같다고 했을까. 고문은 한 개인에게 저질렀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짓이었다.


시인은 고문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빵을 주던 경찰을 보았고, 고문 후 길바닥에 버려져 행려병자처럼 보였지만 이불을 덮어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천상병 시인은 고통 속에서도 진정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내일 소풍 같은 날이 온다. 아름다운 사람의 세상이 펼쳐진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소풍이다,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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