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이 지옥 같은 현실을 잊기 위해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오늘도 날이 어제와 비슷합니다. 3월인데 추위가 봄이 오는 게 싫어 해를 먹어 버리고 날을 흐리고 스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온도의 경계가 있고, 계절의 냄새가 가득합니다. 더불어 뿌연 먼지 역시 가득합니다. 불안한 오늘은 견뎌내고 덜 불안한 내일을 바라지만 눈을 뜨고 나면 내일이 아니라 오늘입니다. 나는 그런 오래된 세계에서 나날이 변하는 바다의 날씨를 느끼며 날짜변경선 위에 올라서서 위태롭게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여기서 보면 날씨라는 건 사람의 마음과 너무나 비슷합니다. 같은 날이 없고 변덕도 심합니다. 이거다 싶으면 어느새 모습을 바꿔버리고 심술을 부리고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울어버리고 예상치 못하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래도 변덕 심한 날씨 덕분에 바다에 나오면 매일 달라지는 사색을 할 수 있어서 나쁘지는 않습니다. 가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바닷가를 걸을 때가 있습니다. 비가 오고 난 다음, 화가 났던 모래가 기운이 빠졌을 때 모래 알갱이들이 발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가 감싸는 느낌이 좋거든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 이불에 비빌 때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바닷가에서는 신발을 들고 맨발로 걸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두고 온 기억하나를 떠올리기 위해 맨발로 바다를 거닐다 보면 어느새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임계점의 선을 넘어가면 밤은 눈처럼 내립니다. 의식의 뒤편으로 달의 어두운 부분처럼 밤은 그렇게 눈처럼 내려와서 고독이라는 이불이 되어 몸을 덮어 줍니다. 얼굴만 빼고 이불을 덮고 있으면 너무 따뜻해서 외로움이 식은땀처럼 흘러내립니다. 옆에 있는 이와 포개짐으로도 그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시간의 그리움도 달래지 못해 이렇게 초조함을 덧입힙니다. 이번 주는 이 불안한 오늘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편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