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은 찬데 햇살은 따습다. 눈으로 보이는 일상은 고요하기만 하다. 작년 오늘처럼 꽃샘추위가 얼굴을 할퀴었지만 조용한 하루다.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평온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용돌이 같은 일상일지도 모른다. 계엄이 터지고 포고령에서 처단하라는 단어까지 등장하고, 대통령이 구속되었다가, 극우들이 폭도로 변해 서부지법에서 엄청난 폭동을 일으켜 체포가 되었고, 종교의 탈을 쓴 극우들의 집회에서는 누군갈 향한 욕과 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태가 터졌고 일이 벌어졌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나라는 약탈을 하고 강도로 돌변하고 길거리를 온전하게 지나다닐 수 없다. 도민성이라는 거, 국민성이라는 거, 한국인들의 이런 성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어린이들은 늘 같은 시간에 유치원에 등원했고, 인기 좋은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고, 폐지 줍는 노인을 도와주는 청년도 있다. 은행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차들은 신호를 지키며, 사람들 역시 신호등에서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다. 이게 당연한데 이 당연한 게 너무 당연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람들의 국민성이라는 건 아마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질서를 지키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지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모든 국민이 대단한데 도대체 몇몇 권력자들이 나라를 지옥으로 망가트리고 있어서 웃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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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먹으면 아주 맛있다. 오일리와 프래쉬가 입안으로 들어와 축제를 펼친다. 어울리는 술은 제임슨. 내가 위스키 맛을 아는 건 아니고 제임슨의 끝 맛, 캐러멜 맛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는 김건희가 대선주자로 나오면 정말 대 환영, 따봉일 것 같다. 김건희가 대선주자로 나온다면 김문수 대신일 테고(벌써 재미있어), 그렇다면 경선에서 한동후니와 붙게 되는데(생각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어), 평생 함께 할 것처럼 굴던 사이가 틀어지고 난 후 “제가 무슨 말을 했다는 증거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아시죠? 그건 김건희 후보님의 억측입니다” 이러면서 김건희는 턱 안에서 맴맴 도는 말투로 경선 치르고 나면 아마 몇 년은 늙어버려 얼굴을 펴는 시술을 받아서 지금보다 더 탱탱해질지도 모른다. 김건희가 아이유를 닮고 싶어서 계속 그런 쪽으로 변형을 주는 모양인데 극우들은 아이유 싫어하던데. 그러거나 말거나 폭싹 속았수다는 너무 재미있어서 CIA에도 재미있다고 소문이 났던데. 아무튼 내란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는 밤에 우리는 토마토에 마요네즈 듬뿍 뿌려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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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오직 인간의 마음에서만 살아가는 거 같아요. 그래서 마음이 죽으면 희망이라는 건 애초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마음이 죽은 사람,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는 거 같아요. 그러니 마음이 살아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친구 부부가 하던 카페와 아는 동생이 하던 꽃집이 문을 닫았습니다. 긴 시간 버텼는데 몇 개월이 너무 힘들어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어요. 만약 민생을 생각하고 돌보는 마음이 가진 대통령이었다면, 그랬다면 자영업자들이 지금보다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얼마나 버틸지 깜깜하네요.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생각나는 가수는 신해철입니다. 마왕의 노래는 희망이 바로 너라고 하는 것 같거든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고 일어설 힘이 없고 세상이 다 끝났다고 생각될 때 저는 항상 거울을 보거든요. 여러분도 거울을 보면 여러분 스스로를 믿는 단 한 사람, 마지막 한 사람이 그 안에 있습니다. 여러분들 자기 자신, 끝까지 여러분 자신을 믿으세요" https://youtu.be/kpbfJoV6Gbw?si=u1usexGs2FYeIxU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