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봄의 기간이 가장 짧은 봄을 가진 홋카이도의 사람들은 그 짧은 봄을, 기간이 무척 짧아서 좋다고 합니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이겨냈기에 비록 다른 지역보다 봄이 짧아도 느끼는 봄의 기쁨은 크다고 합니다. 조깅하고 돌아오는 길에 골목을 지나왔습니다. 한 집의 담벼락 너머로 방향제 향이 났습니다. 봄의 냄새입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봄이 세상에 도래하면 모든 풍경이 바뀌고 컬러가 변합니다. 그렇지만 바다는 봄이 되어도 육지만큼의 변화가 없습니다. 봄이 되어 해가 따뜻해도 바다는 겨울만큼 차가웁습니다. 바다는 봄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는 듯 봄의 햇살을 튕겨냅니다. 봄의 바다는 아주 차갑거나 몹시 차갑습니다. 정말 겨울에서 벗어나기 싫은 듯 아직 바람도 거세며 찹니다. 갈매기들은 여봐란듯이 계절의 변화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바다에 앉아 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바다에 나와서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 사람이 하지 않으면 대번에 표가 납니다. 이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도 변화를 바랐지만 쉽게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쉬운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계절이 물감이 번지듯 천천히 오듯이 변화는 천천히 우리에게 옵니다. 바닷가는 사계절을 사는데 바다는 사계절을 살지 않습니다. 바다는 여름과 겨울만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바다에 봄과 가을은 없습니다. 바다는 몹시 차갑거나 덜 차갑습니다. 어제도 헌제 앞에서 밤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봤습니다. 그들은 일상을 뒤로 미루고 모두 하나가 되어 파면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사계절을 살지 않는 바다가 마음에 들듯 어제 헌제 앞에서 밤을 잃은 그대들 역시 마음에 듭니다. 바다는 항상 행복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조금 덜 불행하다는 바다는 늘 비슷한 모습으로 사계절을 살아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을 바라지 않습니다. 불행하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싶습니다. 또 편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