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작 봄나물은 없는 냉장고 털어 비빔밥
봄이 되면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봄나물로 비빔밥을 많이 먹는다. 비빔밥의 주재료는 나물이다. 나물을 이렇게 많이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나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도 나물은 채식이고 채식은 건강과 관계가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니면 나물 비빔밥은 그냥 맛있어서?
나물은 해 먹기 까다로운 음식이다. 삶고 데치고 살짝 볶기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봄이 오면 새싹으로 비빔밥을 먹는다. 삶고 데치고 할 필요 없이 생으로 비빔밥을 해 먹는다. 이렇게 비빔밥을 먹으면 좀 더 상큼하고 좀 더 건강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고플 때 냉장고를 털어서 비빔밥을 해 먹어도 맛있다. 비빔밥의 장단점은 같은 재료를 널어놓고 먹을 때보다 맛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비빔밥으로 먹게 되면 도파민이 뇌를 때려서 이게 배가 부른 지 덜 부른 지 잊어버리게 만든다. 그래서 신체는 그만 처넣어!라고 하지만 뇌가 정신이 없어서 바닥이 보일 때까지 비빔밥을 퍼먹는다.
봄이 되면 나오는 비빔밥이 새싹 비빔밥이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새싹 비빔밥. 새싹은 말 그대로 새싹이다. 들판에 자라는 모든 새싹에는 독이 있다. 새싹이 자라면 새들이 바로바로 쪼아 먹어야 하지만 새들은 절대 새싹에 입 대지 않는다. 새싹은 자기 방어를 위해 새싹이 오를 때 독을 품고 있다. 고사리에도 독이 있다. 고사리는 아마 발암물질에 들어가 있다. 1급 발암물질이다. 고사리를 삶아서 먹으면 괜찮은데 생으로 먹게 되면 그게 좀.
뭐 판매하는 새싹 비빔밥 재료나 식당에서 먹는 새싹 비빔밥이야 괜찮겠지만 호기롭게 봄이라 들판으로 나가 내 새끼 신선한 거 먹여야지 하며 새싹을 씩씩하게 채취하여 비빔밥으로 잘못 먹다가는, 소레와 좃또,,,
요즘 가장 핫한 위고비 역시 도마뱀 독에서 발견한 물질이다. 갈라몬스터라 불리는 이 도마뱀은 먹지 않고 1년을 살 수 있는데, exendin-4라는 성분이 자체적으로 분비가 되는데 그게 먹는 걸 억제하는 뭐 그런, 위고비의 성분인 GLP-1이 도마뱀 독 성분과 비슷한데 맞으면 뇌를 건드려 소화 활동을 느리게 만들고 포만감을 잔뜩 느끼게 해서 밥을 먹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한국인은 생으로 뭔가를 먹는 걸 좋아해서 간천엽도 많이 먹는다. 근데 요즘 소에서 나온 생간이 뭐랄까, 소는 원래 위가 네 개라서 여물을 먹고 위에 저장했다가 꺼내서 계속 씹어서 느리게 소화를 시키는데, 투뿔 같은 마블링이 낀 소를 만들기 위해서 여물 대신 곡물을 먹인다. 무슨 말이냐? 기름이 낀 소를 만든다. 소가 뭐랄까 썩 건강하지 않다.
간도 지방이 많이 낀 간이겠지. 그래도 굽고 튀기고 삶고 해서 먹으면 괜찮으나 건강하지 않은 소의 간을 생으로 자주 먹는다? 이게 인간에게 좋을 리 없다. 그렇지 않을까. 인간은 참 독을 좋아한다. 독이 있는 벌침을 피부에 놓기도 하고, 복어 독도 먹어서 마비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걸 보면 인간은 참 알 수 없는 존재다. 냉장고를 털어 비빔밥을 먹다 보니.

바닷가로 해초로 비빔밥을 자주 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