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 남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사정을 끌어안고 살아가잖아. 인간은 그래서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한다.
10미터 정도의 우물에 빠지는 게 아니라 빠지는 기분이다. 전보다 깊게. 10미터인 줄 알았는데 빠지고 보니 하늘이 너무 멀리 있다. 누구도 나의 소리를 듣지 않고 내가 여기 있다는 것도 모른다. 손을 뻗어봐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 기분이다.
과거를 되돌릴 순 없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하고 싶진 않다. 실수를 실패로 망하느냐, 실력으로 되살리는 건 오직 자신뿐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날 밀어내려 하면 힘을 내서 더 세게 잡아줘야 하는 거다. 누군가의 도움을 몹시 바라는데 마음과 다르게 몸이 반응할 때가 있다. 그때 누군가 나의 손을 잡아주면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도와 달라고 용기를 내지 못할 때 누군가 내미는 손은 뿌리치지 말자.
마지막엔 모두 괜찮아질 거다. 괜찮지 않으면 마지막이 아니니까. 그러니 힘들고 지치고 분하고 억울해도 마지막에 가서는 괜찮아질 거라고 믿자. 희망이라는 게 가장 배신을 잘하지만, 마지막에는 괜찮아질 거라고, 정말 괜찮아질 거라고 믿자.
꿈을 꾸면 악몽을 꿀 때가 있다. 평소에는 꿈 따위 꾸지 않는데 작년 12월, 그리고 요 한 이틀 또 악몽을 꾼다. 내용이 아주 기분 나쁘다.
왜 그런 거 있잖아, 진격의 거인에서 거인들이 벽을 넘어 들어오잖아. 거대하고 징그럽고 뜨겁고 냄새나는 거인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막 잡아먹는데 그 사람들 속에 내가 껴 있는데, 설마 나는 안 잡히겠지, 다른 사람이 잡아먹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닐 거야,라고 확신하는데 그만 거인에게 잡혀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놀라서 깬다. 이거 정말 기분이 안 좋다.
주말 동안 불안과 분노와 충격 때문에 속보와 뉴스를 멀리하고 일을 하며 글을 쓰고 책을 보다가 가끔 스레드에 들어와 보면 충격과 분노를 어떤 식으로든 풀려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판사 한 놈이 전 국민의 주말을 깡그리 망가트렸다. 정신적 마비로 지내야 했다. 헌제 선고가 다음 주로 미뤄지면 이런 상태로 또 일주일을 보내야 한다. 막연한 불안으로 악몽을 꾸며 잠을 설치고, 안 마시던 술을 마시고, 분노 때문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그게 무엇인지는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