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봄눈이 떨어지고, 얼굴을 건드리는 바람이 기분 좋아질 것 같다. 여기는 다른 지역보다 이른 벚꽃의 만개를 본다. 해가 붉은 깃의 꽁지를 달고 하루를 달에게 반납하고 나면 팡이 팡이 열린 봄송이가 그림처럼 펼쳐서 초현실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나 만개한 벚꽃을 보는 건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다. 벚꽃과 불꽃은 닮았다. 불꽃과 벚꽃은 찰나적이다. 오직 우리 의식에 지워지지 않는 점을 찍는다고 김혜리 기자도 말했다. 완성의 순간 수십만 개의 소멸로 흩어진다. 절정은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벚꽃의 만개와 꼬리를 흔들며 비명을 지르며 올라 한 지점에서 터지는 불꽃은 무섭도록 닮았다.


불꽃의 색이나 형태는 잊어버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보는 것이다. 불꽃놀이하는 날 누구와 보냈는지 만큼은 계속 생각나서 추억이 되니까. 불꽃은 금방 사라져 버리지만 추억은 영원하니까. 벚꽃 역시 그러하다. 그리하여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다. 세상에는 그런 기묘한 것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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