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기 바닷가에도 비가 옵니다. 제대로 추적추적 내립니다. 비가 오고, 그 비가 바람에 날려 이 바닷가의 창에 떨어지면 나는 빗방울이 되는 상상을 합니다.


저 빗방울이 되어 하늘에서 내려와 바람에 실려 그대의 창에 가 붙는 상상을 하지요. 어차피 창에서 떨어질 걸 알면서도 나는 그대의 창에 붙습니다.


곧 닥쳐올 나의 역경을 저는 압니다. 그래도 악착같이 붙어서 찰나로 없어질 그대를 봅니다. 잃어버린 그대를 잊을 수 없고 그리움에 빠져 물이 되지 않는 날이 없었습니다.


내가 생을 다 해 할 수 있는 일은 흔적을 남기는 일입니다. 이렇게 창가에 붙어서 밑으로 흘러가 버리고 나면 그 흔적이 남겠지요.


나의 일생은 그대의 하루로 만드는 시간을 쌓아 가는 것입니다. 창에 붙어 나의 검은 눈으로 그대의 심장을 파내 그 속에 나의 흔적을 착상하는 일이 저의 전부입니다.


하늘이 깊은 침묵이고 바다가 긴 고요라면 중간의 비는 가늘고 아픈 은유입니다. 오늘은 괜찮은 지난 노래 한 곡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또 편지하겠습니다.


https://youtu.be/WgWDL0Vz5iU?si=mN8r7tLP4X1chh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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